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몽클레르, 발렌티노, 토즈 등을 거친 화려한 이력의 디자이너 알레산드라 파치네티. 그녀가 2015년 서울을 기반으로 론칭한 할란앤홀든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시간 절약’이라는 흥미로운 철학을 추구하며 옷과 커피를 함께 소개하는 브랜드다.
할란앤홀든의 첫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었다. 생소할 〈바자〉 독자들에게 브랜드 소개를 부탁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사람들이 시간을 절약해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원 스텝 착용(1step dressing) 즉, 한 번에 룩 전체를 완성할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인다. 옷을 입는 행위에 최대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함께 전개하고 있는 카페 비코우즈 커피 역시 주문 후 10분 내로 제조된다.
많은 브랜드를 거쳐서 이곳에 정착했다. 어떻게 보면 전혀 다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트렌드의 최전방에 있을 때, 모든 것이 똑같은 루틴으로 흘러갔다. 어느 순간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훌쩍 아시아 곳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때 느꼈던 신비로운 느낌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할란앤홀드 대표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였다. “어떻게 하면 시간을 절약해 옷을 입을 수 있을까?”라는 흥미로운 질문에 끌리기도 했고. 요즘 다른 관점에서 옷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럴 시간이 없다(Ain’t got time for that)’라는 유쾌한 슬로건을 시작으로 브랜드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우리 브랜드는 메시지를 통해 소비자와 소통한다. 첫 번째 슬로건은 글로벌 광고대행사 와이든앤케네디와의 협력을 통해 만들었다. 현재를 소중하게 여기고, 걱정이나 집착 같은 불필요한 것에 시간 낭비를 하지 말자라는 의미다. 이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시간 절약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캠페인과 패션 필름 촬영, 그리고 6월에 선보일 첫 컬렉션을 준비 중이다. 3월 초엔 지금 이 공간(잠실 롯데월드타워)을 소개하는 오프닝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다. 그때 다시 서울에 올 것이다.
그럼 첫 번째 컬렉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 몇 가지 힌트를 준다면?
할란앤홀든은 매일 입기 좋은 ‘메인’ 컬렉션부터 편안함을 극대화한 ‘BC’, 스마트 트래블 웨어를 선보이는 ‘캐빈웨어’까지 총 세 가지 라인으로 나뉜다. 그중 9번째 BC 라인, 이름하여 ‘9BC’로 첫 컬렉션을 공개할 예정. 보다시피 무척 심플한 실루엣이지만, 나의 취향을 담아 트위스트를 가미할 예정. 소재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쉽게 주름지지 않고, 세탁해도 변함없는 소재로 실용성을 강조했다.
지금 입고 있는 아우터도 할란앤홀든의 제품인가?
7BC 시즌의 아우터다. 네크라인의 주름 디테일은 앞서 말한 트위스트의 좋은 예다.
패스트 패션이 아니라는 의미는 타임리스한 아이템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인가?
한 제품당 10~20개 정도만 만든다. 애초에 많은 수량을 제작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와는 차별을 둔다. 제품이 모두 판매가 되면 리오더 대신 디테일이 바뀐 제품들로 채워진다.
디자이너들은 주로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든다고 하더라. 당신의 취향은 어떤가?
믹스 매치와 빈티지를 좋아한다. 옷장에 정말 온갖 옷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매주, 딱 10개의 아이템을 고른다. 그리고 가격대와 브랜드의 믹스 매치를 시작한다. 아주 장난스럽게 말이다.(웃음)
지속가능한 패션이 화두다.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플라스틱과 종이 사용을 최대한 줄였고, 올해부터는 태양열을 사용하는 공장과 협업한다. “우리 브랜드는 지속가능 패션을 추구해요.”라는 메시지는 이젠 너무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아버지가 이탈리아의 유명한 록스타 로비 파치네티(Roby Faccinetti)라고 알고 있다. 그에게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
그렇다.(웃음) 아버지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아주 유명한 가수다. 지금도 아주 왕성하게! 음악에 둘러싸인 예술적 환경에서 자랐지만, 도무지 관심이 없었다. 다만 아버지에게 배운 건 확실하다. 모든 일은 열정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