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여기저기 말하는 슬로우 에이징이 도대체 뭐야?
중력에 맞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안티에이징, 웰에이징을 지나 슬로에이징으로. 먼저 시작해야 느리게 나이 드는 슬로에이징 액션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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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에이징은 아직 완벽히 붐업된 용어는 아니다. 데이터 분석을 의뢰해봐도 낭중지추 트렌드가 아닌 것이 확인된다. 하지만 주창자가 국내 뷰티 트렌드의 축을 옮기는 올리브영이라면 얘기가 좀 다르다. CJ올리브영 스킨케어 팀 MD 남정윤은 캠페인을 발의하기 전 철저한 시장조사가 우선됐다고 설명한다. “최근 활성화된 피부과 시술 시장만 봐도 20대 고객들의 기능성 피부 관리에 대한 니즈를 알 수 있어요. 또한 올리브영이 성장하며 고객들도 함께 나이 들어 가는 것에 대응이 필요했죠.” 고민 끝에 시장에 선보이게 된 것이 ‘슬로에이징’이라는 키워드였다. 최초 타깃 고객은 안티에이징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만한 2535 여성이었다. 그런데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슬로에이징 제품 구매가 이뤄진 신규 고객의 비중은 2024가 가장 높았다. 예상했던 성과를 넘어선 잠재적 성장을 확인한 것이다. 데이터 기반의 뉴미디어 솔루션 ‘콘텐츠랩 도움닫기’의 황수연 역시 의도적인 키워드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의미 있는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설명한다. “실제 소셜 콘텐츠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슬로에이징을 통해 기존 대비 낮은 연령대로 에이징 키워드가 확장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카테고리 확장 그래프다. 황수연에 따르면 슬로에이징은 뷰티 이상의 것을 포용하는 상품성이 있다. “지난 12개월간 슬로에이징과 안티에이징 검색어를 비교해보니 건강 분야에서 전자에 더 높은 관심도를 보였습니다. 낯선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인지되고 있는 거죠.” 세계적으로 펨테크(femtech)가 뜨고 있는 것과 같은 결의 분석이다. 펨테크는 여성을 뜻하는 ‘female’과 기술을 의미하는 ‘technology’의 합성어. 여성 건강과 웰빙을 위한 기술 서비스 분야를 뜻하는 말로 2027년에는 80조원에 달할 거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큰 시장성을 자랑한다. 올리브영의 월경주기 관리 서비스 ‘W케어’ 애플리케이션이 넥스트 K 뷰티 총아로 주목받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던 것. W케어 서비스 프로덕트 매니저 조은선은 여성의 생애 전반을 함께할 원대한 꿈을 설계 중이다.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 드는 친구가 생기는 거예요. 슬로에이징의 파트너로 매우 적합할 겁니다.”
안티 VS 슬로
약 한 달 전, 스페인 배우 소냐 페레르가 생방송 도중 화장을 지워 맨 얼굴을 드러내는 파격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나는 26세가 아닌 46세입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흐르지만, 동시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죠. 자연스러움, 꾸밈 없이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싶어요.” 페레르에게 영감을 준 것은 이보다 앞서 맨 얼굴로 파리 패션 위크에 참석한 56세의 파멜라 앤더슨. 그는 이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소녀를 위해 한 일”이라고 말하며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모의 나이테를 긍정하는 것, 매우 이상적이고 멋진 이야기다. 내 얘기가 아니라면 말이다. 지하철 검은 유리창에 비친 페이스 라인이 볼드모트의 그림자인 양 뭉개져 있을 때의 섬뜩함이나 주름에 끼는 화장을 자주 수정해주어야 하는 불편함, 고개를 거꾸로 내려뜨리고 찍은 셀카 속 턱 선의 허상 같은 것은 매일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다. 리얼 에이징 케어는 한숨으로 시작해 기대로 맺음된다. 마지막 페이지를 열어볼 수 없는 내 인생 한 권, 열린 결말이라도 되긴 하는지 불안하기 그지없다.
노화라는 자연의 섭리를 극복해야 할 부정적 과제로 인식시키는 ‘안티’라는 표현 대신, ‘웰(well)-에이징’을 쓰자는 캠페인은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지지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라맛 ‘안티’가 여전히 존재감을 나타내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신체적 퇴화에 대한 인류발생학적 경계심, 그리고 심리적인 상실감 또한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정 중 하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나는 요즘 붐업되고 있는 슬로에이징 캠페인이 좋다. ‘받아들임’을 ‘그저 내려놓음’으로 오인하는 방만을 차단하고 있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느림’이라는 어감의 부드러움 뒤에는 현명한 채찍질이 숨어 있다. 에이징 케어는 일찍 시작되어야 한다는 구체적 플랜과 함께.
일찍 일어나는 새가 오래 먹는다
일찍부터 성실하게 노화에 대비하라는 거북이 케어, 슬로에이징은 피부 케어의 핵심 알고리즘을 담고 있다. 매일 조금씩 저금한 시간이 목돈이 됐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은 동창회에 나갔을 때. 또래보다 잘 정돈된 페이스 라인이나 피붓결이 스스로를 귀하게 여겨온 매일을 증명한다. 노화 케어와 재테크는 꽤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시드 머니가 갖춰졌을 때 비로소 큰 금액의 투자가 가능하다. “매일의 스킨케어는 정말 중요해요.” 안성진성형외과 전문의 안성진의 간곡한 충고다. 안면거상의 탑티어, VVIP와 배우들에게 시간 로또를 터뜨려주는 사람이 개미처럼 성실해야 하는 정기적금, 즉 꾸준한 관리를 당부한다고? “평생 자신에게 너그럽지 못했던 건물주 한 분이 떠오르는군요. 성공했으니 이제 나에게 젊음을 선물로 주고 싶다며 60세에 안면거상에 도전하셨죠.” 수술 직후는 매우 만족스러웠으나 부기가 빠질수록 잔주름과 거친 피붓결, 늘어진 모공은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그는 당황했다. “재수술은 의미가 없다고 말씀드렸어요. 피부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은 칼의 영역이 아니거든요. 오늘의 시간을 조금씩 저금해 노후를 준비하는 건 그날그날 해야 하는 숙제이죠.” 몰아서 쓰려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 영 어색한 거짓말이 되어버리는 일기처럼 말이다.
나는 20대의 젊음이 부럽지 않다. 그들이 젊음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음에 질투를 느낀다. 늘어난 평균수명, 안 그래도 오래 살아야 하는데 언제의 얼굴로 평생을 살고 싶은지를 결정하는 건 당신의 선택이다. 슬로에이징은 어렵지 않다. 일찍만, 아니 지금이라도 시작하면 된다. 애정 어린 관심으로 거울 속 나, 노화의 사인을 관찰하라. 단, 대응하되 집착하진 말자. 거꾸로 매달려서라도 페이스 라인을 지키고 싶은 절박함은 당연한 것이지만 부정적 감정은 호르몬을 흔들어 피부를 늙게 할 뿐이다. 어차피 안달복달해도 시간은 가고 외모는 변한다. 좀 더 단정한 눈빛, 맑고 온화한 안색의 동안 할머니로 기억되면 그것만으로도 큰 인생 업적이니 릴랙스, 릴랙스! 아직 한참 가야 할 길, 멈추지만 않는다면 언젠간 당신도 시간 부자가 될 수 있다. 프리랜스 에디터/ 백지수
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백지수
- 사진/ 오아랑
- 모델/ 서민주
- 헤어/ 조소희
- 메이크업/ 홍현정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Celeb's BIG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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