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rity

최준 말고 쿨제이 말고 김해준

최준 말고 쿨제이 말고 보통 남자 김해준.

BYBAZAAR2021.07.26
 

ORDINARY

MAN 

 
스웨트셔츠, 쇼츠, 양말은 모두 Beentrill. 신발은 Asics Sportstyle.

스웨트셔츠, 쇼츠, 양말은 모두 Beentrill. 신발은 Asics Sportstyle.

 
처음엔 몸서리친다. 코앞에서 마주 보는 것도 아니고 B대면일 뿐인데 부끄러움은 왜 나의 몫인가? 차마 끝까지 못 보고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그러나 얼마 후 (자의든 타의든) 또 만나게 된다. 보다 보면 꽤 익숙해진다. (그리고 그런 스스로가 꽤 놀랍다.)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 남자, 진짜 대단한걸? 어쩜 이렇게 뻔뻔하게 연기하지? 대본이 있나? 애드리브인가? 가만 보면 외모는 준수한 편인데… 눈썹이 꽤 잘생겼네? 얼굴형이… 익숙하다 했더니 젠장, 구남친과 닮았구나. 만약 별다른 거부감 없이 여기까지 의식의 흐름대로 따라왔다면 당신도 ‘준며든’ 거다. 인정하자.
 
개그맨 김해준은 원래 커피 가게 사장이나 로로코 모델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런데 최근 〈찐한친구〉라는 유튜브 콘텐츠에서 현실 남자친구 같은 매력을 보여주면서 주가가 뛰고 있다. 그는 정도껏을 모르고 지구 내핵까지 오로지 직진만 할 것 같은 최준에 비하면, 눈치와 매너를 바탕으로 치고 빠지기를 잘하는 데이트 고수이며 발랑 까진 쿨제이에 비하면 오히려 철벽 치는 유교 남자에 가깝달까. 최준 말고 쿨제이 말고 김해준을 만나보고 싶었다. 화보 섭외 당시, 매니저는 재차 확인을 요했다. “최준 씨나 쿨제이 씨 말고 김해준 씨 화보요?” “네, 김해준 씨요. 그 중에 제일 잘생긴 분”.
 
스웨트셔츠, 유틸리티 팬츠는 Beentrill.

스웨트셔츠, 유틸리티 팬츠는 Beentrill.

 
“캐릭터에 빠져서 화보 촬영을 하면 저도 연기를 하는 거니까 오히려 익숙해요. 그런데 〈바자〉에서는 원하는 포인트가 명확히 있으시더라고요. 사실 이렇게 멋있는 척하는 일이 저한테 익숙하지 않아서 조금 민망하기는 하죠. 그래도 노력했어요. 시키는 건 최대한 열심히 합니다”. 그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최준이나 쿨제이보다 본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더 적다며 한탄 아닌 한탄을 했다. 넉 달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솔직하게 말하면 이제는 마스크를 써도 다들 알아봐주세요. 예전에는 ‘최준이다!’라며 다른 분 이름을 말했다면 지금은 ‘김해준이다!’가 많아졌어요. 감사한 일이죠. 지금 제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쿨제이의 세 배쯤 돼요. 최준이 21만 명 정도 되고, 김해준은 한 10만 정도?” ‘다른 분’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를 어쩜 그렇게 빠삭하게 꿰고 있는지 묻자 뻔뻔하게 대답한다. “당연히 알고 있어야죠. 최준 씨는 워낙 유명하시고… 쿨제이 씨도 워낙 재미있는 분이니까. 많이 보고 참고하려고 해요.”
 
로고 디테일 블레이저, 데님 팬츠, 볼캡은 모두 Beentrill. 샌들은 Rekken.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로고 디테일 블레이저, 데님 팬츠, 볼캡은 모두 Beentrill. 샌들은 Rekken.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일면식도 없는 세 남자는 꽤 닮았다. “쿨제이 씨가 좀 남자답잖아요. 그런 면은 저와 조금 비슷해요. 최준 씨의 세심한 점도 닮아 있고요. 저에게도 디테일한 면이 있거든요.” 외모는 하나도 안 닮았다. 체크무늬 셔츠를 목 끝까지 잠근 최준이나 망고나시에 나팔바지를 입는 쿨제이와는 일단 몸매부터 상당히 다르던데. 태권도 선수 출신인 김해준은 여러 방송에서 튼실한 팔 근육과 허벅지 근육을 자주 뽐낸다. “여성들에게 어필한다기보다는(웃음) 제가 워낙 가진 게 많지 않은 사람이니까 그 안에서 굳이 고른 게 몸인 것뿐이에요.”
 
갑자기 댓글 하나가 머리를 스쳤다. “김해준은 폭중폭(폭스 중에 폭스, 상여우라는 뜻)이다.” “저도 그 말 듣고 한참 웃었어요. 어떤 말씀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방송에서 제가 딱히 의도를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니지만. 일부러 생각을 하고 그러는 건 아니지. 아무튼 폭중폭은 동의 못 해요. 진짜 동의 못 해.” 이런 거 말이다. 대화 중에 은근슬쩍 반존대를 섞는 건 폭스의 기본 스킬 중 하나가 아니었던가.
 
티셔츠는 Beentrill.

티셔츠는 Beentrill.

 
어딜 가든 환영받고 뭐든 능숙한 그에게도 흑역사가 있다. “〈코미디 빅리그〉에서 한 타임에 여덟 번 NG를 낸 적 있어요. ‘세레뭐니’라는 코너였는데 중간에 혼자서 빠르게 스포츠 중계하듯 대사를 쳐야 했거든요. 당시에는 그게 왜 그렇게 부담이 됐는지 진짜 도망가고 싶더라고요. 한 번 틀리니까 관객들이 ‘괜찮아, 괜찮아’ 응원해주시는데 그 소리가 저를 더 옥죄기 시작한 거예요. 일곱 번, 여덟 번 NG가 나잖아요? 사람이 풀려버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 위에서 그걸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저 자신밖에 없는 거잖아요. 겨우겨우 어떻게 넘어갔죠. 원래 대사를 잘 못 외워요. 제 단점이기도 하죠. 못하니까 더 하는 거예요. 특히 〈코미디 빅리그〉 같은 경우엔 대사가 정해져 있거든요. 저는 그걸 좀 지나칠 정도로… 완벽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요. 얼마 전에도 대사량이 매우 많은 코너를 했어요. 누가 끼어들지 않고 혼자서 한 장 반 분량을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거죠. 동틀 때까지 혼자서 반복해서 연습하다 잠들고. 그걸 12주 동안 했어요.”
 
니트 카디건, 티셔츠, 카고 쇼츠는 Beentrill. 샌들은 Rekken.

니트 카디건, 티셔츠, 카고 쇼츠는 Beentrill. 샌들은 Rekken.

 
어쩌면 그의 시그너처라고 할 수도 있는 뻔뻔한 연기 내공은 이렇게 탄생한 건지도 모른다. 납작한 텍스트를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해 자신의 언어로 체화하는 일이란 연기에 깊이감을 더하는 좋은 연습법이다. 정극 연기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저는 웃기는 쪽에 분명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빼고 연기하면 분명히 다른 느낌일 거예요. 누군가를 웃기는 일은 제가 가장 오랫동안 해왔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인 건데. 연기 조금 했다고 배우를 넘보는 건 이치에 안 맞는 일이죠. 사실 요즘은 공개 코미디도 비대면으로 녹화하기 때문에 무대 위의 희열을 느낄 수는 없어요. 관객들의 함성이야말로 모든 개그맨들이 원하는 건데…. 대신 지금은 댓글이 있죠. 유튜브가 좋은 건, 그만큼 많은 ‘눈’이 존재하기 때문이거든요. 같은 영상을 보더라도 각자가 느끼는 개그 감정이 다 달라요. 그 점이 너무 즐거워요.”
 
“한 시대를 열심히 살았다는 건 꼭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가 아닌, 이런 세세한 문화를 다 아는 것도 포함된다는 것임을.” 쿨제이가 동대문 상가 구석에서 게걸스레 짬뽕을 먹는 영상에 달린 베스트 댓글이다. 이만한 격려가 또 있을까. “그런데 그마저도 사실 제가 의도한 건 아니니까요. 저는 그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연기한 건데. 각자의 다양한 해석을 볼 때마다 ‘아, 나도 더 새롭게 만들어가야겠다’는 의욕이 생겨요. 댓글 쓰시는 분들이 정말 대단해요.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하지? 안 그래요?”
 
스웨트셔츠, 모노그램 패턴 스웨트 세트업은 모두 Beentrill.

스웨트셔츠, 모노그램 패턴 스웨트 세트업은 모두 Beentrill.

 
댓글 그대로 05학번 김해준은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다. 오직 개그맨이 되기 위해 6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망생 시절을 견뎠다. 냉동 탑차 운전, 은행 청원경찰, 도매점 물건 납품, 떡갈비 공장 일까지 안 해본 게 없단다. 그러나 그때 얘기를 꺼내면 덤덤하게 반응한다. 그 시절 본인을 만나면 그냥 잘 버티라고 말해주고 싶단다. “저와 같이 지망생 생활을 했던 친구들도 그렇고. 아직 사람들이 모르지만 개그맨들 중에 언젠가 터질 만한 친구들이 많아요. 흔히들 ‘와꾸가 안 맞다’고 하잖아요. 아직 와꾸가 안 맞은 것뿐이죠. 그 친구들은 반드시 잘될 거예요. 새로운 얼굴들도 많이 나올 거고요.”
 
후드 니트 풀오버, 카고 쇼츠는 Beentrill.

후드 니트 풀오버, 카고 쇼츠는 Beentrill.

 
그렇다면 정작 본인은? 제아무리 인기 있는 콘텐츠도 광속으로 휘발되는 시대다. “혼자서 버스를 자주 타요. 아니면 걷죠. 오로지 생각하기 위해서요. 바빠서 시간이 안 나도 새벽에 집 근처 개천이라도 걸으면서 조용히 저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예전에는 상암동에서 일산까지 몇 시간을 내리 걸었던 적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한참을 걸어 도착하면, 메모장에 굉장히 많은 것들이 적혀 있거든요. 다 쓰진 못해도 일부는 또 거기서 건지는 게 있어요. 그렇게 쌓아둔 것들 중에 아직 선보이지 않은 부캐도 있죠. 기존에 슬쩍 보여드렸던 아쉬운 캐릭터도 정비할 거고요. 얼마 전에 촬영 중 부상을 당해서 며칠 쉬었거든요? 다치고 나니까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더 달려야겠다, 더 재미있는 걸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죠. 저야말로 이제 시작이에요.”
 
최준과 쿨제이라는 개성 강한 두 남자에 치여 소진되지는 않았을지 살짝 걱정했는데 아직 보여주지 않은 부캐가 더 많다니.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보통 남자 김해준은 보통 이상으로 참 치열하게 산다. 아, 이렇게 또 준며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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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손안나
  • 사진/ 신선혜
  • 헤어/ 이일중
  • 메이크업/ 이준성
  • 스타일리스트/ 김지원
  • 어시스턴트/ 김형욱,백세리
  • 웹디자이너/ 한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