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일명 '제트스키'라고 불리는 수상오토바이 무리가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괴롭히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단체가 전날 촬영한 영상 속 제트스키는 남방큰돌고래가 사는 제주 바다 한가운데서 굉음을 내며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고 있다. 제트스키가 나타나자 깜짝 놀란 돌고래들은 겁에 질린 채 물속으로 숨는다.
핫핑크돌핀스는 "제트스키가 돌고래들을 몰아내는 끔찍한 상황은 매년 수차례 발생한다"라며 "보호종인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자신의 서식처에서조차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없다"고 분노했다. 단체가 공개한 또 다른 영상에는 관광선박이 떼로 몰려다니며 돌고래를 쫓고 있다. 특히 20일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서는 선박 3척이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남방큰돌고래를 따라다니는 광경이 포착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선박, 요트, 제트스키 등은 보호종 돌고래 무리 반경 50m 이내로 접근이 금지된다. 충돌로 인한 돌고래들의 부상과 스트레스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남방큰돌고래 관광선박은 300m 이내 거리에서 동시에 최대 2척까지만 허용된다. 규정에 따르면 3척 이상 배가 동시에 돌고래 관광을 해서는 안 되며, 세 번째 선박은 기다렸다가 돌고래 무리에 접근해야 한다.
핫핑크돌핀스는 "돌고래 입장에서 스토커처럼 선박들이 하루종일 따라다니면 어떨까 생각해보라"면서 "그런데 관광선박들은 돌고래가 좋아하는 것 같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졸졸졸 쫓아다닌다"고 호소했다.
27일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단체 'MARC Korea'도 제주 바다를 종횡무진 가르는 제트스키와 관광선박의 행태를 규탄했다. 단체는 "돌고래 관찰을 하던 중 선박과 제트스키가 가장 공격적이고 무분별하게 돌고래 무리에 접근했던 날"이라며 "총 12대의 제트스키와 돌고래 관광 선박이 한꺼번에 돌고래 무리에 위협적으로 달려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MARC 측에 따르면 보트와 제트스키는 약 5마리 남짓되는 돌고래를 에워싸고 바짝 붙어 따라갔다. 돌고래 무리는 제각각 흩어진 채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도망쳤다.
피해를 입은 존재는 돌고래 뿐만이 아니다. 단체는 "돌고래 옆을 사정없이 돌아다니던 제트스키와 보트 옆에는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있었다"면서 "얕은 연안가에서 이리저리 내달리는 제트스키와 보트를 보며 해녀들은 해안 가까이 몸을 피신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핫핑크돌핀스는 최근 제주 바다에 떠밀려온 폐그물 바로 옆에서 위태롭게 헤엄치는 남방큰돌고래를 목격했다. 그들은 새빨간 그물에 걸릴 듯 말 듯 아슬아슬한 돌고래 사진을 공개하며 "그물과 스티로폼 부표와 플라스틱 어구와 통발과 낚시바늘에 대해 도대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사진 핫핑크돌핀스 / 뉴스펭귄

사진 핫핑크돌핀스 / 뉴스펭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