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워치 앤 원더스(Watches and Wonders,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던 국제고급시계박람회의 뒤를 잇는 시계박람회)의 피아제 부티크에서 만난 시니어 L&D 매니저 권동욱의 말이다.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비롯해 크로노그래프, 미닛 리피터, 퍼페추얼 캘린더, 듀얼타임, 투르비용까지 지극히 남성적인 기능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시계를 구매하는 여성들도 많아졌다고 덧붙인다. 사실 지난 10년 동안 남성중심에 묻혀 있던 시계 업계가 여성을 향한 새로운 시각을 본격적으로 제시하기 시작한 것. 실상 남성 시계만을 보유한 워치 메이커들은 매출액을 최대 50%까지 줄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얼리와 디자인으로 치장한 시계가 아니라 여성들에게 진정한 메커니즘을 선사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반갑기 그지없다.
까르띠에, 불가리, 피아제 같은 여성 시계가 강세인 하우스들은 물론이고, 예거 르쿨트르, 오메가, 롤렉스 같은 남성 제품 비율이 높았던 워치 메이커들도 최근 여성 고객을 고려한 라인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형적인 남성 시계 브랜드들 역시 여성만을 위한 전용 타임피스를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파텍 필립, 리처드밀과 위블로 등이 있다. 먼저 예거 르쿨트르는 주얼리 워치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리베르소’ 90주년을 기념해 마더오브펄과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시계 위에 꽃을 그린 ‘리베르소 원 프레셔스 플라워’ 컬렉션을 발표했다. 피아제는 ‘라임라이트 갈라’ 워치의 베젤에 사파이어와 그린 차보라이트를 무지갯빛으로 세팅했다. 특유의 금세공 기법인 팰리스 데코로 다이얼과 브레이슬릿을 장식해 극강의 화려함을 선보인다. 작년에 다시 재해석되어 돌아와 인기를 끈 까르띠에의 ‘파샤 드 까르띠에’ 워치 역시 새로운 모델을 추가했다. 그중에서도 팬더의 얼굴을 스켈레톤 무브먼트로 형상화한 모델은 주얼리와 워치의 경계를 허문다. 화이트 골드, 옐로 골드와 다이아몬드 풀 파베 세팅 버전에 직경 41mm 사이즈로 손목 위에서 거부할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다.
파텍 필립은 특정 랩 타임을 특정하는 크로노그래프 기능이 탑재된, 오직 여성만을 위한 수동 무브먼트 ‘칼리버 CH 29-535 PS’를 장착한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선보였다. 리처드 밀은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1일까지 벨기에 스파-프랑코샹 서킷에서 열린 국제자동차연맹의 세계내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리처드 밀 레이싱 팀의 데뷔전을 기념하기 위해 여성용 리미티드 에디션 ‘RM 07-01 레이싱 레드’ 워치를 출시했다. 31.4×45.66×11.85mm 크기의 토노형 레드 케이스가 돋보이는 스켈레톤 워치다. 50시간 파워 리저브와 ‘인하우스 칼리버 CRMA2’는 시와 분이 표시되며 ‘가변 지오네트리 로터(착용자의 움직임에 맞게 와인딩 회전력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가 탑재된 오토매틱 와인딩 무브먼트를 채택했다. 롤렉스는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컬러풀한 ‘오이스터 퍼페추얼 데이-데이트 36’을 발표했다. 일상적인 착용에서 최상의 성능을 보장하는 최상급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았다. IWC 역시 베스트셀러인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라인업에 작은 버전을 추가하며 여심을 공략한다. ‘인하우스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69385’가 탑재되었으며 41mm 케이스로 뛰어난 착용감과 존재감, 대담함을 갖춘 웨어러블한 시계로 탄생한 것. 위블로는 올해 자신들의 아이콘인 ‘빅뱅’ 워치의 여성 버전을 전격 발표했다. 33mm 케이스, 로열 블루, 그린, 오렌지 등 컬러풀한 러버 소재에 진귀한 젬스톤을 세팅한 모델이다. 특허받은 원 클릭 고정 시스템으로 쉽게 다른 스트랩으로 교체가 가능해 패셔너블한 아이템이 될 듯. 뿐만 아니라 세라믹과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뒤덮은 온통 투명하게 반짝이는 투르비용 워치도 더없이 매력적이다. “시계 산업은 주로 남성들에 의해 운영되어왔지만, 더 많은 여성들이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오데마 피게의 최고 책임자인 올리비아 크루언의 언급처럼 새로운 여성 시계의 시대가, 시간이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