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느 23 F/W 컬렉션 생생한 현장 속으로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셀린느 23 F/W 컬렉션 생생한 현장 속으로

지난 12월 8일, 로스앤젤레스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윌턴극장에서 열린 셀린느의 2023 F/W 컬렉션 쇼. 에디 슬리먼식으로 풀어낸 인디 슬리즈(Indi Sleaze) 스타일이 눈과 귀를 사로잡은 그날의 현장 속으로.

BAZAAR BY BAZAAR 2023.01.27
공식 패션위크 일정보다 한 발 앞서 진행된 셀린느의 2023 F/W 컬렉션 쇼가 시작되기 전, 저널리스트 리지 굿맨(Lizzy Goodman)과 에디 슬리먼의 인터뷰가 공개되었다. 리지 굿맨은 2000년대 초반 뉴욕의 음악 신을 다룬 책 〈Meet Me in The Bathroom〉의 저자로, 이 책은 다큐멘터리 영상으로도 제작돼 지난달 미국에서 상영된 바 있다. 에디 슬리먼과 리지 굿맨의 인연 역시 에디가 이 다큐멘터리의 특별 포스터 제작을 맡으면서 시작되었다고. 2000년대 초반, 디올 옴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패션계에 존재감을 드러낸 에디 슬리먼은 그 당시 뉴욕의 음악 신을 대표하는 록 뮤지션들, 스트록스, 리버틴스, 프란츠 퍼디난드, 킬러스 등의 무대 의상을 담당하기도 했다. “앨범 커버 속 무대 의상을 보며 남성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무대 의상이 아니었더라면 패션에 절대적인 이끌림을 느낄 수 없었을 거예요. 저에겐 음악이 항상 먼저였고, 패션은 그 음악을 받쳐주는 존재로서 음악에 대한 제 애정을 극대화 시켰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에디가 말했다. 이렇듯, 음악과의 밀접한 관계는 그의 창작에 원천이 되었고 패션과 언더그라운드의 재능 있는 뮤지션을 이어주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이번 쇼가 열린 윌턴극장 역시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인연이 깊은 장소다. 윌턴은 윌셔 블러버드와 웨스턴 애비뉴 거리의 교차로에 자리해 지어진 이름으로, 1931년 건축가 스틸즈 O. 클레먼츠(Stiles O. Clements)에 의해 12층 높이의 펠리시에(Pellissier) 건물과 인접하게 지어졌다. 이곳은 본래 보드빌 극장으로 설계되었지만, 영화사 워너 브라더스의 웨스턴 극장으로 개장했다. 쉽게 눈에 띄는 청록색 테라코타 장식의 건물은 미국 내 아르데코 건축의 좋은 예로 꼽힌다. 철근 콘크리트의 외관은 좁은 창문과 수직 네온사인이 차양을 비추는 것이 특징. 윌턴극장의 내부는 G. 앨버트 랜스버그(G. Albert Lansburgh)가 디자인한 화려한 벽화와 장식용 석고, 타일 작품이 눈길을 끈다. 그 중 햇살이 눈부시게 비추는 듯한 천장 장식은 극장 내에 존재하는 아르데코 작품 중 가장 유명하다. 개관 이래로 윌턴극장은 여러 변화를 겪었지만 오늘날에도 그 유명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프린스(1986), 제임스 브라운(1991), 닐 영(1999), 니나 시몬(2000), 밥 딜런 (2002), 롤링 스톤스(2002), 에이미 와인하우스(2007), 스트록스(2019, 2016), 패티 스미스(2022, 2016, 2012)와 같은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펼쳤다. 
 
윌턴극장을 장식한 셀린느의 ‘C’ 로고 풍선들.

윌턴극장을 장식한 셀린느의 ‘C’ 로고 풍선들.

쇼가 끝난 뒤 이어진 이기 팝의 공연.

쇼가 끝난 뒤 이어진 이기 팝의 공연.

저에겐 음악이 항상 먼저였고, 패션은 그 음악을 받쳐주는 존재로서 음악에 대한 제 애정을 극대화시켰습니다.- 에디 슬리먼 
 
에디 슬리먼은 이번 컬렉션에 ‘Age of Indieness’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이는 그가 Y2K 패션을 이을 트렌드로 지목된 인디 슬리즈 스타일(Indi Sleaze Style, 1980년대의 맥시멀리즘과 1990년대의 그런지 룩이 한데 뒤섞여 다소 꾀죄죄해 보이고 어딘지 혼란스러워 보이는 패션으로 2000년대 후반에 유행했다)을 컬렉션에 담았다는 얘기다. 당시 인디 슬리즈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으로는 스카이 페레이라, 피트 도허티, 시에나 밀러, 케이트 모스, 알렉사 청이 있었다. 이를 대변하듯 2000년대 개러지 록 리바이벌 열풍과 전성기를 주도한 록 밴드,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의 ‘Hello Operator’가 쇼의 사운드트랙으로 흘러나왔고, 런웨이 직후엔 이기 팝(Iggy Pop), 스트록스(The Strokes), 인터폴(Interpol) 그리고 DJ 더 킬스(The Kills)의 라이브 공연이 펼쳐졌다.
자, 그렇다면 에디 슬리먼식으로 재해석된 인디 슬리즈 스타일은 어떠했을까?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록스타의 낮과 밤’ 그 자체. 컬렉션은 남성복, 여성복의 구분 없이 총 87개의 룩으로 구성되었고, 골드 버튼이 장식된 테일러링 피스, 에디 특유의 시가렛 팬츠와 스키니 진, 보헤미안 감성의 액세서리가 한데 어우러져 2000년대 향수를 떠올리게 했다. 피날레에는 금빛 깃털로 장식한 페이크 퍼 재킷, 반짝이는 미니 드레스, 과감한 컷아웃 디테일이 돋보이는 이브닝드레스가 등장했는데 모두 록스타가 밤 문화를 즐길 때 입을 법한 것들이었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은 건 인디 슬리즈의 시대정신을 오롯이 담고 있는 남성복 퍼레이드다. 퀸(Queen)의 프레디 머큐리를 오마주한 듯한 골드 트림 장식의 레드 재킷과 가죽 팬츠의 조합, 영국의 인디 록 밴드 악틱 몽키즈나 오아시스를 연상케 하는 화이트 셔츠와 느슨한 타이의 매치, 2000년대를 풍미한 팝 가수 프린스가 즐겨 입던 블랙 파워 수트의 21세기 버전을 만나볼 수 있었다. 아울러 셀린느가 엄격한 모피 금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모든 퍼 제품은 시어링 소재로 완성되었고, 쿠튀르 재킷과 드레스는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했다고.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인연이 깊은 윌턴극장의 외관과 아르데코 무드가 느껴지는 인테리어.세계적인 뮤지션들과 인연이 깊은 윌턴극장의 외관과 아르데코 무드가 느껴지는 인테리어.세계적인 뮤지션들과 인연이 깊은 윌턴극장의 외관과 아르데코 무드가 느껴지는 인테리어.세계적인 뮤지션들과 인연이 깊은 윌턴극장의 외관과 아르데코 무드가 느껴지는 인테리어.
전형적인 인디 슬리즈 룩을 입은 채 애프터 파티를 즐기고 있는 모델 룰루 테니(Lulu Tenney).

전형적인 인디 슬리즈 룩을 입은 채 애프터 파티를 즐기고 있는 모델 룰루 테니(Lulu Tenney).

에디 슬리먼은 이번 컬렉션에 ‘Age of Indieness’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이는 그가 Y2K 패션을 이을 트렌드로 지목된 인디 슬리즈 스타일(Indi Sleaze Style, 1980년대의 맥시멀리즘과 1990년대의 그런지 룩이 한데 뒤섞여 다소 꾀죄죄해 보이고 어딘지 혼란스러워 보이는 패션으로 2000년대 후반에 유행했다)을 컬렉션에 담았다는 얘기다. 당시 인디 슬리즈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으로는 스카이 페레이라, 피트 도허티, 시에나 밀러, 케이트 모스, 알렉사 청이 있었다. 이를 대변하듯 2000년대 개러지 록 리바이벌 열풍과 전성기를 주도한 록 밴드,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의 ‘Hello Operator’가 쇼의 사운드트랙으로 흘러나왔고, 런웨이 직후엔 이기 팝(Iggy Pop), 스트록스(The Strokes), 인터폴(Interpol) 그리고 DJ 더 킬스(The Kills)의 라이브 공연이 펼쳐졌다.
자, 그렇다면 에디 슬리먼식으로 재해석된 인디 슬리즈 스타일은 어떠했을까?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록스타의 낮과 밤’ 그 자체. 컬렉션은 남성복, 여성복의 구분 없이 총 87개의 룩으로 구성되었고, 골드 버튼이 장식된 테일러링 피스, 에디 특유의 시가렛 팬츠와 스키니 진, 보헤미안 감성의 액세서리가 한데 어우러져 2000년대 향수를 떠올리게 했다. 피날레에는 금빛 깃털로 장식한 페이크 퍼 재킷, 반짝이는 미니 드레스, 과감한 컷아웃 디테일이 돋보이는 이브닝드레스가 등장했는데 모두 록스타가 밤 문화를 즐길 때 입을 법한 것들이었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은 건 인디 슬리즈의 시대정신을 오롯이 담고 있는 남성복 퍼레이드다. 퀸(Queen)의 프레디 머큐리를 오마주한 듯한 골드 트림 장식의 레드 재킷과 가죽 팬츠의 조합, 영국의 인디 록 밴드 악틱 몽키즈나 오아시스를 연상케 하는 화이트 셔츠와 느슨한 타이의 매치, 2000년대를 풍미한 팝 가수 프린스가 즐겨 입던 블랙 파워 수트의 21세기 버전을 만나볼 수 있었다. 아울러 셀린느가 엄격한 모피 금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모든 퍼 제품은 시어링 소재로 완성되었고, 쿠튀르 재킷과 드레스는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했다고.
 
파티에서 포착한 인디 슬리즈 키즈들. 그런지한 무드의 록시크 스타일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파티에서 포착한 인디 슬리즈 키즈들. 그런지한 무드의 록시크 스타일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대 위에서 존재감을 빛낸 셀린느의 엠블럼.

무대 위에서 존재감을 빛낸 셀린느의 엠블럼.

셔츠와 느슨한 넥타이, 에디 특유의 멘즈 룩을 입은 게스트들.

셔츠와 느슨한 넥타이, 에디 특유의 멘즈 룩을 입은 게스트들.

에디 슬리먼은 리지 굿맨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디 슬리즈 시대를 다시 불러온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디올 옴므 시절의 디자인과 록 신을 담은 제 사진 작업물을 돌아보았어요. 이 인디 슬리즈 시기가 소셜미디어, 특히 틱톡에 언급되기 시작한 것도 몇 년이 지났죠. 우리 모두가 음악, 패션, 문학, 사진을 통해 인디 슬리즈의 정의를 확립하고 있을 때 지금 세대가 태어났고요. 항상 그래왔듯 한 사이클이 지난 지금, 새로운 세대가 이를 돌이켜보았을 때 영감을 받고 그들만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데 적합한 시기라고 느꼈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변화를 마주하며 새로운 인디 시대와 맞물려 간다는 게 꽤 흥미롭게 다가왔죠. 강력하게 자신을 인용하고, 20년 전을 돌아보고, 그것이 자신을 여전히 정의하고 있음을 받아들이며 원시적이면서도 새로운 고전주의를 받아들이는 것에는 영구성과 반복성이 존재합니다.”
에디 슬리먼은 새로운 F/W 컬렉션을 통해 자신의 강력한 정체성을 다시금 되새겼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애정하며, 영구성을 지닌 패션 연대기의 한 조각을 동시대로 가져와 런웨이에 풀어놓는 것. 그리고 프런트 로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본 에디의 VIP들, 신디 크로퍼드, 패리스 힐튼, 커트니 콕스, 브리 라슨, 도자 캣, 키드 쿠디, 스카이 페레이라 등이 그 순간을 함께하며 환호했음은 물론이다. 공연은 또 공연으로 이어졌고, 상의를 탈의한 채(그의 콘서트처럼)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인 이기 팝의 퍼포먼스에 L.A의 밤은 더욱 달아올랐다.
 
항상 그래왔듯 한 사이클이 지난 지금, 새로운 세대가 이를 돌이켜보았을 때 영감을 받고 그들만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데 적합한 시기라고 느꼈습니다. - 에디 슬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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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진선
    사진/ Courtesy of Hedi Slimane, ⓒ Celine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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