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사자처럼 용맹하게

샤넬의 독창적인 아름다움이 녹아든 ‘리옹 솔레르 드 샤넬’ 하이 주얼리 컬렉션.

프로필 by 김영서 2024.03.08
가브리엘 샤넬에게 사자는 삶을 이어나갈 힘을 주는 존재였다. 1883년 8월 19일, 12개 별자리 중 왕인 사자자리에 태어난 샤넬은 사자처럼 본능적이고 활기가 넘쳤다. “사자자리를 타고난 저는 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자처럼 발톱을 드러내기도 하죠. 하지만 제가 상처 입을 때보다 남에게 상처 줄 때 더 힘들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라며 강인하면서도 여린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런 샤넬은 오랜 연인이었던 보이 카펠이 1919년 불의의 사고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며 깊은 상실감에 빠졌다. 훗날 그녀는 “카펠을 잃었을 때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채울 길 없는 공허를 남기고 카펠은 떠났다”라고 그리움을 표현 했다. 상실의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샤넬은 파리를 떠나 베네치아로 향했다. 그곳에서 마주한 베네치아의 수호신, 사자상은 그녀에게 살아갈 용기를 불어넣었고 일생일대의 영감이 되었다. 이후 평생의 연인이라 여긴 보이 카펠의 자리를 대신하듯 사자 형상은 늘 샤넬과 함께였다. 샤넬이 머물던 깡봉가 31번지 아파트의 데스크에는 사자 조각상이 올려져 있었고, 샤넬의 상징인 트위드 재킷에도 사자 모티프 단추로 장식했다.

그렇게 샤넬을 상징하는 동시에 수호신이었던 사자는 2012년 샤넬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선보인 ‘수 르 신느 뒤 리옹’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시작으로 사자를 주제로 한 컬렉션을 이어갔으며, 2024년 ‘리옹 솔레르 드 샤넬’ 컬렉션을 통해 또 한 번 사자의 위엄과 샤넬의 아이덴티티를 표출한다. 이번 컬렉션은 네크리스 1개, 링 2개, 이어링 3개로 총 5개의 새로운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사자 머리에는 마퀴즈 컷 다이아몬드로 갈기를 표현했는데, 입체적 라인을 강조해 생동감 넘치며 황홀한 빛을 뿜어낸다. 태양처럼 강렬한 사자의 기세는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가브리엘 샤넬의 인생을 상징하며 샤넬 하이 주얼리의 아이코닉한 모티프로 자리 잡았다. 샤넬이 전하고자 하는 사자의 수많은 면모 중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찬란한 다이아몬드로 둘러싸인 사자의 깊은 눈매를 마주하면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Credit

  • 에디터 김영서(미디어랩)
  • 디지털 디자인 민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