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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으로 사람을 치유하는 방법은?

매일 30분. 책을 낭독하는 누군가의 목소리에서 발견하는 것은, 사랑의 모양이다.

프로필 by BAZAAR 2023.07.19
<요즘 저는 아버지께 책을 읽어 드립니다>

<요즘 저는 아버지께 책을 읽어 드립니다>

 
 
바쁜 일상을 살며 우리는 누구나 마주할 미래를, 노년의 얼굴을 기꺼이 망각한다. 반대로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삶을 살게 된 이의 고백을 들으며 지난 삶을 되돌아볼 때도 있다. 주로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 우리의 태도는 현실의 실천과는 거리가 있고, 구도의 메시지를 취사선택하는 것에 가깝다. 
 
에세이집 <요즘 저는 아버지께 책 을 읽어 드립니다>의 저자 김소영은 제목처럼 날마다 책을 낭독해 아버지께 전한다. 13년 전 낙상 사고로 아버지의 신경이 마비된 이후 가족은 비극을 이겨내는 저마다의 방식을 터득한다. 그는 책의 치유 효과를 뜻하는 ‘비블리오테라피’라는 개념을 접하고, 책을 매개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아버지가 흥미로워할 내용을 살피고, 잘 전달될 방식을 고심한다. 
 
마케팅 컨설턴트로, 허스트중앙의 CEO 및 대표이사로 일해온 저자는 일하는 여성의 삶과 엄마, 그리고 누군가의 아내로 살아온 삶을 되짚으며 노년이 된 부모의 삶을 돌아본다. 성경 구절을 읽기도 하지만 비단 종교의 언어로 삶을 위안하기보다는, 사랑은 사소하고 분명한 행동에서 발한다는 사실을 친밀하게 알려주는 것이 이 책의 묘미.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겪게 될 때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도 남긴다. 
 
“십 수년 전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를 지켜보던 아파트 단지 감나무는 아직도 그 순간을 기억한다는 듯 올가을에도 생명력 가득한 짙은 주황색의 감들을 여럿 매달아 놓았다.” 
문장에서 마땅히 수고로운 일을 감수함으로써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개인의 얼굴을 본다. 계절과 시간은 흐르고, 삶을 매만지는 두 손은 부지런하다. 나와의 거리가 좁혀지는 어느 여성의 목소리를 듣는다. 

Credit

  • 에디터 / 안서경
  • 사진 / 김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