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A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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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뾰루지의 원인이 화장품 때문인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몇 달 새 취침 시간이 늦어졌고 다이어트를 일시 정지하며 맛있는 불량식품을 배부르게 즐겼으니까. 그러나 매우 궁금해졌다. 요즘같이 피부과 시술이 대중화되고 있는 이때, 태생부터 피부가 민감하다고 말하는 이들은 어떤 방법으로 세월과 맞서야 하는지. 사심을 가득 담아 칼럼을 기획했고, 피부 마스터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먼저 피부과 시술 후 언제부터 안티에이징 관리가 가능한지 궁금했다. 물론 피부 상태나 시술 종류, 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일주일은 재생과 보습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보통의 레이저 시술은 강한 열 에너지를 피부에 조사하여 자극을 주고 피부 재생을 유도하도록 고안되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레이저를 받은 피부는 상처가 나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죠.” 미파문피부과 전문의 문득곤의 설명. 이러한 피부를 방치할 경우 민감도가 더욱 커지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일주일 이상은 재생과 보습에 집중한 제품을 사용해 회복에 초점을 둬야 한다. 특히 보습 케어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데 피부 장벽을 회복시키는 건 물론 재생 성분을 도와 염증을 완화하고 세포 분열을 촉진해 상처가 잘 아물도록 돕는다.
이러한 과정이 지나면 그 후부터 안티에이징 관리를 시작한다. 전문가들은 민감한 피부도 사용할 수 있는 저자극 안티에이징 성분으로 EGF, 나이아신아마이드, 마데카소사이드, 아시아티코사이드, 마데카식애시드, 아시아틱애시드 등을 추천한다. 이들은 대부분 재생과 진정에도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에디터 역시 얼마 전 리뷰 기사를 위해 EGF가 함유된 안티에이징 크림을 2주 정도 사용했는데 고가의 기능성 제품임에도 트러블 없이, 피부에 힘이 생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안티에이징 제품을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듯이 민감해진 피부에 고기능성 화장품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전제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민감한 피부에 트러블을 일으키는 제품은 결국 건강한 피부에도 부담이 될 수 있으며 민감한 피부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 있어요.” 유어클리닉 서수진의 설명. 다만 pH를 낮추는 제품이나 AHA, BHA는 피부 보호막 재생을 방해할 수 있어 당분간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고용량 비타민 C나 레티놀도 마찬가지. 대표적인 안티에이징 성분이지만 자극을 줄 수 있어 예민해진 피부에는 지양한다. “필요하다면 시술 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가 지난 다음 소량씩 사용해보세요.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조금씩 증량하는 것이 좋죠.” 와인피부과 전문의 김홍석의 말. 또 알코올이나 향료 등 알레르기 접촉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은 무조건 멀리한다. 재생 관리와 마찬가지로 안티에이징의 효과를 높이려면 보습 역시 중요하다. 에디터의 경우 재생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일 년 가까이 보습 제품을 멀리했는데 그래서 더욱 급격한 노화를 느꼈는지도. 유분이 적당히 함유된 크림류를 추천하는데 수분을 채우는 것만큼 날아가지 않도록 막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민감해진 피부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100% 식물성 스쿠알란 오일을 수분 베이스 제품에 한두 방울 섞어 바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바르는 방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닥토’나 패드는 피하고, 손의 힘을 최대한 빼서 가볍게 펴 바른 후 누르면서 흡수시킨다. 안티에이징 제품을 바른 후 트러블이 올라왔다면 의심 제품은 중단하고 진정과 재생, 소염 작용에 뛰어난 시카 성분으로 성난 부위를 다스린다.
그렇다면 타고난 민감성 피부는 어떨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민감한 피부는 유전적으로 특정 호르몬과 화학 물질 분비에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이는 선천적 민감성 피부가 존재하는 걸 의미하죠. 하지만 후천적인 요인도 중요해요. 민감한 성향을 타고났어도 보습과 자외선 차단, 스트레스 조절 등의 요인들을 잘 충족시켜준다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반대로 후천적인 원인에 의해 누구든 피부가 민감해질 수 있죠.” 서수진의 설명. 외부 자극, 환경 변화, 신체적 이상이 왔을 때 피부가 쉽게 변화를 보이거나 원상태로 돌아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 민감한 피부라고 판단할 수 있다. 본인의 피부를 잘 아는 것이 먼저지만 화학 물질이나 첨가물이 최대한 적게 들어간 제품을 선택할 것. 또 동시에 많은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각질을 녹이는 산(acid)이 든 제품도 피하는 게 좋다. 개인마다 문제를 일으키는 성분이 다르므로 부분적으로 테스트해본 후 사용 부위를 넓히는 것도 방법이다.
“바쿠치올, 펩타이드 성분을 추천합니다. 바쿠치올은 레티놀과 같이 콜라겐과 엘라스틴 생성을 촉진하지만 민감성 피부에 적합하다고 알려지면서 레티놀의 대안 성분으로 떠오르고 있어요. 펩타이드는 피부를 구성하는 성분 중 하나이기 때문에 부작용 없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죠.” 김홍석의 말. 노화를 일으키는 자외선 차단도 중요하다. 민감한 피부에는 화학적 자외선차단제보다 물리적 자외선차단제가 적합하지만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없다. 백탁 현상이 심하거나 발림성이 떨어져 바르는 동안 자극을 준다면 이 또한 좋은 제품이 아니니까. 매일 쓰는 제품일수록 사용감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도 필요하다. 활성산소에 의한 내적 노화도 관리해야 한다. 기초 단계에서 항산화 제품을 사용하고 1일 3000mg의 고용량 비타민 C를 3개월 이상 복용할 것.
안티에이징 제품으로 피부가 뒤집어졌다면? 피부가 균형을 잃어 정상적인 재생 작용이 일어나지 못하는 것. 이럴 때는 무조건 수분을 공급해야 하는데 세포 재생과 면역 작용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수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