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저는 아버지께 책을 읽어 드립니다〉
바쁜 일상을 살며 우리는 누구나 마주할 미래를, 노년의 얼굴을 기꺼이 망각한다. 반대로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삶을 살게 된 이의 고백을 들으며 지난 삶을 되돌아볼 때도 있다. 주로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 우리의 태도는 현실의 실천과는 거리가 있고, 구도의 메시지를 취사선택하는 것에 가깝다.
에세이집 〈요즘 저는 아버지께 책 을 읽어 드립니다〉의 저자 김소영은 제목처럼 날마다 책을 낭독해 아버지께 전한다. 13년 전 낙상 사고로 아버지의 신경이 마비된 이후 가족은 비극을 이겨내는 저마다의 방식을 터득한다. 그는 책의 치유 효과를 뜻하는 ‘비블리오테라피’라는 개념을 접하고, 책을 매개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아버지가 흥미로워할 내용을 살피고, 잘 전달될 방식을 고심한다.
마케팅 컨설턴트로, 허스트중앙의 CEO 및 대표이사로 일해온 저자는 일하는 여성의 삶과 엄마, 그리고 누군가의 아내로 살아온 삶을 되짚으며 노년이 된 부모의 삶을 돌아본다. 성경 구절을 읽기도 하지만 비단 종교의 언어로 삶을 위안하기보다는, 사랑은 사소하고 분명한 행동에서 발한다는 사실을 친밀하게 알려주는 것이 이 책의 묘미.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겪게 될 때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