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w Classic
로우 클래식의 이명신은 2018 F/W 컬렉션을 위해 20세기 미국 미술계를 이끈 화가 조지아 오키프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조지아 오키프는 남성들이 주류를 차지했던 미국 화단에서 근대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받으며 전통적인 양식에서 벗어나 추상환상주의적 화풍을 탄생시켰다. 그녀가 즐겨 그렸던 대자연, 꽃, 사막 같은 아름다운 소재는 이번 시즌 로우 클래식의 런웨이를 통해 패셔너블한 서정시로 재탄생했다. “평범하게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여자라는 이유로 내가 원하는 곳에 살 수도, 갈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자신에게 진짜 중요한 것,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 바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오키프의 말처럼 동시대 여성들을 위한 편안하면서도 파워풀한 룩이다.
Pushbutton
K 패션을 리드하는 푸쉬버튼의 쇼장은 수많은 게스트로 붐볐다. “넷플릭스에서 미니멀리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한 편 봤어요. 미니멀 라이프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고민했죠.” 디자이너 박승건은 이번 시즌에 대해 ‘맥시멀리즘과 미니멀리스트’라고 덧붙였다. 푸쉬버튼 특유의 유머와 위트를 담은 수많은 디테일이 마치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듯했지만 결국 한 벌의 옷으로 탄생시킨 것. 셔츠와 결합된 슬립 드레스, 다양한 프린트가 믹스된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 앞뒤가 완전히 다른 미디스커트 등 아이디어 넘치는 룩들이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Miss Gee Collrection
변정수를 비롯해 장윤주, 이현이, 박지혜 등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톱모델 군단이 시선을 압도한 가운데 이번 시즌에도 미스지 컬렉션은 여전히 건재했다. 젊고 에너제틱한 레터링 메시지가 더해진 티셔츠와 스웨트셔츠에 테일러드 아이템을 매치한 모노톤 룩을 제안했다. 미스지 컬렉션 특유의 클래식한 감성에 매니시한 터치를 더한 동시대적인 스타일은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을 듯. 그레이 컬러를 중심으로 라이트 핑크, 스카이 블루 같은 파스텔 컬러 팔레트를 선보이며 일상에서 컬러가 주는 생기를 전하고자 했다는 디자이너 지춘희의 메시지에 힘을 얻어보시길.
YCH
마치 1950년대 프라이빗한 살롱 쇼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클래식 룩에 쿠튀르적인 터치를 더한 2018 F/W YCH 컬렉션은 1950~60년대 트렁크쇼를 현대적으로 진화시켰다. ‘모던 부티크’라는 테마 아래 고전적인 스타일에 테일러링의 변화와 디테일을 더했고 전반적으로 페미닌한 무드가 흘렀지만 남성적인 터치를 가미한 것이 특징. 중성적인 체크 패턴이나 군더더기 없는 테일러드 재킷에 레이스, 러플, 진주, 태슬, 주얼 같은 페미닌한 디테일이 어우러졌다.
Nohant
“바쁘고 지루한 일상에 잠시나마 여유를 되찾고 웃을 수 있는 작은 위트를 주고 싶었어요.” 디자이너 남노아는 이번 시즌 런웨이를 흥미롭고 즐거운 도회적 위트로 풀어냈다. 그리하여 탄생한 스타일은 감성적인 요소를 담아내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Wit(h) in Dosi’. 지극히 평범한 데일리웨어에 작은 위트를 양념처럼 첨가한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예를 들어 트레이닝 팬츠에 재킷이나 코트를 매치하거나 모노톤에 팝한 컬러로 포인트를 주고, 사각 형태의 셔츠 포켓을 동그랗게 변형시키는 등의 세련된 위트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사실! 특히 무채색의 오피스 룩에 매치한 컬러풀한 스포티 니삭스, 서류가방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클러치는 스타일링 파트너로 손색없을 듯.
SJYP
런웨이가 아닌 특별한 공간에서 2018 여름과 프리폴 컬렉션을 발표한 SJYP. 스트리트 무드와 예술적 감성을 담아내기 위해 아티스트 그룹인 ‘스튜디오 언라벨’과 협업해 SJYP 웨어하우스를 탄생시켰다. 컨템퍼러리 데님 레이블의 시그너처 컬러인 블루와 다양한 형태의 박스, 스티로폼, 박스 테이프 등으로 유니크한 형태의 소파나 행어를 제작한 것. 이 위트 있는 오브제들이 힌트를 준 새로운 시즌의 키워드는 바로 패치워크 디테일과 대조적인 컬러! 데님 재킷과 애슬레저 웨어가 믹스 매치된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아이디어에 주목할 것.
Kye
이번 시즌 카이 컬렉션은 ‘혼란’ 속에 있는 듯 보였다. 다양한 컬러와 패브릭, 디테일을 뒤섞어 새로운 스타일링과 실루엣에 집중했다는 것이 디자이너의 설명. “삶은 점점 편리해지고 있지만, 그만큼 점점 더 피곤해지고 있다. 일은 더 복잡해졌고, 마음은 더 꼬여가고 있다. 뒤틀린 셔링과 해진 옷자락처럼.” 런웨이 위에는 과장되었지만 정제된 실루엣, 다채롭게 변형된 로고와 프린트, 형형색색의 컬러 등이 뒤엉켜 있었다.
Jain Song
자연과 도시의 상반되면서도 공존 가능한 아름다움에 관한 고찰을 패션으로 승화시키는 디자이너 송자인. 이번 시즌 역시 ‘Unset(정제되지 않은)’라는 테마 아래 애매모호한 경계를 표현하기 위해 중성적인 믹스 매치 스타일을 선보였다. 코튼, 실크, 울, 캐시미어 같은 페미닌한 소재는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 팬츠수트, 트랙쇼츠 등 남성적인 아이템으로 탄생했고, 나이키 스니커즈와의 협업을 통해 빈티지한 감성으로 마무리되었다. 자인송 특유의 로맨틱하면서도 스포티한 스타일링은 ‘오래 입을 수 있는 좋은 옷’을 지향하는 디자이너의 소명을 떠올리게 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Fleamadonna
“지난겨울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떠났어요. 그때 마주한 빈티지한 감성과 1970년대 밀리터리 룩에서 영감을 받았죠.” 시즌이 지나면 잊혀지는 디자인의 소모와 급변하는 트렌드로 인해 버려지는 아이템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롯되는 환경 오염의 심각성 등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는 고백도 이어졌다. 이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고찰은 새로운 생명력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고. 페미닌한 디테일과 볼륨감 넘치는 실루엣은 예측 불허하게 의상 곳곳에 등장했고, 빛바랜 듯한 빈티지 무드의 컬러 팔레트는 뉴 밀리터리 룩을 완성했다. 올해 브랜드 탄생 1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베스트셀링 아이템도 발견할 수 있었다.
Big Park
2012년 런던에서 론칭한 후 런던과 뉴욕을 거쳐 올해로 18번째 서울패션위크에 참여하는 빅팍. 이번 시즌 빅팍 컬렉션을 정의할 수 있는 테마는 ‘세이브 더 울프(Save the Wolf)’다. 환경 오염으로 인한 생태계 변화와 자연 재해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우고자 하는 디자이너의 의식을 느낄 수 있다. 빅팍의 시그너처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레드 컬러는 열정과 생명을 표현한 것이며, 늑대 모티프는 자연의 신비로움과 존엄성을 상징한다고. 특히 다양한 색상의 에코 퍼와 레더를 사용한 것이 특징. 또한 클래식한 트위드 소재를 스트리트 감성으로 재해석해 클래식 모더니즘을 구현했다.
Caruso
장광효는 2018 F/W 시즌 컨셉트 노트에서 청나라 탐방 후 실용과 개방을 주창한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언급했다. 불안한 국내외 정세 속에 에너지가 담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1990년대 모던 보이에서 영감을 가져온 단정한 수트와 테일러드 코트 같은 모던한 룩에 고전적인 모티프가 새겨진 셔츠, 곤룡포의 금박 자수 등을 더해 우리의 전통 미학을 탐구했다. 러플, 리본, 시폰, 플리츠 등 디테일이 더해진 젠더리스 룩 또한 시대상을 보여주는 아이템으로 꼽을 수 있을 듯.
Kiok
지금 현재 페미닌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디자이너 강기옥.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여성이 가진 순수함을 키옥만의 위트로 재해석했습니다.” 여성이 가진 아름다운 실루엣을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예를 들어 블랙 오버사이즈 코트의 표면에 여성의 보디라인을 컬러풀한 핸드 스티치로 그래픽적으로 표현한 것. 또한 브라 톱이 밖으로 노출된 원피스, 데님 재킷과 테일러드 재킷이 반씩 결합된 유니크한 아우터 같은 아이템에서도 동시대적 스타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BLINDNESS
컨템퍼러리 아트를 트렌드에 접목시켜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스타일을 제안하는 듀오 디자이너 신규용, 박지선의 블라인드니스. 이번 시즌은 피카소의 작품인 ‘게르니카(Guernica)’와 ‘한국에서의 학살(Massacre en Coree)’을 어린이의 시선에서 재해석한 그림에서 출발했다. 날카로운 선과 흑백의 명암으로 전쟁의 참상을 표현한 그림에 알록달록한 색을 칠해 ‘평화’로 바꾸는 순수함이 영감의 근원이 되었다고. 대표적인 밀리터리 아이템인 트렌치코트와 보머 재킷에 희망을 상징하는 플라워 프린트를 가미하거나 화려한 러플 디테일을 더하는 등 성별을 허무는 작업 또한 고수했다. 특히 발끝부터 복면 마스크로 이어진 드라마틱한 곡선 실루엣은 마치 한 송이 꽃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Romanchic
로맨시크의 2018 F/W 컬렉션은 한 장의 그림에서 시작된다.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으로 평온한 낮잠을 즐기는 여인의 모습을 담은 ‘시에스타(Siesta)’가 바로 그것. 달콤한 낮잠에서 갓 깨어난 듯 부스스한 헤어와 핑크빛 볼터치를 한 모델들이 로맨틱한 룩을 입고 런웨이를 여유로이 거닐었다. 이불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퀼팅과 러플 디테일, 부드러운 코튼 소재의 패딩, 고급스러운 벨벳 가운 등 걸리시한 라운지 웨어로 가득했다. 비비드한 컬러의 리본 디테일 슈즈와 로고가 적힌 안대, 잘록한 허리라인을 강조할 수 있는 와이드 벨트, 볼드한 귀고리 등 유니크한 액세서리를 위트 있게 매치했다.
KIMSEORYONG
유중 아트센터에서 조용히 진행된 2018 F/W 김서룡 옴므 컬렉션. 가공되지 않은 거친 공간의 런웨이에는 재즈 선율이 흘렀다. 트렌드의 흐름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디자이너의 카리스마 넘치는 컬렉션은 대한민국 남성 패션의 클래식을 대변하고 있었다. 오프닝을 장식한 데님 팬츠와 화려한 컬러의 비즈로 완성된 턱시도 재킷은 칵테일 파티 룩으로 손색 없었다. 고급스러운 터치의 벨벳 칼라로 포인트를 준 화이트 테일러드 재킷, 빈티지한 감성의 체크 롱 코트 등 여심을 사로잡을 아이템들도 눈여겨볼 만했다.
R.Shemiste
극심한 사회 혼란으로 세대 간 소통이 끊어진 현대사회를 풍자한 영화 <배틀로얄>의 스토리를 런웨이에 표현한 알쉬미스트. 깊어지는 세대 간 갈등, 극심한 소득불평등, 유례없는 청년실업률 상승 등 미래가 불투명한 사회를 살고 있는 청년들의 고민과 불안감을 함께 나누고자 한 것. “파괴, 해체, 재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동시대 젊은이들의 애환을 대변하고 앞으로 함께 나아갈 희망적인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죠.” 런웨이 위에는 수작업으로 완성한 스트리트 쿠튀르 룩이 펼쳐졌다. 데님 팬츠, 셔츠, 코트 등의 아이템들은 해체와 조합을 통해 유니크 피스로 재탄생했다.
Ordinary People
빠른 비트의 BGM이 흘러나오자 런웨이 중앙에 놓인 조명에 불이 켜지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프닝을 연 모델 박형섭과 뒤이어 등장한 박지혜와 강승현은 모두 오버사이즈 재킷을 입고 있었는데 절제미가 돋보이는 오버사이즈 실루엣과 길게 늘어진 소매, 글로시한 소재들이 어우러져 트렌디한 오라가 느껴졌다. 테일러드 수트, 롱 코트, 패딩 같은 평범한 아이템에 매치된 페이턴트 레더 팬츠, 에나멜 모자, 글리터링한 소재의 터틀넥 등으로 세련된 스타일링을 연출했다. 20대의 추억을 되돌아봤다는 디자이너 장형철은 현재보다 조금 더 강건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함께 전했다.
Beyond Closet
디자이너 고태용은 2018 F/W 시즌 개인의 개성을 해치는 정형화된 이미지의 유니폼에서 벗어나 비정형이 주는 아름다움에 대해 정의했다. 그래서 붙인 테마는 ‘뷰티풀 비 피플(Beautiful B People)’. 격식과 규제의 상징인 유니폼을 다양한 컬러와 텍스처, 불규칙한 디테일을 재배치해 도발적이고 자유분방한 디자인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컬러와 오브제를 위트 있게 풀어냈으며 실키한 소재, 펑키한 컬러 매치와 아가일 패턴, 동물 프린트가 한데 어우러졌다. 예상치 못한 비정형이 주는 세련된 스타일은 평범한 일상에 에너지가 될 것이다.
Songzio
성별의 구분이 모호한 스타일이 유행하는 요즘, 디자이너 송지오는 남성과 소년의 간극을 넘나드는 컬렉션을 발표했다. 먼저 ‘보이’를 테마로 순수한 어린 시절을 추억했다. 블랙과 화이트 컬러를 기본으로 1970~80년대의 펑키한 무드를 모던하게 풀어낸 것. 캐주얼과 포멀을 넘나들며 남자가 일생 동안 가지는 다양한 실루엣을 보여주었는데, 스트라이프 패턴과 아티스틱한 일러스트, 리본과 태슬 그리고 자수 디테일 등 스타일에 힘을 주는 정제된 터치에서 디자이너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Munn
뮌을 이끄는 디자이너 한현민은 영국의 설치미술 작가 알렉스 친넥(Alex Chinneck)의 작품에서 영감을 가져왔다. 물질 자체가 가진 특성을 교묘하게 비틀거나 초현실적인 착시 효과를 준 설치물에서 발견한 위트를 디자인에 적용시켰다고. 변형시킨 소매, 겉감으로 등장한 라벨, 셀비지가 노출된 팬츠, 거꾸로 뒤집어 입은 듯한 재킷 등 재치 넘치는 앤드로지너스 룩이 돋보였다. 타탄, 글렌, 하운드투스 등 다양한 체크 패턴을 믹스하고, 더블 코트, 트렌치코트, 수트 등 클래식한 아이템을 자유분방하게 해체한 것도 볼거리.
Munsoo Kwon
조선시대에 관직에 오르지 않고 한가로이 풍류를 즐기며 놀고먹는 계층을 일컬었던 한량. 아이러니하게도 현시점의 한량은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디자이너 권문수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삶의 여유와 멋을 누리던 한량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핫 플레이스에서 감각적인 풍류를 즐기는 현대판 한량들을 떠올려볼 것. 3M 반사 원단과 프린트가 돋보이는 아웃도어 재킷, 번짐 효과를 준 트윌 소재 와이드 팬츠, 트랙수트, 볼륨감 넘치는 셸 점퍼, 보머와 데님 재킷 등 트렌드에 정통한 아이템들을 입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