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림 시크릿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지금 슈프림 X 루이 비통 후디가 1000만원에 팔리는 이유. | 협업,슈프림,컬래버레이션,리셀,루이 비통

지금 청담동 루이 비통 매장에 가면 밤이나 낮이나 긴 줄이 서 있다. 전국 7개국, 8개의 매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루이 비통과 슈프림의 컬래버레이션. 캠핑을 불사할 정도로 이들이 이 협업에 목 매는 이유는 루이 비통이 아니라 슈프림의 공이 크다. 지금 485 달러로 발매된 박스 로고 티셔츠는 이베이에서 1600~2000달러(4000달러 이상을 요구하는 판매자도 있다)에 거래되고 4,350 달러인 가죽 블루종은 지금 1만 달러를 호가한다.아마 슈프림은 세상에서 가장 마니악한 팬덤을 가진 브랜드일 거다. 하물며 세상 모든 슈프림 매장을 순례하는 소설이 있을 정도다. 작가 데이비드 샤피로가 쓴 속 주인공은 매장 앞에서 며칠씩 캠핑을 한다. 지금 루이 비통 매장 앞의 누군가처럼 혹은 매번 새로운 제품이 발매될 때마다 전세계 슈프림 매장 앞의 광경 그대로 말이다. 그러니까, 텐트와 침낭을 챙겨 밤새울 열정이 없다면 당신은 원가에 슈프림을 살 수 없다는 얘기다. 그것이 한낱 벽돌이나 소화기, 지렛대일지라도 마찬가지다.도대체 왜? 매거진의 다큐멘터리 를 보면 어느 정도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인터뷰이인 리셀러 겸 스타일리스트 랙스 호간(Racks Hogan)은 슈프림을 이렇게 표현했다. “모두가 원하는 여자 같은 거예요. 전화번호도 줬고 같이 놀기도 하고 운이 좋으면 잘 수도 있어요. 그런데 걔가 먼저 전화하는 일은 결코 없어요. 절대 나를 좋아할 일 없다는 걸 아니까 더 매력적인 거죠.”슈프림 매장에 가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진짜 스케이트 보더인 점원들은 손님이 오든 말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 처음이라면 약간 불쾌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곳은 ‘그들만 사는 세상’이다. 꼼 데 가르송이든 루이 비통이든 어떤 럭셔리 브랜드 혹은 바바라 크루거, 데미안 허스트, 마크 곤잘레스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에도 결코 유난 떠는 법이 없다. (물론 아티스트와 협업한 스케이트보드 데크는 미술품처럼 수집된다.)드레이크, 저스틴 비버, 카니예 웨스트가 그 누가 슈프림을 입더라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마 조지 왕자가 입어도 별 상관 안 할 거다. 이런 슈프림을 두고 뮤지션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는 이렇게 말했다. “무척 작은 규모의 사회이자 비밀 클럽.” 1994년 맨하튼 라파예트 거리에서 처음 매장을 열었을 때나 지금이나 이 정체성만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https://www.instagram.com/p/BRLv5szhsTO/?taken-by=supremenewyork&hl=ko애초에 창업자 제임스 제비아의 경영철학이 절대로 대중의 취향에 맞추지 않으며, 6백개 완판이 보장돼 있더라도 4백 개만 만들고, 쓸데없이 브랜드를 확장하고 변형하지 않는다는 거다. (실제 에서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다는 일화도 있다. 제비아 왈 “살아남기 위해선 쿨해야 합니다.”) 보통의 브랜드가 광활한 세상으로 뻗어가는 걸 원할 때 그들은 백화점 대신 지하 부티크를 고집한다. 결국 매 시즌이 한정판인 것도 모자라 전 세계에 단 10 개밖에 없는 슈프림 매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온라인 스토어가 있지만 차라리 노숙을 하는 게 원하는 아이템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적인 경쟁인데다 원하는 키워드를 넣기만 하면 자동 주문부터 결제까지 해주는 프로그램 '슈프림 봇(Supreme Bot)'까지 등장하는 바람에 인기제품은 3초 만에 품절되기 때문이다. (나도 컴퓨터 두 대를 돌려봤으나 3초만에 광속 품절, 겨우 재떨이 하나를 건졌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하면 자꾸 카드가 튕긴다.)상황이 이러니 우리는 이베이나 그레일드(grailed.com)의 개인 매물을 찾아 헤매는 수밖에 없다. 슈프림 리셀 시장은 몹시 진지하고 거대한 산업에 가깝다. 주식 투자자처럼 잠재력 풍부한 제품만을 쏙쏙 골라 되파는 전문 ‘리셀러’가 직업인 사람들이 적지 않을 정도다. 리셀용 인스타그램 계정(@solestreetsneakerco)까지 공개한 안드레는 무작정 노숙하기 보단 안목을 키우는 ‘디깅’이 우선이라고 밝혔다.“트랜드가 어떤지 꾸준히 지켜봐야 하고 이베이도 샅샅이 뒤져야 해요. 제품들의 가격 변동 추이와 발매일마다 무엇이 솔드아웃 되는지 체크하는 일도 필요하죠. 이제까지 조사한 데이터와 제일 흡사한 아이템을 사면서 시작하는 거예요.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돈과 고객, 인맥은 절로 쌓이기 마련이에요. 힘들지만 즐거워요. 우리 리셀러이자 모두가 슈프림을 정말 사랑하는 콜렉터이기 때문이죠.”사실 ‘리셀러’라는 단어엔 부정적인 뉘앙스가 녹아있다. ‘찌질한 되팔이’ ‘진짜 소비자의 기회를 빼앗는 암적인 존재’ ‘세금 내지 않는 장사치’ 물론 리셀러를 향한 문제제기는 대부분 옳다. 특히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경우 결과적으로 탈세가 되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한 상황. 하지만 리셀이 마켓을 특별하게 만드는 동력인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리셀은 필요악입니다. 한정판을 생산하는 건 브랜드지만 그것을 프리미엄으로 만드는 건 리셀러들이니까요.” 작가이자 기자인 글렌 오브라이언의 말처럼 리셀은 이미 게임의 일부가 됐다. 만약 모두가 원하는 대로 리셀러가 사라진다면? 당신이 그토록 목매는 리미티드 에디션이 갑자기 따분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https://www.youtube.com/watch?v=pUNc0C03t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