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차이 궈 창 유니버스의 시작
폭죽을 터뜨리는 퍼포먼스로 우주에 대한 질문을 던져온 차이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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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폭발 이벤트 <범태평양의 수평선: 외계인을 위한 프로젝트 14번>를 진행했던 이와키 해변에서 선보인 퍼포먼스 작품 <하늘이 벚꽃으로 물들었을 때>.

도쿄 신국립미술관(NACT)에서 열린 개인전 «우주 속의 산책 - 원초적 불덩이 그 이후» 전시 전경.
“처음 이와키에 왔을 때 나는 아무것도 없는 맨손이었다. 매일 슈퍼마켓에서 가장 싼 식재료를 사 먹었고, 한번은 캣 푸드를 잘못 먹을 뻔한 적도 있다. 첫 전시를 연 기코망 갤러리는 폭이 4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공간이었지만, 그 시절 ‘우주’라는 광대한 장소를 처음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가진 것은 없었지만 예술계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당당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했다. 예술은 부와 관련된 게 아니라 믿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 예술계는 동서양의 관계에 대해 심오하게 사유하는 문화가 만연했다. 중국에서 온 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일을 하고 싶었고 이렇게 다짐했다. 지금, 여기에서 이 시대의 이야기를 만들겠다고. 세계화 같은 거대한 담론은 제쳐두고, 내 눈앞에 있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면서 우주에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이 혼돈스럽게 느껴질 때마다 그 기억을 되새긴다. 예술은 막연히 미래를 탐험하는 것이라기보다 하나의 관점 안에서 더 큰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그는 1994년 이와키 해변에서 5개의 화약 퓨즈를 5킬로 길이로 설치해 폭죽을 터뜨렸다. 섬광이 지구의 윤곽 같은 모양을 그려냈고, 이는 훗날 퍼포먼스를 탐구하는 단초가 되었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 그는 이와키 마을 모든 가정의 불을 끄는 집단 행동을 선보이기도 했다.
화약이 그린 우주
“‘천지보다 먼저 태어난, 모호하지만 완전한 무언가가 있었다.’ 예술가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고 물질주의, 인간 본성의 악화 같은 20세기 인간의 문제를 고심하게 됐다. 이 문제들은 모두 내게는 외계의 일처럼 느껴졌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한 우주의 기원에 관한 한 문장이 해답의 단서가 되었다. 현실은 종종 구속적으로 느껴졌지만, 하늘의 별은 항상 안내등 같았으며 ‘우주 속의 구슬’들이 나를 비추었기 때문이다.”
1991년, 차이궈창은 도쿄 P3 Art and Environment에서 열린 첫 공공미술관 개인전 «원초적 불덩이»에서 처음 우주론적 용어를 고안했다. 지난 8월 21일, 두 달간의 막을 내린 개인전 «우주 속의 산책-원초적 불덩이 그 이후»는 다시 도쿄에서 30여 년 전의 다짐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예술 안에서는 정치와 이데올로기를 벗어나 누구든 개방적일 수 있으며, 우정을 쌓아갈 수 있다. 화약은 파괴와 재생을 동시에 표현하는 도구다. 나의 예술은 아름다움과 평화로운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화약을 활용한다. 팬데믹 이후 예술과 정치는 보수적인 경향을 띠고, 급속한 기술의 발전은 미래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때론 방향성을 상실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파괴 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을 볼 수 있다.” 그는 예술을 통해 세계와 관계 맺는 방법이 두 가지라고 말했다. 우주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타인들과의 구체적인 삶에서 세상을 이해하는 것. 그의 예술은 개념적인 것과 실용적인 것을 넘나든다. 그것이 인류에게 발전을 안겨준 도구로, 우주를 상상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한계 없이, 유유히.
안서경은 <바자>의 피처 에디터다. 이와키 해변에서 한낮의 폭죽놀이를 바라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Credit
- 에디터/ 안서경
- 사진/ ⓒ 생 로랑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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