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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딱 한 번 볼 수 있는 지상 최대의 탄생 쇼!

11월 보름달이 뜨면 호주 퀸즐랜드의 대산호초가 황홀한 산란을 시작한다. 지상에서 벌어지는 최대의 탄생 쇼다.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BYBAZAAR2021.11.23
눈앞에 벌어지는 일이 믿기 어려워 말문이 막히는 경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수년 전 호주 퀸즐랜드 바다 한가운데에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경직된 몸으로 전문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대산호초 군락의 안쪽으로 미끄러졌을 때 말이다. 하마터면 호흡기를 빠뜨려 생애의 마지막과 마주할 뻔했다. 마치 나의 뇌는 이런 시각 경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내 모든 신체 기관을 멈춤으로 만들어버렸다. 그것은 황홀한 경험이었다. 말간 푸른 빛 아래 영롱하게 펼쳐진 산호군락의 무지갯빛 조각은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이었다. 열대 산호초를 쉽쉽 긁어먹는 돌돔과 경산호 사이에서 눈을 굴리는 놀래기, 그리고 깊은 동굴 사이에서 품격 있게 지나가는 무심한 바다거북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박혀 있다. 기후위기에 따른 대산호초 석회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동종의 아픔을 느낀 것은 그러한 경험에 기반한 것일 테다.
 
매년 11월 만월, 보름달이 뜬 직후에 벌어지는 산호 산란은 놀라움을 너머 하나의 유기체로서의 지구를 증명하는 듯하다. 산란에 필요한 적당한 수온 환경에 따라 눈보라 쇼가 3~4일에 걸쳐 펼쳐진다. 작년 12월 초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에서 일어난 거대 산호 산란은 최근 20여년간 일어난 탄생 쇼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산호는 난자와 정자를 바닷속에 무더기로 뿜어내는데 이 난자와 정자들이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가면서 수정을 시작한다. 15년간 산호 산란 과정을 촬영해 온 해양 생물학자 스튜어트 아일랜드의 표현에 따르면 그것은 ‘뿌연 잿빛 연무를 배경으로 화사한 분홍빛 무리들이 수면 위로 올라가는 마법’ 같은 순간이다. 성공적으로 수정이 이루어진 난자는 해저 바닥에 안착해 산호로 성장한다.
 
올해에는 11월 23일부터 26일까지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북부 지역에서 산란이 벌어진다. 산호 산란은 플랑크톤을 먹는 모든 생물이 잠드는 일몰 3시간 후에 발생하는데, 그래야 난자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산호초에 안전하게 내려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정부 인증을 받은 믿을만한 업체가 산호 산란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안내한다. 레이디 엘리엇 아일랜드(Lady Elliot Island)에서 투명 보트를 타고 야간 스노클링을 하거나 퀸즐랜드 북부의 작은 어촌 타운스빌(Townsville)에 머물며 산호 군락을 다이빙하는 식이다. 산호초를 방문하는 여행자는 1인당 6.5호주달러의 산호초 보존 활동 기금을 기부하게 된다. 12월에는 드디어 호주의 여행자 국경이 열린다는 기쁜 소식도 들린다. 시드니와 멜버른이 시작이다. 아직 대산호초까지 가는 시간은 필요하지만, 조금씩 호주 여행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가능해졌다.
 
해양 생명체의 놀라운 광경을 볼 될 때마다 지구 너머의 큰 흐름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향유고래가 행성 간 자기장을 이용해 방향을 찾고, 대왕고래가 크릴새우 같은 작은 생명체의 가시나 아가미가 움직일 때 흔들리는 물의 ‘느낌’을 알아차리고, 판도라 불리는 사시나무 군락이 생존에 적확한 땅을 찾아 뿌리를 이동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보름달이 뜨는 11월에 산호가 동시다발적으로 산란하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알 수 없는 지구의 큰 유기적 흐름의 일부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산호초는 생물의 경이로운 상호 의존성과 균형을 알려주는 귀한 자연이고, 훼손과 회복을 반복하며 4000년 만년 이상 살아온 공생의 증명이다. 코로나와 기후 위기를 전면에서 겪고 있는 우리가 대산호초의 산란을 의미 있게 바라봐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