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EXCUSES
영화 가 얼마 전 개봉했어요. 해외에서 생활하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지만, 영화를 찍는다는 건 많이 달랐을 거예요.
일단 할리우드 영화니까.(웃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엠블린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영화에 출연해서 영광이었죠. 찍는 동안 할리우드 영화에서 동양인이 중요한 역할을 맡는 것이 나만을 위한 일은 아니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미국 뉴스에 출연했을 때는 정말 믿기지 않을 지경이었고요. 지금까지 응원해준 팬들과 주변 사람들이 없었으면 이런 큰 도전은 하지 못했을 거예요. 한국에서도 개봉하면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동물을 워낙 좋아하죠?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엄청 좋아했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키우지 못했어요. 계속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는데 를 찍는 동안 짧은 시간이라도 강아지를 키울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강아지랑 연기하는 건 어떨까 종종 생각해왔는데 연기자보다 더 연기를 잘하게 훈련되어 있더라고요.(웃음) 신선했어요. 발치에 있는 강아지를 넋 놓고 보느라 대사를 못한 적도 있어요. 정이 참 많이 들었었어요.
연기하는 헨리가 새롭고 반가워요. 중국에서 사극 영화를 찍고 미국으로 가 또 영화를 찍었어요.
한동안 음악만 하다가 오랜만에 연기를 하니 힘들지만 재미있더라고요. 연기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없었는데 운이 좋게 기회가 생겨요. 음악만을 바라보고 살다가 연기 또한 표현의 한 방법이란 걸 알게 되었달까. 저는 뭘 해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 연기도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저랑 더 잘 맞는 역할을 찾아가고 싶고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도전이 많이 생겼나요?
한국 작품. 음악과 관련된 연기라면 더 좋겠어요. 이제훈 선배님이 나왔던 <파파로티>라는 영화처럼 재능 있는 깡패? 아 건달이요. 오페라를 하는 건달이라는 설정이 재미있었거든요. 제 이미지와 다른 변화가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제목 없는 Love Song’이라는 새 노래는 기분 좋은 고백 같았어요.
누구를 위해서 썼는지, 그게 물어보고 싶은 거죠? 그건 비밀이에요.(웃음) 한 사람을 위해 쓴 건 맞아요. 제 진짜 삶 속의 인물인지 상상 속의 인물인지는 말 못해요. 듣는 사람들의 상상에 맡겨야죠. 다만 최고의 러브송을 만들고 싶었어요.
‘헨리가 사랑을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헨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많은 고민을 하고 만든 노래예요. 멜로디도, 스타일도, 편곡도. 공부도 많이 했고 자연스러운 악기들을 썼어요. 오랜만에 내놓는 음악이고 새로운 팀을 만든 후 나오는 첫 곡이라 기대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거든요. 노래가 꽤 많았어요. 사실 더 좋은 곡들도 많았어요. 근데 ‘제목 없는 Love Song’이 가장 나답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이 곡을 듣고 피아노 치는 제 모습이 딱 떠오르길. “어, 헨리다.”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참 바빠 보여요. 작고 돌발적인 이벤트를 통해서 팬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일에 주저함이 없어요.
최대한 팬들과 가까이서 노래하고 싶어요. 이렇게라도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거죠. 큰 응원을 받으니까.
그런 헨리의 모습을 보면서 모두가 좋은 에너지를 얻는다고 생각해요. 정작 헨리는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힘든 건 없어요. 절대 힘들지 않아요. 오히려 힐링이 돼서 더 좋아요. 제가 더 감사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진심인 게, 가끔 우울할 때 마트에 가요. 사람 많은 걸 아니까 일부러 거기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사진도 찍고 얘기도 나눠요. 가족도 있고 아이들도 있는데 저랑 사진 찍는 거 하나만으로 행복하게 웃거든요.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우울함이 사라져요. 사람들은 이런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모자나 마스크를 쓰는 것도 싫어해요. 숨기는 것 같고 굳이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왠지 스트레스를 취미 활동으로 풀 것 같았어요. 아니면 뭔가를 배우는 걸 즐기는 사람이지 않을까 싶었고요.
스케줄이 너무 바빠서 새로운 뭔가를 할 여유가 없어요. 그리고 그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해와서 지금도 충분한 것 같아요. 당장 음악과 연기만 해도 배울 게 끝이 없어요. 그나마 가장 관심 가는 건 패션이려나. 다음 주에 이탈리아 쇼 가서도 공부 많이 해야 돼요.(웃음) 패션을 잘 모를 때는 그냥 내가 편한 걸 입으면 다 되는 줄 알았어요. 이제는 옷으로 뭔가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느껴져요.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서 사람도 달라지잖아요. 꼭 비싸고 좋은 옷이 아니라 이상한 옷이더라도 표현하고 싶은 대로 입으면 정답이 되는 것 같아요.
요즘 헨리가 추구하는 건 어떤 건가요?
저는 계속 자라고 변화하고 있어요. 좀 더 인상적인 걸 보여주고 싶어요. 무슨 일을 하든 그냥 하고 싶지 않거든요. 나이 들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뭔가 하면 재미있게 즐겁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활동한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얘기한 것처럼 새로운 팀을 꾸렸고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가 가고 싶은 방향, 내가 입고 싶은 옷,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 이제 모든 선택권이 저한테 있어요. 책임을 다 지고 싶어요. 운전대를 내가 잡았으니 가고 싶은 대로 좋은 데로 가고 싶어요. 지금 하는 촬영도 그렇고 얼마 전에 낸 노래도 그렇고 전부 내 선택이기 때문에 결과물에 대해 변명을 할 수도, 하고 싶지도 않아요. 아직 가장 중요한 것, 정확한 건 찾지 못했어요. 아마 평생 찾을 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그게 재미있는 거잖아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만큼 앞으로 보여줄 것들이 많이 있다는 거겠죠?
팬들에게 음반을 약속했는데 생각보다 늦어질 거 같아요. 많은 준비를 하고 있거든요. 대신 새로운 곡들이 천천히 하나하나 나올 거예요.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위안을 찾고 있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게 다음에 제가 보여줄 것의 힌트예요.
<바자> 인스타그램을 통해 헨리에게 하고 싶은 질문을 받았는데 많은 질문이 음식에 관한 거였어요.
다들 내 입맛을 궁금해하는구나.(웃음) 해외에 오랫동안 있으면 이상하게 청국장이 당겨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못 먹는 음식이었는데 이제는 오랜만에 한국에 오면 꼭 청국장을 먹어요. 청담동에 참 맛있는 집이 있으니 꼭 가보세요.
정작 헨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저의 신용카드?(웃음) 농담이고. 얼마 전에 바이올린을 팔았어요. 한국 왔을 때 처음으로 산 바이올린을 10년 동안 계속 썼거든요. 모든 공연을 그 바이올린으로 했어요. 그때는 돈이 없어서 별로 안 좋은 걸 샀지만 정말 소중하게 쓰던 걸 자선경매에 내놨어요. 수익금은 기부했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차나 집 이런 것에 집착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요. 나이 들었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