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이자벨 마랑, 그녀와 나눈 지극히 사적인 대화

늘어진 회색 티셔츠에 청바지, 질끈 틀어 올린 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 여기에 어떤 사람도 무장해제시키는 호탕한 웃음. 50세가 넘은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 이자벨 마랑은 자신의 이름뿐 아니라 스타일까지 고스란히 복제한 브랜드를 꾸리고 있다. 그에게 디자이너로서, 또 엄마로서, 여자로서의 삶의 비결에 대해 물었다.

BYBAZAAR2020.05.16
#Isabel Marant

INTERVIEW

ⓒdudi Hasson

ⓒdudi Hasson

늘어진 회색 티셔츠에 청바지, 질끈 틀어 올린 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 여기에 어떤 사람도 무장해제시키는 호탕한 웃음. 50세가 넘은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 이자벨 마랑은 자신의 이름뿐 아니라 스타일까지 고스란히 복제한 브랜드를 꾸리고 있다. 그에게 디자이너로서, 또 엄마로서, 여자로서의 삶의 비결에 대해 물었다.
일상의 루틴이 있나? 
물론 지금은 비일상적인 날을 보내고 있지만, 보통은 일찍 일어나서 스쿠터를 타고 수영장으로 간다. 수영을 하며 스트레스를 물에 흘려 보내고, 나의 일터인 스튜디오에 간다. 하루 종일 일하고 약간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서 빠르게 저녁식사를 하고 책을 읽는다. 주말에는 일을 완벽히 배제하고 가족, 친구들과 퐁텐블로(Fontainebleau)에 있는 나의 작은 오두막에서 시간을 보낸다. 숲속 한가운데 있는 이 별장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따뜻한 물도 안 나오지만 나의 가장 포근한 안식처다.
젊음을 유지하고 싶다는 건 세대와 인종을 넘어선 모두의 이슈다. 그런 점에서 젊음의 비결이 있다면? 
다양한 관심사, 오픈 마인드, 건강 이 세가지를 꾸준히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일 년에 적어도 8개의 컬렉션을 준비하며,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렇기에 나의 라이프스타일은 흡사 운동선수와 비슷하다. 그것도 국가 대표 운동선수 수준! 사람들은 종종 디자이너들이 섹스나 마약, 파티에 빠져 있을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요가를 즐기고 누구보다 오가닉 푸드를 좋아하며 워라밸이 확실한 삶을 살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소모적인 산업 환경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어린시절의 이자벨 마랑과 엄마.

어린시절의 이자벨 마랑과 엄마.

어떻게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하게 되었나? 
어렸을 적에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거나 패션 없이 살 수 없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경제학을 전공하고 싶었다. 그러다 10대 때 우연히 아빠의 오래된 가운으로 몇 가지 옷을 리폼하여 입었는데, 그게 반응이 좋아서 주변 친구들에게도 옷을 만들어 팔았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경영학과가 아닌, 패션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처음 론칭한 브랜드가 주얼리 브랜드였다. 당신에게 주얼리란 어떤 존재인가? 
처음부터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꾸릴 만한 경제적 여력이 되지 않아 주얼리로 먼저 시작했다. 주로 세라믹, 메탈, 에나멜, 진주처럼 일상적인 소재를 이용해서 만들었다. 심지어 만드는 방법도 간단했고, 오븐으로도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이자벨 마랑식 옷 입기에 대해 조언해달라. 
나에게 있어서 패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편안함이다. 그런 옷은 입으면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긴다. 나의 스승인 스튜디오 베르소 디렉터 마리 루키(Marie Rucki)가 패션 디자이너가 되려는 나에게, “당신이 입고 싶지 않은 옷은 만들려고 하지도 말라!”라고 했다. 오늘날까지도 이 명언은 내가 사업을 하는 데 기본이 된다. 화려해도 걸치기 쉽고, 우아하면서도 과하지 않게, 마트에 갈 때나 디너 모임에도 입을 수 있는 진실한 ‘리얼’ 패션을 만들고 싶다. 결코 옷이 입는 사람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옷을 통해서 또 다른 자유를 느끼고 편안한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 스타일링에 대한 팁을 주자면 우린 옷을 만들 때 같은 시각, 같은 생각으로 매우 정성껏 만들기 때문에 여러 시즌의 옷을 믹스하여 스타일링해도 무리가 되지 않는다.
이자벨 마랑의 보헤미안 시크를 대변하는 모델들.

이자벨 마랑의 보헤미안 시크를 대변하는 모델들.

여자의 옷장 속에 꼭 있어야 할 아이템이 있다면 무엇인가? 
좋은 티셔츠와 좋은 데님 정도면 충분하다!  
이자벨 마랑의 스타일을 대표하는 아이템은 무엇인가? 
미니스커트와 파워 숄더 재킷.
이자벨 마랑이 가장 사랑하는 디테일과 소재가 있다면? 
코튼과 자수 같은 자연스러운 소재를 선호한다. 예전부터 손맛이 느껴지는 자수에 매력을 느꼈다. 손으로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그들의 작업물로 스타일을 완성하는 것이 좋다.
이자벨 마랑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역대 모델들이 있다. 다리아 워보위, 지젤 번천, 애리조나 뮤즈 등. 그들의 어떤 점이 이자벨 마랑과 맞닿아 있나? 
인위적인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지닌 여성들을 사랑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신뢰하며 그에 따른 강한 자신감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온다.
이자벨 마랑식의 라이프스타일도 궁금하다. 이자벨 마랑스러운 인테리어와 뷰티, 음식 같은 건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매우 심플한 인테리어를 선호한다. 빈티지 가구를 사랑하고, 플리마켓에서 많은 것을 구매한다. 파리 벨빌(Belleville)에 살고 있는데 이곳은 매우 코스모폴리탄적인 지역이며 멋지다. 요리도 즐기는 편인데 특히 별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식사는 큰 기쁨이다. 치즈와 프렌치프라이를 곁들인 스테이크 그리고 나의 뿌리인 독일 음식 사워크라우트를 즐겨 먹는다.
안락한 그녀의 오두막집.

안락한 그녀의 오두막집.

책 읽는 것도, 음악을 듣는 것도 즐긴다고 들었다. 그런 것들이 당신 작업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와서 보면 알겠지만 나의 스튜디오에는 항상 음악이 흘러나온다. 음악이 주는 에너지와 리듬, 템포로부터 컬렉션 구상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17살 아들과 같은 노래를 듣는데 이게 내 젊음의 비결일 수도 있겠다. 이자벨 마랑의 크리에이티브한 감각을 만들어주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여기에 음악처럼 좋은 소재는 없다. 특히 이번 2020 S/S 컬렉션은 브라질 음악인 바투카다(batucada), 바일레 펑크(baile funk)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음악들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컬러, 밝은 분위기, 생동감이 컬렉션 곳곳에 깃들어 있다.
당신만의 뮤즈가 있나? 
특별히 뮤즈를 정하지 않는다. 사무실이나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들, 나의 어머니와 그녀의 친구들 등 모든 여성이 영감의 대상이다. 인종이나 나이를 초월하여 어떤 여성에게서든 영감을 받을 수 있다. 디자이너로서 가장 신나는 점은 나의 옷을 입은 여성들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하다고 느낄 때다. 15세에서 80세까지 이자벨 마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다양한 점은 스스로도 뿌듯하다.
90년대와 지금의 여성에 대한 이미지는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나? 패션에서도, 또 워킹우먼으로서 스스로도 그 변화를 느끼나? 
내가 30년 동안 목격한 여성의 이미지는 확실히 변했다. 오늘날 여성들은 더 자신감에 넘친다. 패션 또한 많은 것이 변했다. 글래머러스한 스타일에서 보헤미안, 편안함, 쿨함 등으로 아름다움이 변화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트렌드를 쫓으려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놔두는 편이다. 패션에 대한 나의 철학 또한 항상 “좋아, 오늘은 뭘 입지?”라는 질문으로 디자인을 시작한다. 패션은 각자 느끼는 것이며, 각자만의 방식이 있다. 여성으로서 여성이 원하는 바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 쉽게 패션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안락한 그녀의 오두막집.

안락한 그녀의 오두막집.

요즘 관심이 가는 아티스트가 있나? 
최근에 마놀로 발레스테로스(Manolo Ballesteros)라는 스페인 출신 아티스트를 만났다. 그는 주로 종이를 찢고 색칠하고 접는 작업을 하는데 그런 자유로움이 맘에 들었다.
패션 외에 관심 있는 분야가 있나? 
생태계, 경제, 예술! 이것들에 대해서는 숨 쉬는 것만큼이나 관심이 간다.
이자벨 마랑의 크루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나? 
나에게는 큰 규모의 크루가 있다. 우선 우리 이자벨 마랑 팀원들! 그들은 하나같이 재능이 넘치고 그 에너지의 총합이 이자벨 마랑의 스타일로 드러난다. 그 외에, 다섯 시즌째 같이 광고 캠페인 작업을 함께 하고 있는 사진가 유르겐 텔러. 그는 결코 다른 사람을 흉내내지 않으며 나는 그의 감각과 정형화되지 않는 접근방식을 사랑한다. 몇 년째 이자벨 마랑의 윈도 디스플레이를 맡고 있는 조각가 아르놀드 고롱(Arnold Goron)도 빠트릴 수 없다. 그는 가공하지 않은 재료와 비싼 재료를 혼합하는 비범한 능력이 있다. 아르놀드 고롱은 스스로 방법을 찾아낼 때까지 잘라내고, 모델을 만들고, 실험하는데 그 접근 방식에는 내가 아주 소중히 여기는 핸드메이드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의 조각은 때론 너무 디지털적인 세상 속에서 휴식 같은 역할을 한다. 이자벨 마랑의 매장에서 유머와 순수함이 가득한 아르놀드 고롱의 조각품을 만날 수 있다.
지금 이 시기,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나? 
우리 가족은 작은 별장에서 주로 생활하고 있다. 이 순간 숲속을 거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매우 행운이라 생각한다.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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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김민정(프리랜서)
  • 웹디자이너/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