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비밀스러운 사랑 이야기를 담은 브랜드, 도르세

‘도르세’의 창립자 아멜리 후인과 나눈 이야기. "도르세 퍼퓸은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에요"

프로필 by BAZAAR 2023.10.16
 
 
하이엔드 니치 퍼퓸 편집숍, ‘리퀴드 퍼퓸바’ 에서는 좀처럼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니치 향수 브랜드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중 지난 9월, 여의도 더현대에서 팝업을 성황리에 마치며 한국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있는 니치 퍼퓸 브랜드가 있으니 바로, 도르세다. 인기에 힘입어 다시 한국을 방문한 도르세의 공동 창립자 아멜리 후인을 리퀴드 퍼퓸바에서 만났다.
 
도르세의 공동 창립자 ‘아멜리 후인’

도르세의 공동 창립자 ‘아멜리 후인’

 
브랜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부탁한다.
2015년 패밀리 그룹인 에라 노바에서 헤리티지 향수 브랜드를 인수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고, 도르세는 새로운 회사를 찾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하게 되었다. 나는 이것이 도르세와의 운명적이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1820년, 당시 사교계를 아우르던 미학자 알프레드 도르세(Alfred D’Orsay)는 12살 연상의 기혼자였던 마르게리트 블레싱턴(Marguerite Blessington)과 금지된 연애를 숨기기 위해 최초로 젠더리스 향수를 만들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도르세 향수를 통해 다시 대화할 수 있게 하고, 알프레드 도르세와 마르게리트의 잃어버린 서신과 비밀스러운 만남을 참고해 만든 캔들로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오늘 같은 자리에 당신이 선택한 향기가 궁금하다. 어떤 향수를 뿌리고 왔나.
‘낙원의 장미’라는 뜻의 ‘R.B.(Une Rose au Paradis / Futuristic)’를 뿌렸다. 장미 향은 흔히 올드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현대적인 장미향을 만들고 싶었다. 장미는 향수의 대표적인 노트 중 하나인데 ‘R.B.’ 장미 향에는 반전이 있다. 클래식한 장미 향과는 달리 좀 더 향신료의 풍미가 느껴지는 향인데, 핑크 페퍼의 향으로 시작해 머스크와 샌들우드, 알데히드 향이 어우러져 마무리된다. 더 많은 것을 갈망하게 하는 느낌이다.
 
최근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진행한 팝업 스토어를 성황리에 마쳤다고 들었다. 한국에서 도르세가 사랑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에서 도르세 향수가 사랑받는 이유는 한국인들이 본질적으로 사랑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도르세는 사랑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도르세 향수는 섬세하고, 현대적이면서도 클래식하지만 항상 반전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살냄새’라고 부르는 향인데, 알데히드가 함유되어 있다. 알데히드는 합성 분자로 따뜻하면서도 금속적인 향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비누 향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알데히드가 포함된 도르세의 ‘R.B.’나 ‘M.A.’는 살에서 날 듯한 깨끗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한국인들이 도르세 향수를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 
 
당신이 생각하기에 도르세를 좋아하고 뿌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도르세는 섬세하고 엘레강스하며, 클래식한 무드를 가지고 있다. 단언컨데 도르세는 사랑을 찾거나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찾는 향수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연인들을 위한 향수! 
 
리퀴드 퍼퓸바에 진열된 도르세 향수들.

리퀴드 퍼퓸바에 진열된 도르세 향수들.

 
다른 향수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도르세만의 아이덴티티를 몇 단어로 정의한다면?
첫 번째는 사랑이다. 앞서 말했듯 도르세는 사랑에서 시작됐고, 우리는 도르세가 사랑의 박동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헤리티지. 1820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진정한 헤리티지 브랜드다. 우리의 향은 우리의 역사적인 향수들(엘.베(L.B.), 줴.아.(G.A.), 쎄.줴.(C.G.))과도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부티크는 당시 알프레드 도르세와 마르게리트 블레싱턴을 둘러싼 소재들(런던에서 온 호두나무, 이탈리아 여행에서 나온 트래버틴 대리석 등)에서 영감을 받았다. 마지막은 프랑스의 장인 정신이다. 향수의 원료부터 제품의 공정, 제품화 하나하나를 모두 프랑스에서 제작함으로써 탁월한 노하우를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제일 궁금한 질문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 향수들, 영감을 주로 어디서 받는 편인가.
알프레드 도르세와 마르게리트의 사랑 이야기에서 우리가 가고 싶은 방향을 선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리가 전하고 싶은 ‘사랑의 상태’ 또는 ‘사랑의 선언’을 선택하고, 그다음에 향의 줄기가 될 주요 성분을 정의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향을 꼽는다면.
가장 자주 뿌리는 향수는 ‘이.큐.(E.Q. - On my lips)’다. 마스터 조향사 도미니크 로피온이 연인의 입술 위 립스틱에서 느껴지는 향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100% 순수하고 천연적 재료를 바탕으로 가볍고 실키한 아이리스 노트에서 시작해 재스민과 생동감 넘치는 우디, 앰버리 노트의 조화로 신비롭고 강렬한 향이 특징이다. 
 
한국은 현재 가을이다. 낮에는 선선하고 밤에는 싸늘해지는 이 날씨에 어울리는 향수를 추천한다면?
‘엠므.아.(M.A - I am greatest)’를 추천한다. 이 향은 알데히드로 산뜻하게 시작하여 시더우드, 앰버, 화이트 머스크의 우디함으로 따뜻하고 묵직하게 마무리된다. 산뜻하면서도 깨끗한 느낌과 숲의 강렬함이 균형을 이룬다. 
 
도르세는 금단의 러브 스토리를 향에 담아내며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러브 스토리와 브랜드 론칭 스토리를 들려줄 수 있는가. 
1821년, 20살의 알프레도 도르세는 그 시대 파리의 가장 댄디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사교계를 주름잡던 최고의 인플루언서였던 그는 런던에서 12살 연상의 여인, 마르게리트 블레싱턴을 만났다. 알프레도 도르세보다 나이가 많았던 마르게리트 블레싱턴은 그 당시 이미 결혼을 한 유부녀였다고 한다. (사랑으로 한 결혼이 아니라 결혼 적령기가 되어 정해진 혼처와 한 결혼이라 한다.)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그들은 파리와 런던을 오가며 비밀스러운 사랑을 했다고 한다. 알프레도 도르세는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둘이 함께 사용하기 위한 향을 만들었다. 너무 남성적이거나 페미닌하지 않은 향으로 서로 같은 향기를 공유하며 다녀도 사람들의 의심을 피할 수 있게끔 말이다. 그들은 그렇게 비밀스러운 메시지를 주고 받았고,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이후 죽을 때까지 서로를 사랑해 무덤에도 함께 묻혔다고 한다. 1820년대에 알프레도 도르세는 ‘Etiquette blue(알프레도 본인이 만든 첫 향수에 별도의 향 이름 없이 블루 라벨만 붙인 것)’ 향을 만들었고, 이것은 메종 도르세에서 가장 유명한 향이다. 그는 이 향수를 자신과 그가 사랑하는 마르게리트 블레싱턴을 위해 만들었다. 포뮬러가 남아 있지 않아 완벽하게 알 수 없지만, 노트를 통해 그 향에서는 ‘깨끗하면서도 청량한’ 향이 나고 오렌지 블로섬 향조가 메인으로 쓰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결과 탄생한 향이 바로 ‘엘.베(L.B. - With All My Heart / Secret Love)’다.
 
각 향수 끝에 새겨진 이니셜은 어떤 의미인가.
당시 알프레도와 마르게리트는 편지를 길게 쓸 수가 없어서 러브 레터가 아닌 이니셜로만 적힌 러브 노트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둘만의 메시지를 다른 사람은 알아볼 수 없도록 말이다. 알프레드 도르세는 향수를 만들기 전에 화가이자 조각가이기도 했는데 우리는 그가 러브 레터를 주고받은 것에서 영감을 받아 후각적 초상화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서신(러브 레터)에 경의를 표하고자 향수 이름에 이니셜을 하나씩 접목시켰고, 향초와 같은 홈 프래그런스 제품에는 시간과 장소를 담았다. 
 
향기를 창조하는 사람은 향기에 대한 추억도 풍부할 것 같다. 향기로 기억되는 순간이 있다면.
물론이다. 어린 시절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은 자연과 관련되어 있다. 특히 들판에서 풀을 베어 큰 건초 더미에 넣었을 때, 풀이 베어질 때 튕겨지는 촉촉한 풀 냄새, 그리고 잘라낸 풀들이 마른 후의 건초 냄새를 기억한다. 이 향기들은 도르세 ‘쎄.줴.(C.G. - Wanting to be somewhere else)’에서도 느낄 수 있다. 또 하나의 후각적 기억은 할머니가 ‘리즈 오 라잇’이라는 디저트를 만들 때다. 리즈 오 라잇은 기본적으로 크림이 많은 쌀 푸딩인데, 큰 화덕에서 뜨겁게 달군 철판을 가져다가 쌀 푸딩 위를 누른다. 그러면 푸딩 속 설탕이 캐러멜라이징되어 우유 향과 그을린 설탕 냄새를 만들어내는데 정말 마법과도 같은 향이다.
 
도르세가 새롭게 선보일 향과 앞으로 방향성이 궁금하다. 
내년에 새로운 향들을 출시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얘기할 수 없지만, 민트와 인센스. 두 가지의 상반된 향이 조화로운, 새로우면서도 중독적인 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내년 말에는 기존 향수에서 부향률을 훨씬 높인 퍼퓸 엑스트레를 출시할 계획이다. 기존의 부향률이 20~25% 정도라고 한다면, 퍼퓸 엑스트레는 30~35%까지 올라간다. 도르세의 향과 느낌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Credit

  • 에디터/ 신예림(미디어랩)
  • 사진/ 리퀴드 퍼퓸바
  • 디자인/ 민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