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구는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폭염과 폭우, 극심한 가뭄까지 전례 없는 이상기후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는 중이다. 인류의 편리가 발생시킨 환경오염은 지구의 많은 것들을 희생시켰고, 이에 자연은 다양한 재해와 재난으로 응답하기 시작했다. 패션산업이 전 세계 탄소 배출의 10%를 차지하고 20%의 폐수를 발생시키며 심각한 환경오염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에 다수의 패션 하우스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행보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인류와 동물 그리고 환경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쏟는 로로피아나 역시 필환경 시대에 동참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섬유의 막대한 자원 낭비로 인한 오염을 막기 위해 니트웨어의 재고에서 추출한 재활용 캐시미어로 만든 ‘로로(Loro)’ 캡슐 컬렉션이 바로 그 결과다. 로로피아나는 섬유를 생산하는 데 있어 수직적인 과정을 거친다. 원재료인 캐시미어 섬유를 채취하는 것에서부터 하나의 제품이 완성되는 순간까지 모두 내부에서 철저히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물론 생물다양성과 지역 자연 보호를 위한 의식이 한데 모여 ‘로로’ 캡슐 컬렉션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순수 카디드 캐시미어(빗질을 하지 않은 채로 자른)로 완성된 니트웨어에서 연사를 다시 추출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스티치와 지퍼, 잠금 장치 등 부속품을 제거하고 원단을 컬러별로 나눠 깨끗하게 세척한 뒤, 실을 풀어 방적 부산물로 분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염색하지 않은 순수 캐시미어와 재활용한 캐시미어를 엮으면 ‘로로’ 컬렉션에 사용될 새로운 혼방 원단이 탄생한다. 이는 새 캐시미어 원단과 견주어도 품질 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다. 이번 캡슐 컬렉션의 주요 아이템은 스카프와 모자, 다양한 디자인으로 완성된 스웨터 4종이다. 재활용된 캐시미어 섬유(그레인 브라운, 퓨어 듄스, 레인 클라우드, 더스트 스카이)들이 혼합돼 차분하면서도 오묘한 느낌을 자아내는 멜란지 컬러 팔레트가 특징이다. “로로피아나에게 럭셔리는 타협이 없는 품질을 의미합니다.” 부회장인 피에르 루이지 로로피아나의 말처럼 로로피아나는 품질은 물론 환경에서도 지속가능한 럭셔리를 지향하는 하우스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