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배명훈이 7년 만에 선보인 단편집. 과잉생산의 시대에 돈 쓰는 능력만 있는 로봇, 침이 튀기는 격음과 경음이 사라진 팬데믹 이후의 미래 등 작가의 독특한 세계관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단편 9편이 실렸다. 작가는 한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썼던 것들을 돌아봤을 때 SF에서 ‘경이감’이라고 하는 느낌을 잘 담고 있는 작품”을 뽑았다고 설명했는데, 작품마다 경이감을 줄 뿐만 아니라 웃기기까지 하다. 9편 모두 작가 노트가 에필로그처럼 붙어있어 SF 입문자에게 더욱 추천한다.

〈종이 동물원〉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켄 리우는 SF 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다.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는 켄 리우의 미출간 소설 11편을 엄선해 엮은 단편집. 임진왜란과 명청교체기에서부터 근미래까지 다양한 시대와 소재를 활용한 대체역사, 실크펑크, 스팀펑크, 사이버펑크 등 다양한 장르의 단편을 만날 수 있다. 임진왜란을 명나라의 만력제와 이여송을 중심으로 풀어낸 〈북두〉에는 이순신의 활약상과 함께 거북선이 묘사되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문장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작가답게 밑줄 긋고 싶은 반짝이는 문장이 많다.

자이언트북스가 매력적인 소설가들을 픽해 한 자리에 모았다. 일 년에 한 번, 매해 첫 달에 출간되는 자이언트북스의 앤솔러지 시리즈 ‘자이언트 픽’이다.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는 ‘자이언트 픽’으로 선보이는 첫 작품집. 이유리, 김서해, 김초엽, 설재인, 천선란, 믿고 보는 다섯 작가가 쓴 SF 소설을 만날 수 있다. 노란색 바탕에 분홍색 하트가 그려진 책 커버가 봄과 잘 어울린다. 표제작인 이유리 작가의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진분홍색 기체로 물질화해 전이할 수 있다는 설정. 감정을 기체로 묘사한 장면이 묘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