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진이 속 보인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Celebrity

은진이 속 보인다

속 보이는 안은진은 주변까지 환하게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다.

BAZAAR BY BAZAAR 2023.04.29
엉큼한 마음이 들여다보인다는 의미 말고 겉과 속이 다름이 없어 환하게 보인다는 뜻이다. 속 보이는 안은진은 주변까지 환하게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다. 
 
데님 오버올은 Ellon Arc. 튜브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데님 오버올은 Ellon Arc. 튜브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안은진 하면 아직도 ‘추민하’(〈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맡은 배역 이름)를 떠올리게 되는데, 배우로서 한 역할로 강력하게 각인된다는 건 축복일까 굴레일까? 
저희 소속사 대표님은 아직도 제가 전화하면 “어, 추추~” 이렇게 받으신다.(웃음) 저는 너무 좋다. 그만큼 잘했다는 거고, 잘 어울렸다는 거고, 그걸로 사람들 마음에 다가갈 수 있었다는 거니까. 게다가 그렇게 예쁘고 건강한 캐릭터로. 사실 저라는 사람은 그렇게까지 멋있지 않거든. 이보다 이미지메이킹이 잘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웃음) 그런 밝고 건강한 캐릭터를 또 잘할 거라고 믿어주시는 거고, 또 그것과 다른 캐릭터를 했을 때 ‘어? 이것도 잘하네?’ 해주신다면 그 또한 완전 득템 아니겠나!
4월 말에 방영되는 드라마 〈나쁜 엄마〉에서 맡은 미주라는 역은 어떤 캐릭터인가? 
사실 미주는 준비할 때 좀 편안했다. 실제 저와 싱크로율이 비슷해서다. 태어났을 때부터 한 남자에게만 쭉 꽂혀서 계속 짝사랑하는 역할이고. 더 좋았던 부분이 미주는 인생이 안 풀린다고 해도 늘 자존감이 높고 긍정적이다. 왜 우리가 도망을 가야 되냐고, 이별 통보를 받았을 때도 슬픔에 잠식되어 있지 않고 당차게 일어나고. 대본에 다 표현돼 있어서 대본대로만 잘 임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라미란, 이도현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미란 언니와는 전 작품을 같이 해서 언니가 슛 들어가기 전과 후에 어떻게 돌변(?)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슛 들어가기 직전까지 사람을 웃겨놓고 혼자 저렇게 집중을 한다고? 놀래키는 스타일거든. 근데 도현이는 미란 언니와는 처음이니까 좀 당황했었나 보더라. 극 중 엄마니까 진지한 신을 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들어갔는데, 언니는 그냥 같이 놀다가 뿅 하고 들어가서 막 쏟아내버리니까. 근데 나중에 도현이도 거기에 적응을 해서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주더라. 그럴 때마다 전 정신 차려야 된다, 이 무서운 사람들한테 말리면 안 된다, 하면서도 돌아보면 또 계속 웃고 떠들더라. 현장이 너무 재밌었다. 나중에 나올 메이킹 영상이 살짝 두려울 정도로.(웃음)
 
올해만 〈나쁜 엄마〉에 이어서 〈연인〉까지 연달아 찍고 있다.
〈연인〉은 너무 너무 얘기하고 싶은 게 많다. 사극인데 대본이 정말 좋다. 황진영 작가님이라고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을 쓰신 작가님인데, 정말 거대하고 웅장한 서사이면서도 눈물 나는 한 사람의 성장기다.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연에 대한 이야기다. 시작은 아주 당돌하고 안하무인인, 자기밖에 모르는 애기씨인데 그녀가 전쟁과 사랑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과정이 정말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작품이 될 거다. 감정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야 하는 마음과 그러면서도 삶에 대한 의지를 절대 놓지 않는, 굉장히 강한 여성으로 성장한다. 이걸 보는 모두가, 또 저 역시도 생에 대한 의지를 같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찍고 있다.
이렇게 연달아 작품을 할 때,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서 어림짐작을 해보자면, 현장에 따라 적응과 변신이 너무 어렵지 않은 쪽이어야 가능한 일일 것 같다. 배우로서 안은진은 어떤 역할에 빨리 빠져나오고 훅 들어가는 편인가?
초반에 적응하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그래도 운 좋게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걱정할 만한 요소들이 현장에 가면 다 해결되는 곳만 만나서 그게 잘됐던 것 같다. 가기 전에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어떡하지?’ 걱정도 많은데, 가면 또 되는 걸 보고 ‘이렇게 우주의 기운이 나를 위해 도와주는구나’ 할 때가 많았다. 그렇게 쌓인 힘이 잘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20대 초반에 연기과 진학하고 ‘난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하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지?’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본인이 잘 못하는 것과 편안하게 하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어떤 걸 잘 못하고, 어떤 걸 편안하게 하게 되던가?
여전히 잘 못하는 건 화를 막 분출하는 역할. 그런 건 늘 어렵더라. 20대 초반에는 뭔가 이분법적으로 나누려고 하는 게 있었던 것 같다. 뮤지컬을 꿈꿀 때도 만약 〈지킬 앤 하이드〉라고 한다면, 주변에서도 넌 루시가 어울려 혹은 엠마가 어울려, 이렇게 두 가지로만 정의하니까. 살다 보면 꼭 그렇게만 정의할 수 없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잖나. 난 루시도 어렵고 엠마도 어려운데 뭘 해야 할까, 그런 고민이 많았는데, 갈수록 생각이 바뀐다는 게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자기계발서라든지 〈세바시〉 같은 영상을 참 좋아하는데(웃음) 거기서도 그렇게 말하더라고. 변한다는 걸 받아들이는 데에서 오는 편안함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나는 바뀌어왔고, 계속 바뀌는 중이다.
 
레더 재킷은 Iro. 데님 쇼츠는 Insilence. 베레는 Grace Life. 벨트로 활용한 타이는 Bellnouveau.

레더 재킷은 Iro. 데님 쇼츠는 Insilence. 베레는 Grace Life. 벨트로 활용한 타이는 Bellnouveau.

개인적으로 안은진은 어떤 작품에서든 별 고민 없이 자연스럽게 극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있는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이런 감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너무 감사한 칭찬 같다. 그 캐릭터로 잘 놀고 있다고 봐주시는 것 같아서. 들어가기 전에는 늘 너무 긴장을 하고 ‘공부해야지, 은진아, 공부해야지, 정신 차려야지’ 하면서 다그치는데 막상 또 현장 가면 결국 그 고민 끝에 닥치는 걸 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다 건강하고 행복하자고 하는 일인데, 즐겁게 임해야지.
스스로를 엄청나게 갈아 넣고 완전히 치열하게 몰입해야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니까?
사실 그런 걸 저도 한번 해보려고 했다.(웃음) 제가 팀 사람들과 너무 재밌게 놀고 그러니까 〈한 사람만〉이라는 작품 할 때는 감독님한테 저 이제 현장에서 좀 말이 없고 제 세계에 빠져있어도 오해하지 말아주시고, 상대 배우와도 역할이 가까워질 때 그때 가까워지겠다, 그래도 이해해달라고. 근데 막상 “아유~ 식사는 하셨어요~?” “어디 아픈 덴 없고?” 막 이렇게 되더라.(웃음) 안 된다, 천성이.
안은진의 또 다른 수식어로 빼놓지 않고 나오는 게 ‘한예종 전설의 10학번’일 거다. 이거 혹시 지겨운가?
전혀. 탑승해서 끝까지 가야지. 잊혀질 만할 때쯤 여기로 또 탑승하고.(웃음) 얼마 전에도 친구들 공연 보러 갔는데, 저희 학번이 다양하게 활동하는 친구들이 되게 많다. TV 나오는 유명한 배우들만 있는 게 아니라 공연에서 열심히 하는 친구들도 많고. 지금 잘 안 보이는 친구들이 한 10년 후를 책임져주면 그때 또 거기 탑승해서 10년 가고, 그럴 계획이다.(웃음) 농담이고, 동기들이 어디서나 보이니까 저는 에너지를 정말 많이 받는다.
한예종 1학년 때도 수업 빼먹고 안 끼려고 뺀질거리기도 하다가 2학년이 되고 편하고 재미있어졌다고. 작품 전에 고민 많이 하다가도 현장 가서 해내고, 이게 안은진의 방식이 아닐까 싶었다. 좌절은 하되 절망까지 가지 않는다. 받아들이고 자기 걸로 승화한다. 그 위에서 나는 나대로 놀아본다?
흠, 맞는 것 같다. 밑바닥을 찍지는 않는 것 같다. 대신 “얘들아 나 힘들어” 찡찡대는 스타일인데(웃음) 친구들이 위로를 너무 잘해줘서, 제가 워낙 또 귀가 얇아서 말해주는 곧이 곧대로 금방 헤어나오는 것 같다. 너무 하소연 많이 하면 친구들이 질릴까 봐 조금씩 나눠서 한다. 찡찡이들이 버림 안 받으려고 그런 배분은 또 잘한다.(웃음)
 
볼캡은 Bellnouveau. 스트라이프 톱, 레더 재킷은 Golden Goose. 와이드 롤업 팬츠는 Patou. 슈즈는 Off-WhiteTM.

볼캡은 Bellnouveau. 스트라이프 톱, 레더 재킷은 Golden Goose. 와이드 롤업 팬츠는 Patou. 슈즈는 Off-WhiteTM.

서른둘이다.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생각은 어떻던가?
40대 때부터는 얼굴에 책임을 져야 된다고 그러더라. 배우라는 직업은 특히 더. 20대는 뭔가 예쁘고 반짝반짝한 걸로 가려질 수 있다면, 나이가 들수록 점점 어떤 사람인지가 얼굴에 드러나게 된다고. 어렸을 때부터 그게 제일 무섭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안이 건강해야만 좋은 얼굴이 된다는 걸 늘 생각한다. 누굴 미워하는 데 에너지 쓰지 말자, 건강하고 예쁜 생각 많이 하자, 좋은 것 더 많이 보자, 같은 생각. 배우로서 또 어떤 경험들이 쌓여서 어떤 연기를 하게 해줄까, 기대감도 큰데 한편으로는 주변 친구들이 자꾸 결혼을 하니까 조급해지기도 하고. 그런 현실적인 것들이 공존하는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인 것 같다. 흔들리는 30대 초반.
앞으로는 뭘 해보고 싶나?
최근에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라는 작품을 보면서 진짜 너무 너무 좋았다. 멀티버스의 이 산만한 이야기로 갑자기 이렇게 심장을 쿡 찌르는 연기를 하다니, 계속 놀라워하면서 봤다. 나이 들면서 느끼고 경험하는 것들을 그런 연기로 풀어낼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그게 제일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상황을 한번 상상해보자. 안은진이 나온 작품을 보고 나와서 사람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 안은진에 대해 사람들이 뭐라고 얘기를 한다. 어떤 얘기가 들려오면 좋을 것 같나?
“너무 재밌게 연기하지 않아?”라고 말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저는 늘 목표가 연기력 논란만 피하자, 작품에 피해만 주지 말자, 그거거든. 논란 없이 그냥 무난하게 넘어가면 이번에도 잘 넘어갔구나, 지나갔구나 하는데 그 사람 나오면 너무 재밌어, 너무 재미있게 연기해, 이런 말 들으면 제일 뿌듯할 것 같다. 그게 나한테는 잘한다는 최고의 칭찬 같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어떤 사람인지가 얼굴에 드러나게 된다고. 어렸을 때부터 그게 제일 무섭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안이 건강해야만 좋은 얼굴이 된다는 걸 늘 생각한다. 누굴 미워하는 데 에너지 쓰지 말자, 건강하고 예쁜 생각 많이 하자, 좋은 것 더 많이 보자, 같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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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프리랜스 에디터/ 성영주
    사진/ 김희준
    헤어/ 이일중
    메이크업/ 조은정
    스타일리스트/ 김현경,정기빈
    어시스턴트/ 허지수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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