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바깥생활
ep 19. 평택의 발견
수도권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평택은 후딱 먹고 오기 좋은 여행지다. 조금만 달려도 초록 논밭이 사방으로 뻗어 있고, 오래된 식당들은 진심이며 평택의 술은 발견이다.
평택은 냉면의 도시다. 그중 평택 사람이라면 한 번 먹어 봤을 고복수평양냉면(031-655-4252)이 ‘백년 가게’로 가장 유명하다. 이름이 여러 번 바뀌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여전히 3대를 잇는 가족이 냉면을 만든다. 같은 평양냉면 전문점인 장안면옥은 안성점과 늘 비교 대상이지만 별 말 없이 30년 동안 한결같은 평양냉면을 내는 곳이다. 한낮의 더위에 찾은 장안면옥 주변엔 이미 냉면을 먹으러 온 손님 차량으로 가득했다(별도의 주차장이 없음). 외지인보다 동네 주민과 단골이 애써서 줄 서지 않고 편안하게 즐겨 찾는 곳.
장안면옥의 냉면은 전통 황해도 방식을 따르는데, 사태와 양지를 오랜 시간 끓인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섞어 만든다. 식탁에 오른 냉면의 모습은 너무 심심해서 놀랄 지경인데, 따로 바구니에 내는 고명이 채 썬 고추와 대파다. 주인은 먼저 육수 고유의 맛을 느낀 다음 고명을 조금만 넣어 맛보고, 겨자와 식초를 뿌려 먹다가 다시 고명을 팍팍 넣어 먹으라고 조언한다.
단계별로 달라지는 국물맛과 식감을 느끼라는 것. 청양고추가 아니어서 육수가 적당히 얼큰하고 메밀면은 고소하다. 색다른 냉면의 경험이다. 여럿이 함께 방문한다면, 모둠무침을 곁들이도록! 수육무침, 제육무침, 홍어회, 사리가 세트로 푸짐하게 나와 안주상으로 탁월하다.
냉면 8,000원, 모둠무침 4만5,000원, 왕만두 6,000원
사람들이 말하는 법을 잃어버린 듯하다. 비닐장갑을 끼고 열심히 꽃게살을 쏙 빼먹느라 대화가 거의 없다. 심지어 여기저기에서 ‘하~’ 하고 꽃게탕 국물 세러머니가 터진다. 신사동 홍미닭발에서 보던 단체 침묵 식사 풍경이 재연된다. 먼저 밝은세상영농조합 이혜인 대표의 추천이 있었다. 이 대표는 양조장에 손님이 올 때마다 호성식당을 찾는다고.
그만큼 꽃게 요리에 일품인 호성식당은 평택항에서 잡아 올린 국산 꽃게만을 사용한다. 꽃게탕을 주문하면 게장 1인분을 반찬으로 그냥 주는데, 정식 메뉴의 게장과 다르지 않게 튼실하다. 선명한 주홍빛 알이 진득한 속에는 탱글탱글한 흰 살이 꽉 차 있다. 꽃게 상태도 1등급이고, 비리거나 짜지 않아 밥을 곁들이지 않아도 계속 먹게 된다. 얼큰한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간 꽃게탕의 시원한 국물맛도 끝내준다. 여러 밑반찬이 충실하게 나오지만, 젓가락은 주로 꽃게를 향한다. 꽃게는 양식이 불가능하고 양질의 공급이 쉽지 않아 좋은 맛집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역시 믿을 만한 현지인의 추천은 실패가 없다.
꽃게탕 80,000원~100,000원, 게장정식 40,000원(1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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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가족의 내추럴 라이스 와인, 호랑이배꼽 양조장
무려 600년간 평택에서 살아온 가족의 유산으로 술을 빚는 곳이 있다. 포승읍 희곡리에 자리한 밝은세상영농조합 호랑이배꼽 양조장 얘기다. 호랑이 지형의 한반도 배꼽자리가 평택이라서 ‘호랑이배꼽 막걸리’라 이름 지었고, 귀여운 호랑이 ‘꼬비’가 호랑이배꼽의 마스코트다.
왼쪽 건물이 70년 고택을 개조해 만든 소규모 양조장이다
전 세계에서 작품 활동을 하던 이계송 화백이 1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술을 빚기 시작했고, 현재 사진가 출신의 둘째 딸 이혜인 대표가 양조장을 운영한다. 요리연구가이자 도예가인 아내 이인자 씨, 디자인을 담당하는 첫째 딸 이혜범 씨까지 온 가족이 함께 일구는 가족 기업이다. 술 빚는 역사는 한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의 조부모님이 평택에서 정미소를 운영했고, 인부들을 위한 노동주가 늘 필요했던 것. 이계송 화백은 그 시절 어머니의 술항아리의 맛과 향을 호랑이배꼽에 담고자 했다. 이혜인 대표의 할머니가 호랑이배꼽 막걸리의 진정한 창시자인 셈.
호랑이배꼽의 귀여운 캐릭터, 꼬비가 그려진 전용잔
양조장 앞뜰에는 느티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쇼룸과 고택을 개조해 만든 소규모 양조장, 그리고 1세대 양조자라 할 수 있는 조부모님의 생가가 둘러 있다. 1988년도 국제아트페스티벌 ‘동방의 등불’ 창립자이기도 한 이계송 화백은 이곳에서 아트캠프를 열고 세계 각지에서 온 아티스트들을 위한 술을 만들기도 했다. 호랑이배꼽과 쌀 증류주 소호(@soho_spirits) 레이블에 담긴 그림도 모두 이 화백의 작품이다.
나도 막걸리 먹고 싶다개!! 느티나무 아래의 쿠루
호랑이배꼽 막걸리는 누룩 향이 강한 보통의 막걸리와는 무척 다르다. 로제 와인처럼 청량하고 부드럽다. 평택 쌀과 현미 생곡을 이용해 와인을 만들듯 100일간 숙성해 만든다. 이화곡향(배향)이 은은하게 맴도는 막걸리는 일상 음료로 들고 다니고 싶을 만큼 맑고 깔끔하다. 현재 주말에만 양조장 문을 열고, 견학과 시음, 체험은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방문 전 문의는 필수.
반려견 동반 카라반 캠핑, 샘스 카라반
캠핑을 하고 싶지만 편한 잠자리가 중요하거나, 혹은 캠핑 여행을 하고 싶은데 장비가 없다면? 더욱이 반려견과 동행한다면 샘스 카라반을 추천한다. 카라반과 파라솔, 귀여운 오두막이 한 세트로 이용할 수 있고, 바비큐나 맥주 등 필요한 장비와 음식들을 주문할 수 있다. 카라반이 전혀 불편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특히 반려견 숙박이 가능한 카라반은 2인용 하나로 내부가 협소한 편이고, 화장실 역시 낯설다. 그러나 하룻밤의 카라반 여행 분위기를 내기엔 충분하다. 무엇보다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카라반은 정말이지 귀하다.
반려견 동반 카라반 120,000~2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