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명을 둘러싼 것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Celebrity

김대명을 둘러싼 것들

쏟아내는 좋은 말에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손 대신 목소리를 가로젓는다. 부정이 아닌 연기 뒤에 몸을 감추고 역할로 말하려는 듯. 김대명은 이런 사람.

BAZAAR BY BAZAAR 2021.11.30
필기구: 인터뷰할 때 메모를 한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으나 메이크업을 즐기는 사람의 파우치만큼이나 두툼한 필통을 들고 다니는 줄은 처음 알았다.
대본 볼 때 형광펜도 필요하고 다른 색깔 펜도 필요하고. 혹시 사인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까 사인펜도 필요하다. 연필 쓰는 걸 좋아해서 연필도 있고 샤프도 있다. 연필이 있으니 연필깎이도 있고.
 
시즌제: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처음 경험했다. 두 시즌, 총 3년의 시간이었다.
배우로서 한 캐릭터로 몇 년을 지내는 경험이 처음이었다.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 작업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얻은 것이 너무 많다. 역할에 주어진 설정이 있었지만 시간에 따라 여러 가지가 덧입혀졌다. 마치 가죽이 길들면서 멋지게 낡아가는 것처럼. 그 사이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됐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세밀한 감정도 많이 배웠다.
 
재킷은 Maison Margiela. 체크 셔츠, 와이드 데님 팬츠는 Acne Studios. 슈즈는 Giuseppe Zanotti.

재킷은 Maison Margiela. 체크 셔츠, 와이드 데님 팬츠는 Acne Studios. 슈즈는 Giuseppe Zanotti.

졸업식: 드라마가 종영하고 밀려온 감정을 마치 졸업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항상 작품을 끝내고 나면 마음이 허하다. 이사를 가서 어제까지 살던 집이 아니라 당장 새 집으로 가야 하는 그런 어색한 느낌? 갑자기 주소가 바뀐 느낌이다. 이번에는 그런 마음이 조금 더 크다. 3년이란 시간이 꼭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닌 것 같았다. 배우는 회사생활을 하는 게 아니니까 이런 긴 시간 동안 함께하는 일이 흔하진 않다. 진짜 졸업하는 기분이었다.
 
99즈: 파란 바탕에 하얀 글자로 ‘친구’라고 쓰인 모자를 맞춰 쓴 다섯 명의 배우 조정석, 정경호, 유연석, 전미도, 그리고 김대명. 바로 99즈다. 
배우를 하면서 친구가 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작업하면서 마음을 다 열고 친해질 수가 있겠는가.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달랐다. 1999년부터 20년간 친구라는 설정이 실제 우리 관계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모두의 기운과 성향이 비슷했다. 말하는 것도 마음 쓰는 것도, 굳이 다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를 알아주곤 했다. 그래서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내 속 얘기를 하는 게 조심스럽다. 털어놓는 입장에서는 후련해도 상대방한테는 그게 짐이 될 수가 있는 거니까. 그런데도 꺼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을 열어준 것에 고마울 따름이다.
 
코트, 니트 소재 보디수트, 슈즈는 모두 Prada U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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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생활: 99즈는 한적한 산속에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대명은 과연 도시 남자일까? 
산촌생활은 한 일주일 정도.(웃음) 조용한 곳에서 한동안 살아볼까 했는데 막상 보름 넘어가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 틈에 있는 게 조금 쉽지 않을 뿐이지 그렇게 고요한 사람은 아닌가 보다. 산골에 있으면 고요함을 넘어 적막할 때가 있더라. 도시의 조용한 곳을 혼자 걸어 다니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대학로: 카페 민들레 영토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학전에 속해 연극을 했던 인연이 깊은 곳. 
대학교, 아르바이트, 공연하던 곳도 대학로라 10년 정도를 왔다갔다했다. 참 재미있었다. 경제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사실 그 나이 때 풍족하게 사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모여서 맥주 한잔 마시는 것만으로 신나고 높이 올려다보던 선배 배우들과 공연하면서 역사를 따라가는 것이 행복했다. 그때는 항상 두근두근했다.  
 
노래: 방송을 통해 노래 실력이 알려졌고 사람들은 그의 발라드 음원을 기다리고 있다. 
정말 민망하지만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신 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연습했다. 평소에 흥얼거리기만 하지 노래방도 안 간다. 연극할 때 물론 노래를 불렀는데 오랫동안 안 하다 보니 다시 하기가 쉽지 않더라.
 
페이즐리 아노락 집업은 Paul Smith.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페이즐리 아노락 집업은 Paul Smith.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시: 이야기를 만들어 ‘짠’ 하고 보여주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어릴 때 교과서를 받으면 제일 먼저 〈말하기·듣기〉나 〈생활의 길잡이〉에 실린 수필이나 시를 읽었다. 무슨 생각으로 썼을까 궁금해하면서 종이 하나 펼쳐 놓고 멍하게 있다 나도 구름이니 바람이니 한두 자씩 써본 것이다. 작품 할 때는 작품 생각만 하니까 요즘에는 읽거나 쓸 시간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시 쓰는 거랑 연기의 맥락이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는 많은 이야기를 함축해서 보여주는 거고 연기도 많은 이야기를 나를 통해 다듬어 보여준다. 연기를 통해서 글을 쓰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다.
 
목소리: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김대명의 시그너처. 
장점으로 봐주면 고맙지만 한편으로 어디 가서 말하기 겁날 때도 있다. 인파 속에 섞여 있어도 목소리만으로 알아보는 분들이 계신다. 조심스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예전에는 좀 더 중후한 목소리를 갖고 싶기도 했는데 노력해도 안 된다는 걸 알았다.(웃음)
 
 더블 수트, 티셔츠, 머플러는 모두 Boss Men. 슈즈는 Giuseppe Zanotti.

더블 수트, 티셔츠, 머플러는 모두 Boss Men. 슈즈는 Giuseppe Zanotti.

리즈 시절: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한 장의 사진. 
좋게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고맙다. 잘생긴 배우들이 워낙 많기도 하고 제 얼굴을 잘생겼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웃음). ‘옛날에는 이렇게 생겼었구나?’라는 느낌이다. 한 15년 전쯤? 20대 중반에 뮤지컬 하는 장면이다. 외형적인 변화가 잦아서 뚱뚱할 때나 수염을 길렀을 때도 있는데 그런 모습을 찾는 재미가 있으신 게 아닐까?
 
SNS: 인터넷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 배우 중 하나다. 
인스타그램에 내 생각을 올리는 게 조심스럽다. 특히 작품을 하고 있을 때는 내가 좋은 의미로 뭘 올려도 혹여 작품에 안 좋은 영향이 있을까 자제하게 된다. 내가 사랑하는 작품, 혼자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꿈과 힘, 공이 들어간 걸 혹시나 무너뜨릴까 봐. 유튜브는 요리 레시피를 찾을 때 쓴다.(웃음)
 
2022: 다가올 새날에 김대명이 꾸는 꿈은 무엇일까? 
‘내년엔 더 열심히 해야지. 연기를 더 잘 해봐야지.’ 그런 생각을 하긴 하는데 계획을 세우는 성향이 아니라.(웃음) 항상 하는 얘기지만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재미있어했으면 좋겠다. ‘어? 저 사람이 이런 것도?’ ‘어? 저것도 잘하네?’ 그런 재미를 하나씩 드리고 싶다. 나를 항상 물음표로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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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박의령
    사진/ 김영준
    헤어/ 이일중
    메이크업/ 김지현
    스타일리스트/ 김민정
    어시스턴트/ 백세리
    웹디자이너/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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