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바깥생활 vol.55 이토록 감각적인 광주의 카페들! 2년마다 열리는 광주비엔날레가 지난 4월 7일 시작되었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세상에 저항, 공존, 연대하는 예술의 힘을 경험하며 함께 들르기 좋은 광주의 감각적인 카페 3곳.
광주의 발리 오아시스
라운지 오아이씨 Lounge OIC 붉은색 융단이 깔린 진입 계단부터 범상치 않다. 2층으로 이어진 높은 계단을 올라가 중문 너머 대형 출입문을 열었을 때 하마터면 문을 다시 닫을 뻔했다. 도심 한가운데 갑자기 키 높은 야자수가 빼곡하고 투명한 바다가 흐르는 진짜 해변이 등장한 것. 캐주얼 다이닝 펍, 라운지 오아이씨의 힙한 공간 사진을 찍어 우붓의 비밀스러운 호텔이라 해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으리라.
무려 10톤의 모래를 깔았다는 라운지의 백사장에 촛불 무드등이 놓여 있고, 사람들은 중간중간 이어진 나무 테크로 오아시스를 가로지른다. 2층 아치형 구조의 테라스 장식과 바닥은 모두 자연스러운 목재로 마감했다.
라탄 가구와 이국적 수목이 어우러진 공간은 발리로 떠나온 듯한 기분을 준다.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건 통창 앞에 있는 수변 좌석이다. 원형 테이블과 소파가 물 위에 반쯤 잠겨 있는 구조인데, 바다 위 요트에 앉아 있는 듯하다. 오아시스에 섬처럼 떠 있는 나무테크는 저녁이 되면 라이브 공연 무대로 탈바꿈한다. 팝, 재즈, 퍼포먼스, 클래식 등
OIC 라이브 공연이 한 달에 두 번 열리며, 매주 금, 토요일 밤에는 턴테이블, LP로 진행하는 DJ의 바이닐 세션이 팔미라 바에서 이어진다. 매주 금, 토요일 밤에는 DJ의 바이닐 파티가 열린다
(i)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방울대로826번길 42 포플레이첨단 1층 레드카펫 출입구, 0507-1475-9912, 화~일요일 17:30~24:00(금, 토요일 1am까지), 발리 세트 75,000원, 나시짬뿌르 38,000원 칵테일 13,000원부터
라운지 오아이씨의 발리 시즌 메뉴. 사진 (c)Lounge OIC
지역 작가들의 카페 갤러리
복합 문화 라운지, 상업예술 식자재 마트, 헬스장이 들어선 동네의 평범한 상가 건물로 들어서며 미국의 금주령 시대에 밀수업자가 은밀하게 술을 팔던 스피키지 바를 떠올린다. 암호가 필요하지 않지만, 무광 유리로 마감한 두툼한 출입문을 열기까지 ‘이곳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자연스레 드는 것이다.
상업예술은 크게 각기 다른 분위기의 3가지 공간 으로 이루어져 있다. 프로젝터 영상이 공간을 시각적으로 채우는 곡선 형태의 갤러리 및 쇼룸이 있고, 안과 밖을 연결하는 고사목의 경계를 지나면 또 옥상과 마주한 카페 공간이 이어진다. 탁 트인 전면 창을 통해 옥외 정원 풍경을 바라보기 좋다. 바위와 그라스, 작은 나무 등으로 조경한
옥외 정원은 오로지 걷고 감상하는 공간이다. 옥상에서 고층 아파트의 가림막 역할을 하는 큰 벽면에는 박물관 전시 현수막처럼 대형 디자인 포스터를 설치했다. 상업예술은 매혹적 식음료 메뉴를 제공하는 힙한 카페로도 유명하지만, 신진 작가들의 전시, 스타트업 브랜드의 쇼케이스가 열리는 광주 지역 아티스트의 네트워킹 플랫폼이 되고 있다.
(i) 광주광역시 북구 양산제로 77 3층, 0507-1480-0782, 12:00~22:00, 커머스 커피 6,000원, 토마토바질 6,500원
노을이 환상적인 베이커리 카페
esc2 담양에서 광주를 지나 목포까지 잇는 영산강은 ‘광주의 나일강’이라 불릴 정도로 광주의 중요한 물길이다. 반면 광주를 가로지르는 강변은 평온하고 한적하기만 하다. 친수공원에서 나들이하던 주민, 자전거길을 달리던 사람들은 영산강 상류에 자리한 베이커리 카페, esc2에 들러 각자의 고유한 시간을 보내는 루틴이 일상이 되었다. 카페 이름은 이른바 무엇이든 원형으로 되돌리거나 벗어나게 해주는 컴퓨터 자판의 ‘탈출 글쇠’, 이스케이프(escape)에서 따왔다. 이름에서 연상되듯
복잡한 일상과 마음에서 탈출하는 휴식의 공간, 탈출의 자리를 의미한다. 무채색의 낮은 의자와 테이블, 미니멀한 구조의 바는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고, 바깥의 자연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수변 앞 널찍한 잔디 테라스, 콘크리트로 마감한 비정형의 뒤뜰 정원, 모든 가구를 전면 창을 향해 배치한 실내 공간과 선베드가 놓인 루프톱 등 구석구석에서 호젓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노을 시간대에는 옥상에서 낙조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인기가 많다. (i) 광주광역시 광산구 풍영정길 241-2, 062-525-8821, 10:00~24:00, 후추크림라테 6,300원, 블랙카스테라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