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S/S 파리 패션 위크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히는 코페르니 쇼는 듀오 디자이너 세바스티앙 메이어와 아르노 베일런트의 기발한 상상력, 독창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구현됐다. 런웨이의 클로징을 장식할 벨라 하디드가 언더웨어만 아슬아슬하게 걸친 ‘거의’ 알몸으로 등장하자 객석은 술렁였다. 이윽고 마넬 토레스(Manel Torres) 박사가 벨라 하디드의 알몸 위로 준비한 스프레이를 과감하게 뿌리기 시작했고, 그녀의 몸을 뒤덮던 의문의 액체는 순식간에 피부를 유연하게 감싸는 드레스로 변신했다. 이 신통방통한 드레스는 마넬 토레스가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해낸 패브리칸(Fabrican)의 스프레이 온(Spray-On) 기술. 에어로졸 내부의 섬유, 액체 폴리머를 혼합한 소재가 공기와 접촉할 때 순식간에 부직포 소재로 굳어지는 원리로 탄생했다. 게다가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친환경 소재이며, 오히려 패션 산업의 불필요한 공정을 단순화시켜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곧이어 코페르니의 디자인 책임자 샬럿 레이몬드의 섬세한 손길이 닿자, 이 기상천외한 ‘옷’은 순식간에 우아한 슬릿이 가미된 오프숄더 화이트 드레스로 탄생했다. 관객들의 엄청난 환호와 뜨거운 박수가 오랫동안 이어진 순간!



“이 ‘옷’은 그대로 벗어나 옷걸이에 걸어둘 수 있어요. 원한다면 다시 녹여서 다른 옷을 만들 수도 있지요.” 코페르니의 듀오 디자이너는 또한 이 옷을 판매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우리는 패션이 선사하는 강렬한 독창성과 혁신에 대한 축하를 원하기에, 이 드레스를 따로 판매할 생각은 없어요.” SNS를 뜨겁게 달구며 2023 S/S 시즌 컬렉션 ‘최고의 순간’으로 등극한 코페르니의 패션쇼는 쇼 직후 48시간 동안 무려 400억 원에 달하는 최고의 바이럴 효과를 누렸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도 순식간에 수백만 개에 달하는 ‘좋아요’를 기록했을 정도. 소셜 마케팅의 진수를 보여주면서 제대로 입소문을 탄 화제의 코페르니 스프레이 온 드레스. 이 잊지 못할 장면은 한동안 잊고 지내던 가슴 뛰는 패션 판타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