LIFESTYLE
여섯 명의 감독이 만든 여성 서사, 감독 누라 니아사리
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추출한 반짝거리는 이야기들. 우리에게 여전히 영화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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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여성들을 위한 투쟁, <셰이다> 누라 니아사리
1990년대 중반, 호주에 사는 이란 여성 셰이다(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어린 딸 모나와 함께 보호시설에서 지낸다. 폭력을 일삼는 남편과 이혼한 후 새 출발을 꿈꾸지만 남편의 집착과 학대는 그칠 줄 모른다. 누라 니아사리 감독은 자신과 어머니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데뷔작을 ‘내 어머니와 용감한 이란 여성들에게’ 바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전 세계 여성들을 위한 위로와 격려가 담겨 있다. 한 여인의 자유와 독립을 위한 투쟁이 담긴 시나리오에 매료된 호주 출신의 여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셰이다>는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고 호주 대표로 선정되어 앞으로 아카데미상에 도전할 예정이다.
1990년대 중반, 호주에 사는 이란 여성 셰이다(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어린 딸 모나와 함께 보호시설에서 지낸다. 폭력을 일삼는 남편과 이혼한 후 새 출발을 꿈꾸지만 남편의 집착과 학대는 그칠 줄 모른다. 누라 니아사리 감독은 자신과 어머니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데뷔작을 ‘내 어머니와 용감한 이란 여성들에게’ 바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전 세계 여성들을 위한 위로와 격려가 담겨 있다. 한 여인의 자유와 독립을 위한 투쟁이 담긴 시나리오에 매료된 호주 출신의 여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셰이다>는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고 호주 대표로 선정되어 앞으로 아카데미상에 도전할 예정이다.

© Jane Zhang
어린 시절 가정폭력의 경험을 토대로 한 영화입니다. 촬영하는 동안 다시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렸을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다섯 살에 보호센터에 들어간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죠.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8개월 동안이나 그곳에 있으면서 인생에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영화에 그런 경험을 꼭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2년 전에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어머니께 회고록을 쓰도록 요청을 했죠. 그 회고록을 바탕으로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고요. 영화로 만들면서 굉장히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쳤습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갖고 이야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상담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진행했죠. 과거의 기억이나 감정을 들춰보는 과정이라서 복잡하고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영화 현장에 항상 상담사를 두었죠. 그 상담사 덕분에 저와 배우들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작년 9월, 이란에서 젊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를 당한 후 히잡 반대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어떤 영향이 있었나요?
작년 8월에 촬영을 마치고 편집을 했는데, 촬영이 너무 힘들어서 편집할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죠. 당시 이란에서 그 사건이 터졌습니다. 바로 이란의 가족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소식을 알 수 없었고 여러모로 혼란스러웠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죠. 작업에 집중을 못하는 정말 무기력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이란에 있는 여성들의 용기 있는 움직임 덕분에 우울함 속에 갇혀 있던 제가 밖으로 다시 나올 수 있었죠. 그들의 용기가 저에게 에너지를 되찾는 원동력이 되었고, 영화를 완성해 선댄스영화제에 나갈 수 있었습니다. 제 영화 속 주인공은 호주에 사는 이란 여성이지만 자유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이란 여성들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시위에서 목소리를 낸 여성들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셰이다의 싸움 또한 자유와 독립을 위한 싸움이고, 그녀의 삶을 제한하는 문화적 규범과 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
영화 엔딩 크레딧에서 실제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어머니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어머니는 완성된 영화를 보고 굉장히 뿌듯해하시고 기뻐하셨습니다. 시작할 때부터 엄마와 같이 작업한 셈입니다. 초안을 봐주시거나 코멘트를 주셨는데 물론 전부 반영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영화 세트장에 오는 것은 최대한 피하려고 했습니다. 일상과 영화를 분리하고 싶은 마음이었죠. 하지만 어머니가 카메오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모나가 불 축제에 갔을 때 춤추는 사람을 보는데 이때 빨간 옷을 입은 여성이 어머니입니다. 어머니와 여러 영화제에 동행했는데 호주에서 스크리닝을 할 때는 GV에도 함께했죠. 어머니께도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여러 영화제에서 반응이 뜨겁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관객은 엄청난 반응과 호응을 보내주셨어요. 일종의 감정적인 폭발이었습니다.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순간부터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영화의 진실성과 솔직함에 대해 열띤 반응을 보였죠. 로카르노영화제에선 스위스 청년이 저에게 와서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습니다. 어렸을 때 가정폭력을 경험했는데 지금까지 그게 폭력인지도 잘 모르고 있었던 거죠. 그것을 표현할 수 없었는데 영화를 본 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멜베른영화제에서는 어느 인도 여인이 자신의 남편과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확신하지 못하다가 영화를 본 후 마음을 먹게 되었던 거죠. 관객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런 식으로 엄청난 순간이 많아서 의미가 깊었습니다.
영화는 다양한 미장센을 통해 셰이다가 처한 상황, 억압과 폐쇄성을 표현합니다.
촬영감독과 함께 영화적인 언어를 찾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셰이다의 개인적인 시선을 보여주는 부분도 있지만 멀리서 주인공을 관찰하는 시선도 중요하게 생각했죠. 그가 느끼는 긴장감과 경계심을 관객도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촬영했습니다. 영화에서 활용한 거울 등의 미장센은 촬영감독과 논의해 여러 레이어가 겹쳐지고 반사되면서 투명한 느낌을 주려 했습니다. 셰이다가 인생의 과도기를 겪고 있고,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폭력의 아픔을 다루지만 아름다운 장면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가정폭력을 다루면서도 너무 우울하거나 암울하게 보이지 않도록 했습니다. 셰이다라는 여성이 자유를 찾고 독립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기쁨과 희망을 담고 싶었죠. 의상이나 세트가 컬러풀하게 보여지기를 원했습니다. 모나의 모자, 채색된 달걀 등은 이란의 전통적인 새해 행사에서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처음에는 검은색이었다가 노란색으로 칠하는 장면에서 그녀의 감정적 변화를 보여줍니다. 영화에서 빛과 어둠의 밸런스를 찾는 것이 저의 과제였습니다.
셰이다를 연기한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성스러운 거미> (2022)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이자 여자입니다.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그녀와의 작업은 행운이 따랐죠. 일 년 동안 주인공을 찾기 위해 호주에서 오디션을 계속 봤지만 호주에서 찾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전 세계를 찾아다녔습니다. 작년 1월 무렵 추천을 받아 오디션 테이프를 받았는데 첫눈에 그가 셰이다라고 느꼈죠. 강인함과 순수함을 지닌 감정을 모두 한번에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했습니다. 눈빛으로 표현하는 감정이 너무 많았죠. 셰이다라는 캐릭터 내면에 있는 모든 것을 나보다 더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자흐라가 <성스러운 거미>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 몇 달 전에 캐스팅을 했기 때문에 내심 걱정이 많았어요. 그렇게 큰 상을 받은 배우가 호주로 와서 이렇게 작은 영화를 할지 염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약속대로 와서 최고의 연기를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었죠. 실제로 제 어머니와 친해져서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설명 없이 서로를 이해하는 특별한 관계를 가질 수 있었죠. 시나리오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뛰어났기 때문에 제가 특별히 지시하거나 도울 필요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와 함께 영화를 찍은 것이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입니다. 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영화가 훨씬 좋아질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했습니다. 자흐라가 없는 영화는 결코 상상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이란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3부작’으로 준비 중에 있습니다. 자흐라는 두 번째 영화 <라야>에서 주연 배우들을 선정하는 일을 함께 했죠. 이란계 미국 작가 마흐사 라흐마니 노블이 쓴 책을 기반으로 각색을 했습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을 제작한 게리 포스터가 참여한 영화입니다. 배경은 프랑스이고 <텔마와 루이스>(1991) 같은 느낌이 나는 두 이란 여성의 이야기로, 그 중 한 여인은 이란 공주입니다.
<셰이다>를 이란에서 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란에서 상영한다면 좋겠지만 불가능하죠. 사회적 문제와 여성의 권리, 서구에서 자유를 추구하는 여성들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이란에서 상영될 거라는 희망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불법으로 유통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란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란 사람으로서 복잡한 감정이 듭니다. 이 영화는 이란 여성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여성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차원에서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가정 폭력은 한 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문제죠. 영화를 통해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제작하는 동안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다시 직면했지만, 전 세계 여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가정폭력은 한 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문제죠. 영화를 통해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 세계 여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전종혁
- 사진/ 이우정(인물),ⓒ 부산국제영화제(영화 스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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