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폴 고티에 x 사카이 컬렉션 피날레

장 폴 고티에 x 사카이 컬렉션 피날레
장 폴 고티에에게 영감 받은 메종 마르지엘라와 마르지엘라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었던 크리스토퍼 네메스와 네메스를 오마쥬한 킴 존스의 루이 비통 컬렉션. 중고 패션 속 주목할 디자이너들의 이야기와 연결고리를 따라가다 보니 결국 다시 장 폴 고티에에 도달하는 흐름이라니. 그리고 마침 지난주 오트 쿠틔르 위크를 통해 론칭한 JPG (장 폴 고티에) x 사카이 컬렉션을 기념하고자 출시한 기성복 컬렉션이 드롭하자마자 완판됐다. 이쯤되면 장 폴 고티에는 여전히 전성기 중에 있는 것 아닌가! 그의 컬렉션 리뷰가 아닌 그의 창의성과 새로운 도전에 박수를 보내며 남기는 글.

GAULTIER PARIS by SACAI ⓒWINTER VANDENBRINK

GAULTIER PARIS by SACAI ⓒWINTER VANDENBRINK

GAULTIER PARIS by SACAI ⓒWINTER VANDENBRINK
‘JPG et vous, 장 폴 고티에와 당신’. 얼마전 메일함에 장 폴 고티에 뉴스레터가 눈에 띄어 열었다. 브랜드 뉴스레터를 잘 등록하지 않는 편이다. 메일함을 순식간에 채우는 뉴스레터 중 특별히 교감할 내용이 없기도 하고 인스타그램을 브라우징하며 내가 원하는걸 보겠다는 나름의 고집이다. 그런데 올해 초 젠지 세대 셀레브리티들 사이에서 JPG 패션이 화제가 되는걸 보고 7월에 있을 쿠릐르 쇼라도 봐야겠단 마음으로 뉴스레터에 등록했다. 불어 가득한 메일을 호기심에 클릭했는데 어느새 장 폴 고티에가 나를 보며 부드럽게 묻는 질문들에 답하고 있었다. ‘당신은 내 이름을 아는데 나는 당신 이름을 모르네요?’ 라는 질문에 내 이름을 적는 식이다. 실제로 만나면 그의 넘치는 끼와 에너지 그리고 매력에 모두가 매료된단 소문이 괜한 말은 아닌 것 같다.

장 폴 고티에 x 사카이 오트 쿠틔르 컬렉션에 이어 소개된 기성복 캡슐 컬렉션은 완판되었다는 소식

장 폴 고티에 x 사카이 오트 쿠틔르 컬렉션에 이어 소개된 기성복 캡슐 컬렉션은 완판되었다는 소식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에 대해 물으면 다양한 이야기들을 한다. 아름다운 여행지나 고향, 이국 문화를 통해 새로 깨닫거나 알게 된 전통 혹은 역사의 기록들 등.
옷을 만드는 사람이 옷에 끌리는거니까!

장 폴 고티에 x 사카이 오트 쿠틔르 컬렉션에 이어 소개된 기성복 캡슐 컬렉션은 완판되었다는 소식

장 폴 고티에 x 사카이 오트 쿠틔르 컬렉션에 이어 소개된 기성복 캡슐 컬렉션은 완판되었다는 소식

사카이 치토세가 재해석한 고티에의 컬렉션

사카이 치토세가 재해석한 고티에의 컬렉션
치토세가 재해석한 고티에의 컬렉션은 화려하고 웅장했으며 손으로 공들여 직접 완성해야만 하는 디테일로 가득했다. 내년 1월 쿠틔르 위크에도 치토세가 또 다시 고티에 컬렉션을 선보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고티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역시 알 수 없지만 그의 선택을 보며 일명 HOBAC(House of Beauty and Culture)이라 불리던 이스트 런던의 작은 스튜디오가 생각났다. 루이비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던 킴 존스는 2015년 가을 남성복 컬렉션을 ‘네메스의 이름으로 (In the Name of Nemeth)’라 오마주하며 그의 밧줄 모티브를 그대로 차용하기도 했는데 크리스토퍼 네메스 (Christopher Nemeth)가 주도한 HOBAC은 디자이너 콜렉티브였다. 패션 디자이너, 가구 디자이너, 인테리어 디자이너, 액세서리 디자이너 등 친구들로 구성된 그들은 서로에게 영감을 주거나 받으며 해체와 구성을 반복하며 ‘재창조’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크리스토퍼 네메스의 가장 큰 컬렉터로도 알려진 킴은 당시 네메스의 딸이 이끄는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루이 비통 컬렉션을 선보였다. 크리스토퍼 네메스 브랜드는 일본에서 활동하며 도버 스트릿 마켓과 브랜드 사이트 위주로만 판매 중이다. 딸 리요 (Riyo)는 “네메스는 정교한 재단과 바느질 기술로 자신만의 독특한 네메스 실루엣을 창조했는데 그는 이를 ‘자화상’이라고 표현했다”고 소개했다.

사카이 치토세가 재해석한 고티에의 컬렉션
런던에 가면 도버 스트릿 마켓을 가고 예전에 파리 콜레트를 거쳐가야 했듯 당시에는 HOBAC을 찾아 영감을 받고 교감을 나눴다고 전해진다. 물론 HOBAC의 존재를 아는 이들만 갈 수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화자되는 것이 메종 마르지엘라 (Martin Margiela)다. 프랑스 쿠틔르 하우스의 시스템이라면 공방에서 10년 이상 작업을 익혀야만 자신의 하우스를 시작할 수 있었는데 이토록 자유롭게 서로 모이거나 흩어지며 협업하거나 각자 작업하는 HOBAC에 큰 영감을 받았다고 마르지엘라 본인이 얘기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장 폴 고티에는 안트워프 아카데미 졸업쇼 심사를 맡았고 그곳에서 마르지엘라를 만난 인연으로 어시스턴트로 고용한 후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3년간 함께 작업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카이 치토세가 재해석한 고티에의 컬렉션
다시 장 폴 고티에로 돌아와 그는 사카이와의 협업 이전에는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젊은 디자이너들과 마르니에르, 일명 블루 스트라이프 세일러 셔츠를 재해석하는 협업도 선보인 바 있다. 그의 아이코닉 컬렉션 중에는 마르니에르 셔츠 외에도 그에게 패션계 악동이란 별명을 가져다준 룩으로 1985년 첫 선보인 맨 스커트와 마돈나가 입어 유명해진 콘 모양의 브라 톱 일명 코르셋 코니크와 파리의 다양한 상징인 에펠탑과 샹지리제에서 피갈까지 또 부르주아와 캬바레 등 다양한 아카이브의 ‘재창조’ 행렬이 시작된 셈이다. 게다가 유럽과 미국에는 그의 감성을 찾고 원하며 다시 입는 바람이 젠지 세대 사이에서 불고 있으니 어쩌면 그의 진정한 전성기는 지금일지도!
쿠틔르 컬렉션에 이어 JPG x 사카이 기성복 컬렉션 드롭은 https://sacai.jeanpaulgaultier.com 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현재 모두 완판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