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선구자였던 가브리엘 샤넬. 그녀가 창조한 샤넬이란 이름의 거대 제국의 출발점을 거슬러 올라가면 ‘여성 해방’이라는 슬로건과 마주하게 된다. 1955년 2월에 탄생한 ‘2.55’ 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당시 여자들은 늘 가방을 손에 들고 다녔다. 이를 불편하게 여긴 가브리엘은 가방에 체인을 달고 ‘어깨에 메는 최초의 디자인’을 탄생시킨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일곱 개의 포켓으로 공간을 나눠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실용성을 극도로 높였다. 여자들의 양 손에 자유를 선사한 2.55 백은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현재까지 스테디셀러로 이어질 만큼 그 인기가 여전하다.
혁신적인 디자인과 더불어 샤넬을 대표하는 핵심 철학을 꼽자면 단연 ‘우아함과 실용성’ 아닐까. 옛것을 새롭게, 하지만 고유의 감성은 지킨 채 명민하게 진화해온 샤넬. 버지니 비아르 역시 창립자의 정신을 계승하며 거대 제국을 성공적으로 진두지휘 중이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최근에 선보인 ‘샤넬 22’ 백이다.(2022년 S/S 쇼에 처음으로 등장했고, 2.55 백과 마찬가지로 탄생된 해에서 이름을 따왔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파우치 형태의 큼지막한 사이즈. 무엇이든 다 담을 수 있을 정도의 뛰어난 실용성을 자랑한다. 새롭지만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하우스의 상징인 퀼팅 레더부터 레더를 엮은 메탈 체인, 그리고 오픈워크 더블 C가 장식된 ‘Chanel Paris’ 메달리온까지, 하우스를 정의하는 코드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하우스의 정수를 다 담고 있기에 아이콘 백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그리 머지않은 듯하다.
한편 새로운 캠페인도 그 베일을 벗었다. 주인공은 릴리-로즈 뎁, 마거릿 퀄리, 휘트니 픽 그리고 샤넬 22 백이다. 이번 캠페인은 ‘뮤즈의 삶을 들여다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고, 각 인물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자전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디렉팅을 맞은 포토그래퍼 듀오 이네즈 & 비누드는 세 뮤즈를 각기 다른 장소에서 촬영하기로 결심하고 미국 각지로 떠났다. 세 가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아침부터 석양이 짙은 시간까지 자유와 젊음을 표출한 릴리-로즈 뎁, 친구들과 함께 여유롭게 뉴욕의 거리를 활보하는 휘트니 픽, 몬태나주의 목장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사막으로 떠난 마거릿 퀄리까지. 세 명의 뮤즈, 세 가지 이야기, 그리고 세 개의 도시를 담아낸 캠페인 영상과 사진들. 그 속엔 여자들의 일상을 위한 실용적인 백, 샤넬 22 백이 언제나 함께했다.
포토그래퍼 듀오 이네즈 & 비누드와 함께 샤넬 22 백 캠페인 촬영을 했다. 소감은?
이네즈 & 비누드는 무척 자연스럽게 소통한다. 침묵 속에서도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만 같다. 내가 캠페인에서 맡은 부분은 ‘자연으로의 회귀’였다. 사막으로 향했고, 폭포에 올랐다. 심지어 아름다운 검은 말도 탔다. 아직도 여전히 꿈만 같다.
캠페인은 당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일상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 이네즈 & 비누드가 당신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을까?
그들은 정말 끊임없이 일한다. 늘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고, 항상 바쁘다. 잘해내고자 하는 열망과 책임감은 필요하지만, 뭐든 과하면 좋지 않다. 나 역시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이런 비슷한 부류에게 생기는 악영향이 스스로를 얼마나 미치게 만드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현실 복귀를 콘셉트로 한 이번 촬영은 내겐 큰 선물이었다. “마거릿은 계속 일하려고 할 거야. 좋아, 이번 프로젝트는 일을 그만두는 걸 주제로 하자!” 우리끼리 오고 간 대화 내용이다.(웃음)
가브리엘 샤넬은 실용성을 중시했고, 이 백 역시 그 철학을 고스란히 담았다. 한마디로 ‘2022년을 위한 실용적인 백’이랄까? 심지어 노트북도 들어간다.
샤넬 22 백과 함께하면 좋을 일상 속의 세 가지 순간을 꼽자면?
공원 산책(내가 원하는 책을 다 넣을 수 있다), 데이트, 공항, 출근길,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갈 때까지. 이런, 세 개가 넘어버렸다.(웃음)
클래식 그 자체다. 나를 대변하는 옷이 아닌, 편안하게 내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옷을 입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샤넬이 바로 그런 기분이 들게 한다.
고등학생 시절 농구선수로 활약한 오빠의 등번호. 행운의 숫자다.
샤넬 22 백과 함께하는 완벽한 낮과 밤은 어떤 것인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하루. 스케줄 없이 잔뜩 수다를 떨고, 먹고, 걷고, 웃고, 껴안고!
평소 가방에 반드시 넣고 다니는 물건은 무엇인가? 또 특별한 의미를 갖는 물건은?
열쇠, 지갑, 여권, 립밤, 눈썹 브러시, 다이어리, 폰, 티슈, 사탕 몇 개. 그리고 행운의 1센트!
버지니 비아르는 “여자에게 필요한 것을 디자인하는 여자”라 일컬어지곤 한다. 샤넬 22 백이 그 좋은 예 중 하나일까?
샤넬 22 백은 여성에게 힘을 부여하는 버지니의 자연스러운 능력을 잘 보여준다. 여성에게 필요한 모든 요소를 수용했으며, 일하고 책을 읽는 여성을 위한 백이다. 특히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아이를 위한 컬러링 북이나 간식도 들고 다닐 수 있다.
이네즈 & 비누드와 함께 샤넬 22 백 캠페인 촬영을 했다. 그들과 함께한 소감은?
이네즈 & 비누드와의 작업은 늘 특별하다. 그들은 피사체의 본질에 굉장히 신경을 쓴다. 피사체 스스로 가장 자신답게 느끼고 자신감을 갖길 원한다. 그러면서도 버지니의 놀라운 비전에 충실하게 샤넬을 구현했다.
이네즈 & 비누드와 함께 롤러스케이트 타는 연습을 했다. 마치 아빠엄마에게 첫걸음을 배우는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캠페인은 당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일상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 이네즈 & 비누드는 당신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을까?
이네즈 & 비누드와는 몇 년 동안이나 알고 지낸 사이로, 그들은 내 성격이나 취향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캠페인을 통해 파리지앵이자 동시에 로스앤젤레스 출신인 내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또 언제나 영감을 주는 배우 베로니카 레이크(Veronica Lake)에 관한 이야기도 녹여냈다.
아름답고, 시간을 초월하며, 실용적이다. 난 항상 가방에 내 평생을 담듯 정말 많은 것을 넣는다. 커다란 수납 공간이 가장 매력적이다. 어떤 룩도 특별하게 만들어줄 시크한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고.
샤넬 22 백과 함께하면 좋을 일상 속의 세 가지 순간을 꼽자면?
데이트, 산책, 출근길 그리고 공원에서 책을 읽을 때, 심지어 바닷가에도 어울린다. 한마디로 언제 어디서나!
나의 퍼스널 스타일을 완성하는데 정말 많은 영감을 끼쳤다. 샤넬이 가진 힘, 여성미, 우아함을 표출하는 방식은 스타일뿐만 아니라 삶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가브리엘 샤넬은 숫자를 믿었고, 두 번째 향수 ‘N°22’를 1922년에 출시했다. 타로에서 22는 큰 힘을 가지고 있는 마스터 숫자 중 하나로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수비학에서는 가장 큰 열망의 성취를 뜻하기도. 그렇다면 당신에게 숫자 22는 어떤 의미인가?
난 22살이다. 22란 숫자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니, 왠지 내가 목표로 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든다.
평소 가방에 반드시 넣고 다니는 물건이 있다면 무엇인가? 또 특별한 의미를 갖는 물건 하나만 얘기하자면?
행운의 부적 두 가지를 넣고 다닌다. 하나는 작은 돌, 나머지는 2달러 지폐다. 잃어버리지 않도록 항상 작은 파우치 안에 보관한다.
버지니 비아르는 “여자에게 필요한 것을 디자인하는 여자”라 일컬어지곤 한다. 샤넬 22 백이 그 좋은 예 중 하나일까?
100% 동의한다. 여성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가방이 필요하다는 걸 이해하고, 모든 상황에서 완벽한 가방을 만들어냈다. 심지어 감각적인 스타일을 위한 포인트 아이템으로도 제격이다.
이네즈 & 비누드와의 첫 통화에서부터 날 전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콘셉트를 잡기 시작하면서 그들이 더 좋아졌다. 내가 의견을 거리낌없이 낼 수 있도록 격려했고, 내 스스로 내면과 정체성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캠페인은 당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일상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 이네즈 & 비누드가 당신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을까?
내 이야기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완벽한 하루를 하이패션 필터로 담아낸 것이다. 이네즈 & 비누드는 나의 친구들을 촬영장에 불렀다! 내 인생은 무척 순조롭게, 아니 운 좋게 흘러갔다. 내 바람은 이 모든 걸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누리는 거다. 물론 나 역시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고, 몇 날 며칠이든 나만의 세계에 빠질 수 있다. 또 외출 자체를 심란해하는 경향도 있다.
진심으로 지금까지의 샤넬 백 중 가장 마음에 든다. 공적인 자리가 아니라면 난 무조건 ‘큰 가방파’다. 노트북, 책, 다이어리, 휴대용 세면도구, 카메라, 스카프, 모자, 물병 등 온갖 물건을 모조리 가방에 담고 다닌다.
컬러와 텍스처를 활용하는 방식. 버지니는 정말 휼륭하다. 샤넬이 대대로 지켜온 강점과 젊은 에너지를 모두 활용해 다양한 실루엣을 만들고, 또 시험하면서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샤넬을 착용하면 언제나 힘이 솟고, 위로를 받는다.
큰언니 왈드(Waldh)가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 ‘22’가 크게 울리는, 22번째 생일 파티장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떠오른다. 또 믿을 수 없고, 좀 웃기긴 하지만, 과거엔 시계를 보면 꼭 2시 22분이었다. 그러다 누군가가 22가 천사의 숫자라는 얘기를 해줬고 무슨 뜻인지 찾아보기도 했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뜻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잘못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시에서 혼자라고 느껴질 때 갑자기 숫자 22를 보면 괜히 기분이 좋다.
샤넬 22 백과 함께하는 완벽한 낮과 밤은 어떤 모습인가?
캠페인 영상 그대로다. 친구와 연극을 보고, 근처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그 뒤 윌리엄스버그 다리를 건넌다. 마무리 코스는 도미노 공원에서 반대편에 자리한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는 거다. 물론 따뜻한 날씨는 필수다.
평소 가방에 반드시 넣고 다니는 물건은 무엇인가? 또 특별한 의미를 갖는 물건 하나만 알려준다면?
세 개를 이야기하면 안 될까? 카메라, 다이어리, 책! 물론 헤드폰도 빠질 수 없다. 이 중 다이어리는 나의 ‘진정한 안식처’다. 생각의 정리가 필요할 때, 불안과 스트레스에서 빠져나오고 싶을 때, 또 기쁨의 순간을 기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버지니 비아르는 “여자에게 필요한 것을 디자인하는 여자”라 일컬어지곤 한다. 샤넬 22 백이 그 예 중 하나일까?
의심의 여지도 없다. 내가 앞서 한 답변에서 이 점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어떤 또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녀는 지적이면서도 무척 호감이 가는 사람이다. 벌써 다음 시즌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