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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가 어때서

'떡볶이를 학교 앞 금지 식품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황교익 맛칼럼니스트의 발언이 연일 화제였던 한 주. <떡볶이가 뭐라고>의 저자인 재일 작가 김민정이 떡볶이에 대한 항변의 글을 보내왔다.

BYBAZAAR2021.08.26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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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한 입에 추억과 떡볶이 한 입에 사랑과 떡볶이 한 입에 쓸쓸함과 떡볶이 한 입에 동경과……. 시를 읊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이제는 숭고한 소울 푸드가 된 떡볶이.
 
정작 한국에 살 땐 떡볶이의 ‘떡’자도 안 꺼내던 사람이 해외에 나가면 순식간에 떡볶이 러버가 된다. 내가 그렇다. 어차피 탄수화물 덩어리인데다가 고급스러운 이미지도 아니다. 굳이 안 먹어도 될 것 같았던 그 떡볶이가 밤마다 ‘땡겨’,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일본은 쌀떡이나 밀떡이 아니라 찹쌀떡이 주류인 바, 어쩔 수 없이 가로 3센티, 세로 5센티짜리 찹쌀떡을 사와 떡볶이를 만들다가 떡이 모두 붙어버리는 경험을 너대섯 번도 더 했다. 동네 마트에 한국떡이 들어왔을 땐 마음 속을 환호성을 질렀다.
 
떡볶이가 요물인 건 이제 이웃나라 일본에도 소문이 자자한데, 초등학교 고학년인 딸아이 친구 중엔 블랙핑크니, 트와이스니에 푹 빠져,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여럿 되고, 그들의 로망은 다름아닌 떡볶이다. 90년대 중고생들의 로망은 하라주쿠에서 크레페를 먹는 것이었는데 요즘10대들은 신오쿠보 한인타운에서 떡볶이를 먹고 버블티를 마신다.
 
그리하여 우리집엔 가끔 딸 친구들이 다녀가곤 한다. 한국의 아이돌이 먹는 그 빨간색 음식을 한 번 맛보려고 말이다. 너무 맵지 않게 만든 빨간 떡볶이와 그 매운 맛에 놀랄까 봐 간장 떡볶이도 같이 대령한다. 보리차나 옥수수차도 빠뜨리지 않는다. 딸아이 친구들은 아주 만족스럽게 떡볶이를 맛보고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맙다고 말한다. 매워서 못 먹겠다고 하면서도 참고 꿀꺽 삼킨다. 10년 전만 해도 내가 한국인인 걸 안 이웃사촌들은 주로 김치 담그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요즘은 김밥이나 떡볶이 제조법을 알려달라고 한다. 한류의 대중화는 한국음식의 대중화를 가져왔다.
〈수요미식회〉 방송 화면 캡쳐

〈수요미식회〉 방송 화면 캡쳐

황교익 맛컬럼니스트가 페이스북에 남긴 떡볶이에 대한 발언

황교익 맛컬럼니스트가 페이스북에 남긴 떡볶이에 대한 발언

 
만일 떡볶이 금지령이 내려진다면? 음식의 자유를 빼앗긴 이들이 너도 나도 거리로 향하게 될 것이다.
떡볶이가 영양이 불균형한 탄수화물 덩어리란 것을 모르고 먹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극적인 맛의 정크푸드가, 때로는 우리의 일상을 위로하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불어넣는다. 그래서 유죄인가? 일본의 한류팬들이 경험하는 황홀한 한국이기도 하다. 10년 후엔 떡볶이 일본원조설을 주장하는 우익성향의 인물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니 해외수출을 금지해야 할까?
일본의 영화 평론가 고 요도가와 나가하루는 “모든 영화에 하나쯤 장점이 있다”고 했다. 설령 골든 래즈베리 상을 받은 작품일지언정 하나쯤 봐줄만한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당시 대학생으로 영화와 젠더 문제에 대해 배우던 나는 그 강의를 듣고 쇠붙이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자고로 평론가는, 깎아내림이 아니라 애정으로 대상을 봐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모든 음식에는 장점이 하나씩 있다. 떡볶이는 온국민의 추억이 서려 있는 음식이다. 게다가 한 마디로 맛있다. 부정할 수 없다. 매콤함과 달콤함에 짭짤함이 잘 버무진 소스는 김밥을 찍어 먹어도 어묵을 찍어 먹어도 맛있다. 하다 못해 순대를 찍어 먹어도 깜짝 놀랄 맛이다.
 
당신에게 떡볶이란 무엇인가? 매혹적이기에 금지의 대상인가? 유죄인가? 그 판단은 당신에게 맡기고, 나는 떡볶이를 제조하겠다. 오늘은 고소하고 찰진 기름 떡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