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 속
김신영의 사투리 연기를 본다면, 누구라도 충격을 받을 것이다.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그는 마치 처음 만나는 배우 같았다. 사실 김신영은 코를 훌쩍이며 형을 부르는 7살 꼬마(〈웃찾사〉의 ‘행님아’), 사연 많은 둘째 이모(김신영의 부캐 ‘둘째 이모 김다비’), 동네 목욕탕 때밀이 아줌마(〈무한걸스〉의 상황극), 자식에게 서운한 마음을 애써 숨기는 할머니(〈판벌려〉의 오디션)가 모두 가능한 대단한 연기자였다. 김신영이 즉석에서 상황극을 시작하면 공간은 한순간에 그가 연기하는 시간과 장소로 바뀌었다. 〈헤어질 결심〉의 연수(김신영이 연기한 캐릭터)는 그런 조각들이 모여 탄생했다.
행님아 2000년대 초에는 공개 코미디가 인기였다. ‘행님아’는 SBS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간판 코너다. 김신영은 ‘행님’ 김태현과 함께 가난한 고아 형제의 일상을 연기하며 처음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5분 남짓 되는 짧은 시간에 담긴 희로애락에 보는 이도 함께 웃고 울게 된다.
판벌려 “어떤 연기를 보고 싶은지 말씀해주시면 그 연기 그대로 하겠습니다.” 2019년 방송된 JTBC2 프로그램 〈판벌려〉 속 즉흥 오디션에서 준비해 온 연기를 보여달라는 면접관의 말에 대한 김신영의 대답이다. 그 후 그는 할머니 연기를 해달라는 요청에 맞춰 도시에 사는 자식과 전화하는 할머니 연기를 한다. “여보세효오” 하고 말하는 순간 이미 할머니가 된 김신영은 1분 동안 홀로 상황극을 이끈다. 이 모든 게 애드리브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무한걸스 김신영이 멤버로 함께한 MBC 에브리원의 〈무한걸스〉는 김신영 즉석 연기의 보물창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7분짜리 영상 속에서 김신영은 뛰어난 순발력과 관찰력, 센스로 다채로운 즉석 상황극을 펼친다. 백미는 2분 30초부터 시작되는 때밀이 아줌마 연기다. “언니가 해초 마사지를 안 하는 이상은~” 다른 인물은 연기하는 동안 그의 입에서 허투루 나오는 단어는 하나도 없다. 힘껏 웃고 싶을 때도 이 영상을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