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뿐만 아니다. 지난해 뉴욕의 상징이었던 바니스 뉴욕 백화점이 파산 신청을 하는 등 기존 패션 리테일 업계에도 거센 바람이 불었다. 경쟁 백화점인 블루밍데일스는 ‘마이리스트’라는 렌털 비즈니스를 선보이며 1백49달러라는 멤버십 비용으로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의 아이템을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뉴욕의 대표 백화점이자 2백여 년의 역사를 지닌 로드 앤 테일러(Lord & Taylor)가 패션 렌털 스타트업 르토트(Le Tote, 7년밖에 안 된 렌털 스타트업 브랜드다)에 1억 달러에 매각되었다는 놀라운 소식도 들려왔다. 글로벌데이터사(GlobalDATA)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18년 2백40억 달러였던 중고 의류 시장의 규모는 2023년에는 5백10억 달러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사실이 체감되는 요즘이다. 아마존 역시 매달 17달러를 지불하는 고객에게 인공지능 스타일리스트가 선정한 최대 8개의 아이템을 배달해주고 무료로 착용해보고 반품까지 할 수 있는 ‘퍼스널 쇼퍼 바이 프라임 워드로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 H&M도 중고 의류 리세일에 이어 렌털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사실. 지난 11월 29일부터 본사가 있는 스웨덴 스톡홀롬의 세르옐 광장에 위치한 매장에서 렌털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중국의 가장 큰 패션 렌털 플랫폼인 Y클로젯과 손잡고 중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로열 프로그램에 참가한 회원들이 37달러를 내면 컨셔스 라벨의 컬렉션 중 3개 아이템까지 렌트할 수 있다고. 그 밖에도 바나나 리퍼블릭, 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 어번 아웃피터스 등도 렌털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 시장 역시 이 트렌드에 서서히 동참하고 있다. ‘클로젯 쉐어(Closet Share)’는 한 달에 7만9천원의 구독비를 내면 월 최대 8피스의 명품 브랜드 옷과 가방을 렌털할 수 있는 공유 옷장을 지향한다. 뿐만 아니라 개인이 입고 싶지 않은 옷과 가방을 맡겨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고 수익을 나눠받는 셰어링 서비스도 제공한다. 싱가포르 진출을 앞두고 있는 우리의 대표적 플랫폼이다. 그 외에도 스타일웨어, 트렌디 등도 눈여겨볼만 하다.
경험과 가성비를 중요시하며 스마트하면서도 패셔너블해지길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지금까지의 구매와 소비를 통한 부의 과시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사실. 그들은 자신의 일상을 소셜네트워크에 공유한다. 새롭고 특별한 모습을 타인에게 과시하고 동시에 환경보호와 지속가능 경제를 고려한 의식 있는 소비를 원한다. 이런 모순이 충돌하는 지점이 바로 ‘대여’라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새로운 의미의 럭셔리한 소비자’가 되길 원하는 렌털 패션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