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 힐피거는 지난 시즌 타미 진스 아웃도어를 론칭하며 독특한 마케팅을 펼쳤다. 제품을 공식 사이트에 ‘대놓고’ 올려 판매한 것이 아니라, 몇몇 인플루언서에게 히든 URL을 보내주고 이를 통해 구입하게 한 것. 제품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 판매조차 특별한 몇몇에게만 하는 것이다.(물론 자신이 받은 URL을 팔로어들에게 공개하는 이들도 있었다.) 별다른 광고 없이 이 독특한 판매 방식만으로 타미 진스 아웃도어는 잠깐이나마 열망의 대상이 됐었다. 단적인 예를 든 것이지만 최근 디지털 세상에서 펼쳐지는 광고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복잡하게 흐르고 있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와 영국 패션 전문 매체 BoF(Business of Fashion)는 ‘2019년 패션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 보고서에 실린 흥미로운 예상 중 하나는 2018년이 ‘디지털 충격의 해(Year of Reckoning)’였다면 올해는 디지털 혁신 기술을 받아들이고 생존보다는 ‘기회를 모색하는 해(Year of Awakening)’가 될 거라는 예상이었다. 점원이나 브랜드 광고보다 소셜미디어에 대한 소비자의 의존도가 점점 더 커지면서 브랜드들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이 보고서의 요지였다. SNS 마케팅에 가장 민첩하게 반응하는 버버리의 행보를 보라. 리카르도 티시가 새로운 수장이 된 후 모든 마케팅 전략은 SNS를 향한다. 그는 첫 버버리 쇼를 준비하며 도심 한복판이 아닌, 셸터 아일랜드 선셋 비치나 이태원 경리단길과 같은 곳에, 옷도 아닌 로고만으로 이뤄진 광고판을 게릴라성으로 세웠다. 물론 우린 굳이 그곳에 가지 않고도 버버리의 새로운 광고판을 SNS 세계에서 마주했을 것이다. 당신과 연결된 ‘잘나가는’ 디지털 친구 누군가가 놓치지 않고 이를 찍어 올렸을 테니까.
또한 버버리는 ‘시 나우 바이 나우’의 다음 단계로 그의 첫 버버리 컬렉션 중 몇몇 아이템을 인스타그램과 위챗(WeChat)을 통해 24시간 동안 판매했다. 만약 올해 소문만 무성하던 인스타그램 쇼핑 앱인 IG쇼핑(자신이 팔로하는 판매자로부터 다양한 상품을 살펴본 다음 앱을 통해 직접 상품을 구입하는 방식)이 론칭된다면 디지털을 통한 마케팅은 더 치밀하고 치열해질 것이다. 트렌드 친화적인 캘빈 클라인 역시 오는 2월부터 ‘Digital First!’를 외치며 디지털 광고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들은 또 인플루언서라 불리는 새로운 트렌드 리더들과 함께 광고인 듯 광고 아닌 광고를 생산해낸다. 완전히 다른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는 발렌시아가 역시 이번 2019 S/S 시즌 “보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고 싶었다”라는 의도답게 괴기스러운 비디오 아트 광고를 선보였다. 누구라도 이 피드를 본다면 눈길, 아니 손길을 멈출 수밖에 없는, 진정 SNS에 최적화된(?) 광고였다. 하물며 요즘은 광고 모델 역시 ‘디지털화’되고 있다. 우린 이미 인종, 나이 불문을 뛰어넘어 가상 인물, 예컨대 릴 미켈라(@lilmiquela) 같은 디지털 인플루언서나 슈두(@shudu.gram) 같은 3D 가상 모델들이 패션 광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경험했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세상에서 광고에 대한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는 얘기다.
맥킨지의 또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명품 소비자 중 절반 이상이 온라인을 통해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구매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이런 결과를 뒷받침하듯, 최근 세계 명품 시장 소비자의 50%가 30세 미만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새로운 소비층은 기존의 럭셔리와는 다른 개념의 ‘뉴 럭셔리’를 추구한다. 온라인 패션 매거진 <하이스노바이어티(Highsnobiety)>가 분석한 자료에서도 가격, 익스클루시브, 커스터마이즈드와 관련성이 높았던 기존의 럭셔리와 달리, 뉴 럭셔리는 새로운 지식, 유니크, 퍼스널라이즈드로 대변될 것이라 전했다. 게다가 뉴 럭셔리 세대는 소비와 관련된 경험을 SNS 통해 공유하길 원한다. 오늘날의 패션 광고 업계가 이를 만족시키는 길로 들어서게 된 건 너무 자연스러운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하이스노바이어티>의 보고서에 리스트업 된 뉴 럭셔리 브랜드에는 오프 화이트, 이지(Yeezy) 등이 포함되어 있다. 럭셔리에 대한 개념이 이토록 드라마틱하게 바뀌었으니 광고야 두말할 것 없이 변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