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걸로 유명해지는 법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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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걸로 유명해지는 법

“‘좋아요’는 사랑이다. ‘구독’은 인정이다. ‘알림설정’은 약속이다.” 인류학자 정연욱은 오늘날 성공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경로가 유명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관종의 시대, 모두가 유명을 욕망한다. 단지 어떻게 유명해지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는 SNS를 무대로 인정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MZ세대를 세 가지로 분류했다. 물질파, 육체파, 정신파. 당신은 어느 쪽인가? 어떤 종류의 유명세를 갈구하는가?

BAZAAR BY BAZAAR 2022.11.03
 
그들은 온라인 유명세로 벌어들인 돈과 권력으로 누릴 건 누리되 인간적인 위안은 오프라인 관계에서 찾는다. 나이가 많거나 사회 경험이 풍부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MZ세대일수록 이러한 삶의 태도를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다고 느꼈다. 기성세대가 아무리 ‘관종이란 무엇인지’ 분석한대도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겐 생존의 문제이니까.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까지〉를 쓰면서 총 16개월 동안 2천 명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한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3백25명을 만나서 인터뷰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어떻게 하면 유명해질 수 있나?
일단 타인의 반응과 행태에 집중해야 한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지 정량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어떤 콘텐츠를 올렸을 때 ‘좋아요’가 달리고 ‘팔로어’가 느는지, 나와 비슷한 콘셉트의 경쟁자는 누가 있고, ‘조회수’는 어떻게 다른지. 두 번째로, 성공한 ‘유명인’을 참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의 피드에 들어가 스크롤을 쭉 내려보라. 그 사람의 초기 콘텐츠가 보일 텐데 아마 생각보다 소박할 확률이 높다.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을 유추해보라. 눈으로만 훑지 말고 하나하나 적어보면 더 좋다. 내가 닮고 싶은 롤모델의 과거를 찾아보라. 패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걸 하겠다는 마인드를 버리고 사람들이 원하는 걸 해야 한다.
지금은 MCN 회사의 대표인 유명 유튜버를 만난 적 있는데, 인기의 비결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같은 시간 올라가는 콘텐츠”라고 하면서 ‘성실성’을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모아야 한다. 업데이트가 없으면 인플루언서 스스로도 쫓기는 느낌을 받더라. 창작의 고통인 셈이다. 아무튼 꾸준히 올리다 보면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빵 터지기도 한다. 내가 만난 한 인플루언서는 전혀 예상치 않았던 ‘3만원으로 명품 느낌 내기’ 류의 포스팅이 티핑 포인트가 되었다. 결국 안타가 많아야 홈런으로 연결된다.
어마어마한 조회수와 팔로어 뒤에는 무엇이 있던가?
온라인에서 보이는 면면은 극히 일부라는 것.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나인원에 살면서 매일 파인다이닝 후기를 올리는 인플루언서와 등촌동 월세에 살면서 빠듯한 예산으로 디저트 탐방을 다니는 인플루언서의 유명세가 과연 동일한 성질일까. 인터뷰를 통해서 유명한 사람도 만났지만 유명해지고 싶은 이들도 많이 만났다. 명품 언박싱 콘텐츠를 찍고 다시 명품을 포장해서 환불하고, 그렇게 작업하는 인플루언서도 있었다. 백조의 딜레마라고 할까. 유명해지기 위해서 수면 아래에서 엄청난 발길질을 하는 이들을 보면서 인간적인 비애도 느꼈다.
모두가 유명세를 갈구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능 프로 〈라디오스타〉에서 배우 류승수가 말한 뒤 밈이 된 문장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를 지향하는 쪽도 있지 않나.
물론 그렇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요즘 같은 시대는 유명해지는 것이 곧 돈이 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엠마 왓슨이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이 무엇이 될 건지 말지를 결정하려 드는 사람과는 가까이하지 마라.” 유명세와는 정반대되는 말이다. 유명해지려면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어 모아야 한다. 말하자면 유명세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를 타인의 결정에 맡기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쉽다. 일반인들은 돈이 없기 때문에 유명해지려고 하는 측면도 있다. 돈이 많으면 당연히 나를 몰라도 아쉬울 게 없겠지. 아이러니하지 않나. 결국 이 말을 한 엠마 왓슨도 세계적인 유명인사다.
얼마 전, 서울대 공대 연구팀이 발표한 ‘2090년 사회 계급도’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0.001%의 플랫폼 소유주와 0.002%의 플랫폼 스타가 세상을 지배하고 그 아래는 AI 로봇이 차지하며 가장 하위에 99.997%의 프레카리아트라 불리는 일반시민이 있다는 분석이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미래의 유명세는 어떤 양상인가?
기자 님이 하는 일은 잡지를 만드는 것이고 잡지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역할이다. 앞으로는 인플루언서가 그 역할을 대신할 거라고 본다. “나 오늘 힙한 루프톱 바 갔다!” 하면서 사진 한 장 올리면 그것이 그들만의 콘텐츠이고 그들 한 명 한 명이 잡지인 것이다. 결국 유명하다는 건 창의성이 필요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AI보다 높은 순위를 점할 거라 생각한다.
유명세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광범위해지고 있다. 이를테면 과거에는 로스코나 바스키아 같은 소수만이 유명세의 딜레마에 시달렸다면 지금은 일반인에게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가정사의 불화를 콘텐츠로 폭로하거나 자신의 다친 신체 부위를 연이어 포스팅하는 이들도 있다.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물어봤다. 사람들의 댓글과 관심에서 응원을 얻는다고 하더라. 그들은 이해받고 싶은 거다. 관찰자인 내 기준에서 봤을 때는 인간 소외였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인데, 내가 만난 인플루언서들의 경우 오프라인에서의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꽤 있었다. 부모나 친구, 주변에서 심적인 지지를 얻을 수 없을 때 온라인에서 과잉 행동이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뻔한 결론일 수 있지만 나는 오프라인 관계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바스키아가 죽기 전에 그가 마약에 빠진 것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말린 가족이나 친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러면 미래의 인류에게 희망은 없는 것인가.(웃음) 유명하냐 그렇지 않으냐가 권력이 되는 세상이고 앞서 말한 ‘인간 소외’는 더욱 가속화될 텐데.
희망은 있다. 돈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웃음) 내가 만난 인플루언서 중에서 가장 건강한 케이스는 의외로 그런 사람들이었다. 어찌 보면 영악하고 달리 보면 똑똑한 부류이다. 온라인 유명세로 벌어들인 돈과 권력으로 누릴 건 누리되 인간적인 위안은 오프라인에서 찾는다. 나이가 많거나 사회 경험이 풍부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MZ세대일수록 이러한 삶의 태도를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다고 느꼈다. 기성세대가 아무리 ‘관종이란 무엇인지’ 분석한대도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겐 생존의 문제이니까.
어쩌면 ‘부캐 열풍’도 이 같은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동의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철저히 구분하는 인플루언서들은 일단 휴대폰을 여러 개 쓰더라. 5개까지 갖고 있는 분도 봤다. 내가 유명인은 아니지만 나 또한 온라인 계정이 여러 개다. 계정을 여러 개 둠으로써 심리적인 완충지대를 만드는 거다. 몇 개의 칸막이를 설치해 배가 그대로 침몰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과 비슷하다. 자기 자신을 꼭 자기 자신으로 드러낼 필요는 없다. 역설적이게도, 그래야 유명세의 바다에 오래 떠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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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파
물질적인 부를 과시한다. 이들은 비싼 소비 현장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 부를 과시하는 것은 시대와 문명을 막론하고 늘 있었다. 청동기시대 고인돌부터 절대왕정의 화려한 궁전과 의상까지. 현대에 와서 돈 자랑은 슈퍼카, 고가 미술품, 아찔한 건축물로 바뀌었다. 오늘날 온라인은 과시의 쇼케이스다. 호텔 침대 시트 위에 오렌지빛 에르메스 버킨 백을 깔아놓고, 언박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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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파
육체적 매력을 과시한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신체 자본을 중요한 자산으로 여긴다. 온라인에서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 육체를 가졌는지 연신 자랑한다. 큰 키, 멋진 몸매, 성적 매력을 통해서 큰 인기를 누린다. 육체파에게 SNS는 매력적인 포트폴리오이자 1인 광고판이고, 돈을 벌기 위한 일터이기도 하다. 그들의 육체는 ‘SNS 대란템’을 만드는 기폭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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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파
지식과 정보, 인사이트 등 지적인 면을 과시한다. 대문호의 작품은 아니지만 어제 본 영화, 오늘 읽은 책, 내일 관람할 전시회도 괜찮은 콘텐츠가 된다. 이들은 우리 시대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고 자처한다. ‘한국인 사르트르’라는 감투를 쓰기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 비평에는 지적 역량이 필요하다. 집요함과 성찰이 요구된다. 여기엔 큰 돈도, 매력적인 외모도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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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손안나
    일러스트/ 손은경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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