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녀 힙합〉의 저자 이진송은 자칭 전국둘째연합 회장이다. 3녀 1남 중 둘째이며 연년생 언니를 둔 막내로 살다 끝내 여동생과 남동생을 둔 둘째가 되었다. 자라는 동안 “내 성격이 이상한 걸까? 우리 집이 유별난 걸까?” 사소하다 못해 치사하게 느껴지는 서러움의 근원이 과연 차녀라는 위치 때문인지 오래도록 고민했다. 그리고 마침내 세상의 부조리함에 대항하는 힙합 전사처럼 마이크를 쥐고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왜 자신의 돌 사진만 없는지, 항상 새 물건은 첫째와 막내 차지인지. 항상 우선순위가 아니거나 덜 중요한 취급을 받았던 순간을 복기한다.
이 모든 것이 저자의 개인적인 넋두리라면 ‘K-차녀’라는 장르는 성립되지 않는다. 호랑이 띠 여자는 기가 세다는 민속 신앙부터 정부의 인구 조절 정책, 초음파 기계의 도입으로 성별을 가늠하게 되면서 행해진 여아 낙태 등 사회 현상과 맞물린 차녀의 시간을 되짚어본다. 그리고 다 자란 지금, 가정이라는 정치적 장소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고 인정을 갈구하지 않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며 끝을 맺는다. 다 읽고 난 후 나는 작은언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집으로 책 한 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