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 샤넬 2023 F/W 컬렉션. 2 카멜리아 모티프의 헤어핀을 한 모델의 뒷모습까지 눈길을 끌었다. 4 일괄적인 형태를 지닌 까멜리아는 핸드백으로도 환생했다. 5 섬세한 비즈 장식부터 그래픽적 패턴을 입은 까멜리아 모티프. 6 피날레의 붉게 물든 커다란 까멜리아에는 불꽃처럼 불타는 열정이 담겼다. 7 이네즈와 비누드가 촬영하고 배우 고마츠 나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상이 이번 컬렉션에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8 샤넬의 아이콘이 된 까멜리아 장식이 룩 전체를 뒤덮었다. 9 가브리엘 샤넬이 즐겨 하던 화이트 까멜리아가 블랙 수트를 장식했다. 10 슈즈에도 피어난 까멜리아. 11,12 백스테이지의 풍경 역시 왠지 모를 화사함이 묻어난다.
이 까멜리아가 올해 100주년을 맞이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3월 파리에서 펼쳐진 2023 F/W 샤넬 컬렉션의 런웨이 한가운데엔 커다란 화이트 까멜리아 한 송이가 활짝 피어난 채 게스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까멜리아는 단순한 주제를 뛰어넘은 샤넬 하우스의 영원한 코드다”라는 버지니 비아르의 말처럼. 포토그래퍼 이네즈와 비누드가 촬영하고 배우 고마츠 나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흑백 영상은 쇼장 입구에서부터 무대의 까멜리아에 오버랩되고 있었다. 쇼가 시작되자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면모의 까멜리아는 포켓, 재킷, 버튼 그리고 로맨틱한 프린트 속에서 피어나며, 컬렉션 전체에 잔잔하고도 경쾌한 느낌을 더해주었다. 자칫 지나치게 여성스러울 수 있는 플라워 모티프를 보다 모던하게 만들어준건 중성적인 아이템과 정형화되지 않은 실루엣, 장인들의 섬세한 손길 덕이었다. 비스듬한 앞면의 버뮤다 쇼츠 수트, 비대칭 실루엣 코트와 슬릿이 들어간 드레스, 비즈와 시퀸을 사용한 니트웨어 등에서 섬세하면서도 역동적인 버지니 비아르의 터치를 느낄 수 있었다. 블랙, 화이트, 여러 가지 톤의 핑크가 등장하는 컬러 팔레트 역시 절제된 화려함을 머금고 있었다. 피날레에서 붉게 물든 까멜리아는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처럼 열정적인 사랑을 외치는 듯했다. 가브리엘 샤넬이 생애 이루지 못한 비밀스러운 사랑(화이트 까멜리아의 꽃말)을 뒤로한 채 그녀의 패션적 삶과 성공을 예찬하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