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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마세요, 렌털하세요!

끝이 보이지 않는 의류 쇼핑에 지쳤나? 혹은 패션 산업의 탄소 배출량이 산업 전체의 10 %라는 사실에 놀랐다면? 보다 스마트하게 패셔너블해질 수 있는 방법, 렌털 서비스가 답이 될 수 있다.

BYBAZAAR2020.01.08
끊임없이 돌아가는 유행의 굴레 속에 우리는 여전히 쇼핑이라는 행위를 하고 살아간다. 사도 사도 채워지지 않으며, 옷은 많은데 입을 것이 없는 현실은 늘 반복된다. 끝없는 욕망에 통장 잔고는 바닥을 친 지 오래고, 때론 옷을 고르고 입는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도 있다. 그러던 중 눈이 번쩍 뜨이는 반가운 뉴스를 접하게 됐다. 최근 미국에서 뜨고 있다는, 패션 브랜드들의 렌털 서비스가 바로 그것. 선두주자는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way)’. ‘언리미티드(Unlimited)’라는 이름의 월 구독 서비스는 30~1백59달러를 내면 월정액 액수에 따라 무제한으로 옷을 대여해준다. 파티나 휴가를 위한 옷, 오피스 룩이나 데이웨어까지 4백50여 개 브랜드의 10만 개가 넘는 패션 아이템을 갖추고 있다. 많은 소비자가 옷의 선택, 구입 비용, 관리에 힘들어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Renting is stress-free”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고객이 가진 T.P.O와 스타일에 맞는 패션을 빅테이터 기반으로 큐레이션 해준다. 화려한 디자인과 패턴, 컬러의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제품이 많은 것은 소비자들의 대여 수요가 높기 때문이라고. 지난해 평가된 기업 가치는 1조원이 넘고 회원 수 1천만 명을 돌파하며 패션계의 넷플릭스로 떠올랐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한 대표적 성공 케이스다. 미국의 ‘스티치픽스(Stitchfix)’ 역시 마찬가지. 스티치픽스는 고객의 키, 몸무게 같은 기본 신체 정보와 컬러, 패턴 등 추가 정보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맞춤형 아이템을 추천하여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웹사이트에 제품과 사진이 없다는 것이 특징. 인공지능 시스템과 3천5백 명의 스타일리스트가 고객이 좋아할 만한 의류 5벌을 선정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다. 쇼핑 경험, 구매 행동에 변화를 준 독특한 비즈니스임에도 불구하고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3백만 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매년 30% 이상 성장하며 미국 패션계를 뒤흔들고 있다. 세계적인 글로벌 금융 서비스 회사 모건 스탠리가 보고서를 통해 경제 이론인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소비량이 증가할수록 그 재화의 한계 효용은 계속 줄어든다는 이론)을 언급하기도 했듯.
뿐만 아니다. 지난해 뉴욕의 상징이었던 바니스 뉴욕 백화점이 파산 신청을 하는 등 기존 패션 리테일 업계에도 거센 바람이 불었다. 경쟁 백화점인 블루밍데일스는 ‘마이리스트’라는 렌털 비즈니스를 선보이며 1백49달러라는 멤버십 비용으로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의 아이템을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뉴욕의 대표 백화점이자 2백여 년의 역사를 지닌 로드 앤 테일러(Lord & Taylor)가 패션 렌털 스타트업 르토트(Le Tote, 7년밖에 안 된 렌털 스타트업 브랜드다)에 1억 달러에 매각되었다는 놀라운 소식도 들려왔다. 글로벌데이터사(GlobalDATA)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18년 2백40억 달러였던 중고 의류 시장의 규모는 2023년에는 5백10억 달러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사실이 체감되는 요즘이다. 아마존 역시 매달 17달러를 지불하는 고객에게 인공지능 스타일리스트가 선정한 최대 8개의 아이템을 배달해주고 무료로 착용해보고 반품까지 할 수 있는 ‘퍼스널 쇼퍼 바이 프라임 워드로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 H&M도 중고 의류 리세일에 이어 렌털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사실. 지난 11월 29일부터 본사가 있는 스웨덴 스톡홀롬의 세르옐 광장에 위치한 매장에서 렌털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중국의 가장 큰 패션 렌털 플랫폼인 Y클로젯과 손잡고 중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로열 프로그램에 참가한 회원들이 37달러를 내면 컨셔스 라벨의 컬렉션 중 3개 아이템까지 렌트할 수 있다고. 그 밖에도 바나나 리퍼블릭, 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 어번 아웃피터스 등도 렌털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 시장 역시 이 트렌드에 서서히 동참하고 있다. ‘클로젯 쉐어(Closet Share)’는 한 달에 7만9천원의 구독비를 내면 월 최대 8피스의 명품 브랜드 옷과 가방을 렌털할 수 있는 공유 옷장을 지향한다. 뿐만 아니라 개인이 입고 싶지 않은 옷과 가방을 맡겨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고 수익을 나눠받는 셰어링 서비스도 제공한다. 싱가포르 진출을 앞두고 있는 우리의 대표적 플랫폼이다. 그 외에도 스타일웨어, 트렌디 등도 눈여겨볼만 하다.
경험과 가성비를 중요시하며 스마트하면서도 패셔너블해지길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지금까지의 구매와 소비를 통한 부의 과시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사실. 그들은 자신의 일상을 소셜네트워크에 공유한다. 새롭고 특별한 모습을 타인에게 과시하고 동시에 환경보호와 지속가능 경제를 고려한 의식 있는 소비를 원한다. 이런 모순이 충돌하는 지점이 바로 ‘대여’라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새로운 의미의 럭셔리한 소비자’가 되길 원하는 렌털 패션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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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황인애
  • 사진/ 김영준
  • 웹디자이너/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