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rity

인물만큼 인성도 찐! '조인성'과의 만남

하퍼스 바자 8월호 커버 주인공 조인성

BYBAZAAR2020.07.30
자기 자신을 많이 들여다본 일이 있는 사람들은 자못 다르다. 그들의 말엔 힘이 있고 어조엔 확신이 있다. 스스로와 화해하는 법도 어느 정도 안다. 그러기 위해선 유연해야 한다. 조인성도 그렇다. 
 
조인성 씨 인터뷰를 한다고 하니 주변 기자들이 놀라더군요. 그만큼 희소한 인터뷰이란 얘기죠. 활동 경력에 비해 인터뷰가 많지 않아요. 그 이유가 뭘까요? 
글쎄요. 작품 때문에 인터뷰를 하곤 하지만, 홍보 시즌이 끝나면 별로 할 얘기가 없어요. 그냥 한 개인으로 열심히 살아가기도 바쁘니까요. 인터뷰를 하다 보면 민망해지는 순간도 더러 있어요. ‘내가 정말 말하는 대로 살고 있나?’ 그래서 말을 줄이는 것뿐이에요. 일부러 인터뷰를 피하는 건 아니고요.
대중 앞에 서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자기가 하는 말에 갇히거나 스스로 기만적이라 느낄 때가 있죠. 
맞아요. 이러다 내 말에 내가 발목 잡혀서 살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후디드 파카, 데님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Fendi.

후디드 파카, 데님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Fendi.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가 개봉을 앞두고 있잖아요. 코로나로 극장 상황이 좋지 않은 시기예요. 
2월 중순에 모로코 촬영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어요. 저희 팀은 그나마 영화를 다 찍고 돌아왔지만, 촬영이 도중에 멈추거나 무기한 연기된 작품들도 많아요. 안타깝죠. 예전만큼 극장에 관객이 많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지금은 안전하게 코로나를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이니까요.
〈모가디슈〉는 1990년대 소말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한 남북 대사관 공관원들의 탈출극입니다. 모로코 올 로케이션라고 들었는데 어떤 경험이었나요? 
한국 ‘올 로케’로는 찍어봤어도 이런 적은 저도 처음이에요.(웃음) 4개월 정도 거기 머물렀는데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었어요. 아무래도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으니 편했죠. 교민이 서너 명밖에 안 되는 작은 관광도시에서 촬영했거든요. 마음대로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지만, 음식 때문에 향수병에 시달리기도 했어요. 현장 밥차로 어느 정도 마음을 달래긴 했지만 아무래도 멀리 떨어진 곳에 오래 있으니 힘들더라고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보고 싶은 사람들을 못 만나고, 먹고 싶은 걸 충분히 못 먹는 거요. 사람들 사이의 정이나 한국 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컸던 것 같아요.
 
후디드 파카, 데님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Fe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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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동영상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선택한 결정적인 계기를 물었을 때 “김윤석, 허준호 등 선배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라고 답했어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 감각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인가 봐요. 
맞아요. 처음에는 저도 물론 선배님들이 어려웠죠. 근데 모로코에서 촬영이 시작되고 나니, 우리가 마을을 만들어 공동생활을 하는 느낌이었어요. 서울에 있었다면 촬영 끝나고 바로 흩어지기도 했을 텐데, 줄곧 함께 생활했으니까요. (허)준호 선배님은 술을 못 드시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선배님 방에 들러 커피 한잔 마시고, 촬영 끝나면 (김)윤석 선배님과 술 한잔 하고. 연기를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환경이었던 것 같아요.
류승완 감독과는 첫 작업이죠? 
아주 유머러스한 분이에요. 덕분에 현장이 늘 웃는 분위기였는데, 그러면서도 치열함과 카리스마가 있어요. 베테랑 감독답게 어떤 상황에서도 빠르게 판단하고, 계산이 서 있어요. 그리고 굉장히 솔직했어요. 모호할 때면 배우들에게 의견을 구했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소통할 수 있게 해줬어요. 사람 사이의 막을 빨리 벗기는 감독님이에요.
 
재킷은 Fendi.

재킷은 Fendi.

솔직하다는 표현이 인상적인데, 그게 베테랑의 여유인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도 물론 경험치가 쌓이지만, 매번 새로운 인물을 표현해야 하기에 현장에서 긴장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렇죠. 카메라 앞에서 100퍼센트 어색함을 지우기란 쉽지 않아요. 연기는 약간의 긴장과 자기만의 계산과 감정 등이 응집되어 나오는 복합적 결과물이에요. 오히려 긴장감에 도움을 받아서 연기할 때도 있어요. 내 몸이지만 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을 때도 있고, 상대에 따라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연기가 나오기도 해요. 늘 제로 값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재미있는 거죠.
배우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도 새로운 재미가 발견되는 직업 같아요. 
물론 그런 측면도 있죠. 하지만 이 일을 오래 했기 때문에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기도 해요. 어쨌든 이게 직업이니까요. 싫든 좋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이거다, 하며 계속하는 거예요. 그건 어떤 직업을 가진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후드를 탈부착할 수 있는 재킷,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Fendi.

후드를 탈부착할 수 있는 재킷,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Fendi.

〈모가디슈〉에서 맡은 강대진 참사관은, 류승완 감독에 따르면 “할 말 다 하는 성격이자 탁월한 정보력과 기획력을 가진 똑똑한 사람”이라고요? 
그렇다고 엘리트는 아니고요.(웃음)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의 설정이 생사가 오가는 고립된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들도 납득이 됐어요. 비굴하기도 했다가, 윽박지르기도 했다가. 단순하고 무식하게 보일 때도 있고요.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룸을 열어두고 접근했어요. 유연하고 다양하게 표현해본 것 같아요.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시놉시스를 보면 김윤석 배우와 함께 붙는 장면이 대부분일 것 같아요. 배우는 상대가 어떻게 호흡을 던져주느냐에 따라 연기 톤이 달라지기도 하잖아요. 
윤석 선배님이 맡은 한신성 대사와는 한 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앙상블이 중요했어요. 윤석 선배님은… 무척 감동적인 분이에요. 지금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선배님 덕분에 제 연기가 풍부해 보일 때가 있었고, 선배님의 대사 한마디에 제 리액션이 자연스럽게 나오기도 했어요. 현장에서 항상 존중해주시던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후디드 파카, 셔츠, 데님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Fe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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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호 배우의 에너지는 어땠어요? 
맑죠. 상당히 맑으셨어요. 항상 여유 있으시고. 본인 촬영이 없을 때도 커피 내려주러 현장에 오시고. 그게 호흡이죠.
그분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네요. 
선배님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잊히질 않아요. 그 인자한 웃음소리.(웃음)
〈모가디슈〉는 극적인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는 영화일 것 같은데요. 
저도 그 부분이 포인트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탈출 과정에서 관객이 인물들과 함께 거기 있는 것처럼 느낀다면 잘 만든 영화인 거죠.
어떤 톤으로 완성될 것 같아요? 
땅에 붙어 있는 일상적인 느낌요. 특별한 영웅이 등장하지도 않고, 누구 하나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것도 아니에요. 소시민적 캐릭터가 많이 나와요.
이 영화가 동시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 같나요?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그리고 생존이라는 감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될 것 같아요. 남북이고, 이념 갈등이고 뭐고 사람이 살기 위해 탈출하는 이야기니까요.
살아남고 싶다는 욕망만큼 강한 게 없죠. 
그렇죠. 생존 문제에 어떻게 이념이 비집고 들어가겠어요. 그건 여유가 있을 때나 하는 생각이죠.
 
조인성이 착용한 모든 의상은 Fendi.

조인성이 착용한 모든 의상은 Fendi.

 
배우가 가진 깊은 내공과 카리스마를 보여준 조인성. 뿐만 아니라 데뷔 2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카메라 앞에서 쑥스러워하며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조인성이 착용한 모든 의상은 Fendi.

조인성이 착용한 모든 의상은 Fendi.

배우마다 시나리오를 읽고 분석하는 방식이 다른데, 주로 어떻게 접근하는 편인가요? 
공감을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이 사람이 왜 그랬을까. 그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리고 캐릭터에서 내게 없는 모습을 발견하면 어떻게 나답게 표현할지를 고민해요.
캐릭터를 잡을 때 가장 헤맸던 작품이 있다면요? 
글쎄요. 헤맸던 찰나는 있는데 의외로 쉽게 해결된 적이 많아요. 현장에서 상대 배우와 연기하면서 풀리지 않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풀리는 경험을 많이 했어요. 그런 게 소위 말하는 화학 작용이겠죠.
어느 정도 열어두고 현장에 가는 편이겠네요? 
기본은 가지고 가되 완전히 열어둬요. 그래야 현장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어요. 내 기준이 너무 확실하면 스스로 괴로워질 가능성이 크죠.
자기를 괴롭지 않게 하는 법을 어느 정도 터득한 것 같아요. 그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태도 같고요. 
사랑보다는 지혜 같아요. 스스로 지혜라고 얘기하기는 좀 그렇지만, 상대를 싫어해봤자 상대는 변화가 없어요. 나만 힘든 거지. 그러니까 어떤 걸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건 결국 다 나 좋으라고 그러는 거예요.(웃음) 뭔가를 좋아하면 내가 좋은 거니까요. 꽃을 좋아하면 제가 기분이 좋은 거지, 꽃이 좋은 건 아니잖아요?
의식적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만들어놓는 편이에요? 
노력은 하죠. 그런데 싫은 건 또 어쩔 수 없어요. 그럴 땐 ‘아, 나는 이런 게 싫구나’  하고 넘어가요.
특별히 못 견디는 상황이 있어요? 
음… 배고픈데 밥 안 주면 못 견디죠.(웃음)
늘 배고프지 않도록 해야겠네요? 
먹고 자는 부분에서만 괴롭게 하지 않으면 전 대체로 괜찮은 것 같아요.(웃음)
 
셔츠, 팬츠는 모두 Fe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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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고 힘 뺀 연기를 추구하는 듯해요. 
그러기 위해 노력해요. 최근 골프를 배우는데 힘 빼고 치는 게 좋다고 해요. 모든 운동이 다 그렇잖아요. 머리로는 아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가 많을 뿐이죠. 연기도 마찬가지예요. 어릴 때는 힘을 가득 넣고 연기했다면,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힘을 빼는 데 집중하게 됐어요. 지금도 완전히 그렇게 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옛날보다야 좋아졌겠죠.
군더더기나 습관 같은 걸 하나씩 덜어내는 훈련 중인가 봐요.
신선함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오래 활동하는 배우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이런 게 아닐까요. 기존 패턴대로 연기하지 않는 태도. 어떻게 하면 10퍼센트라도 다르게 접근할까. 어떻게 하면 익숙한 옷을 덜 입을까. 아마 베테랑의 싸움은 거기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야 연기하는 본인도 즐거울 테고요. 
일단 제가 재미있어야겠죠. 그런 의미에서 현장에서 약간의 불안을 느끼는 건 나쁘지 않은 일 같아요. 늘 해왔던 식으로 연기하면 쉽겠지만, 결국 지난번과 똑같이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면 괴롭거든요. 이렇게 해도 되나? 이렇게 접근한 게 괜찮았나? 자꾸 반문하는 게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 가져야 하는 태도일 수도 있어요.
 
재킷,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Fendi.

재킷,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Fendi.

본인의 직업을 좋아하세요? 
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요. 많은 생각들이 들어와봤자 나만 힘들어지니까, 그냥 최선을 다해 하는 거죠. 우리가 매일 밥을 그냥 먹는 것처럼 일도 그런 것 같아요.
이 일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했는데 왜 그런 것 같아요? 
덕업일체가 되면 너무나 좋겠는데, 어려운 경지잖아요. 이상적인 걸 바라지는 않아요. 일은 원래 어려운 거예요. 그 안에서 만족과 행복을 잠깐씩 느끼는 것뿐이지. 일을 하는 내내 좋아야 돼, 같은 강박을 버리니 조금 편해졌어요. 그래, 일은 원래 힘든 거야. 모두에게 그런 거야.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모든 사람이 일을 힘들어 했어.
마지막 질문을 할게요. 조인성이라는 사람은 스스로를 좋아하나요? 
저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죠.
친한 친구에게 뭘 어떻게 해주고 싶어요? 
무엇보다 속이고 싶지 않아요. 내가 나한테 얼마나 솔직한지, 내 마음에 어떻게 공감을 해주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은 몰라줘도 나는 알아줘야 하겠죠. 무작정 칭찬만 해준다는 소리는 아니에요. 선택에 실패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적은 없어요. 그 점만큼은 알아주고 존중해주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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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황인애
  • 사진/ 김영준,노승윤
  • 글/ 김현민(영화 저널리스트)
  • 헤어/ 임원묵
  • 메이크업/ 이승연
  • 세트스타일링/ 한송이
  • 스타일리스트/ 최진영
  • 어시스턴트/ 김명민
  • 웹디자이너/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