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하지만 결코 진부하지 않다. 그리고 동시대 여자들이 선망해 마지않는다. 샤넬 하우스의 상징이자 몇 시즌째 키 트렌드로 꼽히는 트위드 소재에 관한 이야기다. 시작은 1920년대 가브리엘 샤넬의 연인이었던 영국 최고의 부호 웨스트민스터 공작과의 러브스토리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의 이름은 휴 그로스베너(Hugh Grosvenor)로 벤더(Bendor)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그는 큰 키에 깔끔한 금발머리를 가졌고 재색 또한 겸비한 그야말로 ‘우아하다’ 표현에 걸맞는 영국 신사였다. 그와 함께 자주 여행을 갔던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전통적으로 남성용 의상에 사용되었던 트위드를 발견한 가브리엘은 남성복의 전유물이었던 트위드를 여성을 위한 재킷과 캐시미어 카디건 등의 소재로 재해석했다. “여자들에게도 활동하기 편한 수트가 필요해요. 여성미가 돋보이는 수트 말이에요.” 보다 실용적인 디자인의 수트를 원했던 그녀는 트위드 소재를 개발함으로써 기능적인 활동성과 함께 편안한 우아함을 불어넣었다. “패션은 사라지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고 했던 가브리엘 샤넬의 말처럼 2020 S/S 시즌에도 트위드의 파워는 유효하다.
지난 1월, 파리 오트 쿠튀르 컬렉션 기간에 샤넬 하우스는 이 트위드 소재에 헌정하는 최초의 하이주얼리 컬렉션을 공개했다. 바로 ‘트위드 드 샤넬(Tweed de Chanel)’이 그것. 이번 컬렉션을 통해 샤넬은 트위드 역사의 새로운 챕터를 열였다. 스코틀랜드어 ‘트윌(tweel)’에서 유래한 이 이름은 능직으로 짠 천을 뜻하는데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사이를 흐르던 연안의 강 ‘트위드(Tweed)’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가브리엘 샤넬은 언제나 워싱이 덜 되어 부드러움을 간직한 질 좋은 울을 선호했으며, 특별히 트위드 강의 물살로 씻어낸 트위드를 알아볼 수 있다는 점을 자랑스러워했다. 손으로 짠 스코틀랜드산 울 소재인 트위드처럼 골드와 다이아몬드를 부드럽게 연결해 메탈과 스톤으로 만든 패브릭 같은 주얼리라니, 상상할 수 있는가.
이를 위해 샤넬 하이주얼리 공방에서는 특별한 분절 기법을 개발했다. 단단한 골드에 움직임의 활력을 불어넣고 가브리엘 샤넬이 아꼈던 트위드의 아름다운 불규칙성을 표현한 것. 다이아몬드, 진주, 사파이어가 서로 겹쳐지고 뒤얽혀 풍성한 질감을 살린 네크리스, 링, 브레이슬릿으로 탄생했다. 모든 주얼리가 지닌 라인은 완벽하게 수작업으로 제작되었으며 트위드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꼬임 디테일이 그래픽적인 패턴으로 완성되었다. 트위드가 지닌 고유한 특징을 이 컬렉션을 통해 45개의 특별한 피스가 공개됐는데, 트위드 원단이 지니는 깊이와 풍성함을 위해 선택된 고급 소재들이 트위드 웨프트(가로뜨기를 연속으로 작업) 방식으로 연결되어 정교한 짜임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로 인해 피스의 구조 자체에 부드러움과 편안함이 구현된 것. 모든 세팅은 거친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극도로 미니멀하게 깎아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감촉을 선사한다.
트위드 소재의 섬세함이 살아 있는 ‘트위드 브로드 브레이슬릿’.
트위드를 자신의 옷장 속 필수품으로 삼았던 가브리엘 샤넬은 자신과 같은 여성들, 즉 여행을 다니고, 차를 몰고, 스포츠를 즐기는 여성들을 위한 최적의 소재라 여겼다. 이는 동시대 여성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소재이기도 하다. 파리의 방돔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샤넬 하이주얼리의 부티크에 디스플레이된 트위드 드 샤넬 컬렉션. 그 뒤로 펼쳐진 대형 스크린에는 스코틀랜드 국경에서 방돔 광장의 작업실에 이르기까지, 트위드에 전적으로 헌정된 하이주얼리 컬렉션을 만나는 여정이 영상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마치 가브리엘 샤넬이 트위드의 세계로 초대한 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