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봄이 담긴 시와 사진

계절이 성큼 발을 떼기 시작했다. 봄을 전하는 발자국.

BYBAZAAR2021.04.15
 
〈New Moon〉, Los Angele, 2021.

〈New Moon〉, Los Angele, 2021.

 
NEW MOON
일 년 전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한 사진가 곽기곤은 고향이 아닌 곳에서 어떤 봄을 맞이하고 있을까? 달 사진과 함께 이런 대답을 보내왔다. “하루를 마무리하듯 부드럽게 내려앉은 로스앤젤레스 저녁 노을 위 새롭게 차오르기 시작한 초승달이 떠 있다.  시작은 저렇게 연약해 보이지만 결국 꽉 찬 보름달이 된다. 봄도 인생도 달도 결국 풍성하게 피어오르기 마련이다.”
 

 

단단

임유영
 남쪽 숲에선 새끼곰이 깨어났습니다. 자는 동안에도 키는 자랐습니다. 가슴의 흰 반달도 커졌습니다. 곰, 발톱도 길었습니다. 두껍고 새카맣습니다. 자던 자리가 동그랗습니다. 엄마곰은 어디 가고 없습니다. 빠진 이빨들 흩어져 있습니다. 곰, 외로움 있습니까? 곰, 일어나 앉습니다. 엄마와 약속한 일이 기억납니다. 산골의 다람쥐, 멧돼지, 토끼, 뱀들도 엄마랑 약속합니다. 긴 겨울이 지나면 깨어나기로 합니다. 따뜻해지면 맛있는 것을 먹기로 합니다. 꽃이 피면 같이 놀기로 합니다. 곰, 눈 비비고 기지개도 켜봅니다. 혼자 가만히 엄마 엄마 불러도 봅니다. 곰, 두려움 알고 있습니까? 몸이 가렵습니다. 앞으로 구르고 뒤로도 굴러봅니다. 곰, 배가 고프고 목도 마릅니다. 구멍 밖에서쑥 냄새, 취 냄새 향긋하게 불어옵니다. 졸졸 물 흐르는 기척 들려옵니다. 무엇이든 찾으러 나가야겠지요? 천둥처럼 쾅쾅 울리는 소리, 어디에서 시작되었나요? 곰, 슬픔 알지요? 여기는 세상입니다. 동면에서 갓 깨어난 곰을 발견하면 절대로 다가가지 마세요.
 
 
'단단’
2020년 문학동네시인상으로 등단한 시인 임유영은 친구들이 모아준 종이와 도구를 이용해 색종이를 자르고 붙여 그림을 만든다. 시 한 편과 그림은 임유영이 만든 짝꿍이다. “‘단단’은 봄과 마음에 대한 시인데, 이곳이 아니라 먼 산 깊은 속에서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란 물음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부디 즐겁게 읽어주시길.”

Keyword

Credit

  • 에디터/ 박의령
  • 웹디자이너/ 한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