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가 지겨울 땐? 케이프!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언제까지 그렇게 똑같은 캐멀색 코트만 입을 건가요? | 케이프,코트,스타일링,트렌드,캐멀

 ━  FASHION HERO,    ━  CAPE    언제까지 그렇게 똑같은 캐멀색 코트만 입을 건가요?  이 말을 한 사람은 바로 전설적인 패션 에디터 리즈 틸버리스다. 적당히 스타일리시하고, 적당히 트렌디하고, 또 적당히… 그렇게 위험 없는 패션만 고르다 보니 우리의 옷장에는 같은 컬러의 코트만 줄줄이 걸려 있지 않은지. 이번에는 좀 다른 도전, 다른 아우터가 필요하지 않을까? “가장 큰 위험은 위험이 없는 삶”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 개발 서적에 나올 법한 이 문장으로 시작하려는 얘기의 주제는 ‘케이프’다. 케이프, 또는 클록(cloaK)으로 불리는 이 옷은 보통 여자들에겐 한복 저고리만큼이나 낯선 주제다. 아마도 어리광 빼고는 챙길 것이 하나도 없는 꼬마아이나 혹은 날개 대신 케이프를 이용해 하늘을 나는 슈퍼히어로가 아니고서야 케이프를 가까이하긴 힘들다. 이유는 간단하다.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소매가 없는 케이프를 입으면 가방을 메기도 힘들고, 우리의 ‘베프’ 휴대폰을 보기도 힘들다. 게다가 웅장한 모양새 탓에 어떤 식으로 스타일링해야 할지 난감하다. 가성비와 실용성이 제일인 현대사회에서 케이프는 마치 쓸모없어진 꼬리뼈 취급을 받으며 퇴화했다. 하지만 케이프에 다른 패션 아이템이 가지지 못한 독보적인 분위기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케이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슈퍼히어로나 마녀 빼고 실존하는 인물 중에) 예술지상주의를 선언하고 아름다움을 찬미하던 대문호 오스카 와일드다. 그가 남긴 몇 컷의 사진에서 우아하게 케이프로 몸을 감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평생을 다른 것, 아름다운 것만 좇던 그에게 케이프는 필연적인 패션이었다. 케이프만이 가진 미스터리한 매력은 이름과도 관련이 있다. ‘Cape’라는 단어는 ‘도피하기 위한’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Cappa’에서 유래했다. 케이프는 오스카 와일드처럼 세상의 규칙에서 도망치고 싶은 사람이나, 실제로 적의 공격에서 피하고 싶은 사람(실제로 케이프는 과거 군복으로도 사용되었다)들에게 애용되었다. 호기심 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케이프에 대해 열광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최근 아름다움의 기준을 확대하고 있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아우터로 케이프를 선택하고 있다. 1970년대 파리의 여인들을 복각해낸 셀린의 에디 슬리먼은 낭만의 아이템, 케이프를 잊지 않고 무대에 올렸다. 그 시절 파리지엔에게 필요한 건 담배, 커피, 자신감뿐이었다. 그레이 터틀넥에 데님 팬츠, 롱 부츠를 신고 케이프를 툭 걸친 모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오라는 테일러드 코트를 입은 여자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걸음걸이마다 바람 소리가 날 것 같은 당당한 모델의 모습은 런웨이 위의 슈퍼히어로 같았다. 두 손을 청바지에 툭 찔러 넣고, 거추장스러운 가방 따윈 생략! 샤넬의 블랙 케이프는 더 드라마틱하다. 러플 블라우스와 가죽 팬츠의 이질적인 조합과 이를 뒤엎은 블랙 케이프는 우리에게 더 이상 어떤 공식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 배트맨 수트를 닮은 발맹의 웅장한 케이프, 극도로 섬세한 로에베의 화이트 케이프, 드라마 <가십걸>을 떠오르게 하는 미우 미우의 케이프, 빨간 망토가 아니라 파스텔 망토 입은 소녀들로 가득 찼던 마크 제이콥스 등 케이프가 패션을 구할 히어로로서 당당하게 2019 F/W 컬렉션 무대를 휩쓸었다. 이번 시즌 케이프는 다른 시대, 다른 스타일을 노래하지만 최종적으로 우리에게 남기는 메시지는 하나다. 새로운 아우터를 날개 삼아 자신감 넘치는 새로운 슈퍼우먼의 등장을 예고한 것. 사회적, 물질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제나 자신의 생활방식을 선택해야만 한다. 하나의 삶의 방식, 즉 스타일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건 아주 기본적인 미학적 결정이다. 이번 시즌의 아름다운 케이프를 앞에 두고, 우린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안전인가, 도전인가? 현실인가, 낭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