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배우들: 문소리, 라미란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영화 <특별시민>에서 함께한 문소리, 라미란, 류혜영, 심은경. 네 배우가 <바자>의 카메라 앞에서 즉흥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언제나, 영원히 그리고 지금 연기에 헌신하는 네 명의 배우를 만나보자. | 인터뷰,문소리,라미란

Moon So Ri영화 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최민식이 출연한 연극 를 본 까닭이라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본 그 연극으로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작년에 명동예술극장에서 이라는 연극을 했는데 선배님이 보러 오셨다. 그 자체만으로도 내게는 감격스러운 일인데 그때 유독 예쁜 꽃다발을 들고 오셨다. “아이, 뭐 이렇게까지.” 했는데, 저의가 있으셨다.(웃음) “이라는 영화를 하는데, 굉장히 작은 역할이다. 몇 신 안 되지만 ‘특별하게’ 출연을 해주겠니?” 감사한 마음으로 출연했다.김영하의 소설을 각색한 연극 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경험이었나? 연극 데뷔 무대 같았다. 그 전에도 연극을 했지만 에서야 비로소 본질과 마주하게 되었달까? 예전에는 무대에 서고 싶고 조명이 켜지면 잘하고 싶고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으면 좋겠고, 이런 생각이 대부분이었는데 그것만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게 아니더라. 연극의 본질과 만나게 해준 아르튀르 노지시엘 연출가에게 감사한다. 연출가가 연극을 대하는 태도와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 태도가 훌륭한 사람과 만나면 흥행을 하든 못하든 괜찮은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 노지시엘 연출가는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연극에 참여하는 모든 배우들이 작품에 대한 동등한 수준의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고, 나는 그 과정을 통해서 작품이 얼마나 깊어지는지 목격했다. 모두가 소통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대본에 써 있는 한 줄의 대사 밑에 열 개의 레이어가 생겼다. 그리고 그게 이야기를 더 풍부하고 정치하게 만들었다. 오는 11월에 하는 프랑스와 스위스 투어가 기대된다.아시안 필름 어워즈에서 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 4일 만에 촬영을 끝내고 집에 가는 게 무척 서운했다고 한 말이 인상 깊었다. 에너지와 능력을 소진될 때까지 발휘할 수 없음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분장실에서 기모노 벗으면서 울었다.(웃음) 지금은 상 받았으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때는 창피해서 말도 못했다. 첫 촬영 날은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시간이 좀 필요했다. 대기 시간에 세트를 느끼고 배우들을 보니까 느낌이 왔다. 둘째 날, 박찬욱 감독님이랑 이전에 여러 번 작품을 한 것처럼 뭘 원하는지 알겠더라. 그러기 쉽지 않은데 2일차 만에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서 연기가 풍부해지고 엔진이 확 돌아가는 게 느껴지니까 재밌잖아. 그런데 4일 만에 끝나니까 그 재미를 더 느끼지 못하고 마감을 해야 하는 게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여우조연상이 그 마음을 해갈하는 데 도움이 되었나? 아니, 상은 늘 받아보면 그 순간의 서프라이즈, 기쁨, 이런 거지 그 뒤로는 그저 부담이고 책임감이다.당신이 연기한 인물들은 대개 의식 있는 여자들이었다. 그런데 드라마 이 허세 가득한 문소리를 보는 의외의 즐거움을 안겨줬다. 초 반 4회 분량을 찍을 때까지는 마음이 복잡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이대로 괜찮은 건가?’ 그런데 남편(장준환 감독)이 2, 3부를 보고는 “좀 심플하게 해보면 어때요?” 하고 조언을 해줬다. 그 조언을 듣고서 마음의 색깔이 바뀐 것 같다. 그 후로 반응이 바로바로 오니까 끝날 때까지 즐기면서 했다.대학원에서 만든 단편영화들 - - 이 모두 유사한 주제를 갖고 있다. 영화에 대해서 공부해야겠다고 대학원에 들어갔지만 결국엔 영화를 공부하는 과정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뭔가를 배우면 새로운 것이 나에게 들어오잖나. 거기서 반응이 일어난다.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면서 나라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수집한다. 이를테면 무용을 배우면서 이런 자세를 잘하는구나, 이 부분에 문제가 있구나, 하면서 내 몸에 대해 정확하게 알게 된 것처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얘기지만 특히나 배우는 스스로에 대한 ‘무서운 눈’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으니 나의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그렇게 라는 제목을 짓고, 나의 이야기로 시작을 한 거다. 내 얘기를 안팎으로 조금 해보다가 세 번째 단편은 예술에 대한 이야기로, 나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아우르는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확장이 되었다.에서 당신이 연기한 호정과 입양한 아들과의 관계가 내겐 너무 인상 깊었다. 아들을 진심을 다해 사랑하면서도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하는 친구 같은 엄마, 언제가 아이를 낳는다면 내 롤모델로서의 엄마인데, 실제로는 어떤가? 다른 엄마들처럼 아침마다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저녁을 함께하고 같이 잠자리에 들고 그런 엄마가 못 되잖나. 그래서 늘 미안한 마음이 있는데 그런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내가 죄책감을 갖는 게 아이한테는 오히려 좋지 않을 것 같아서다. 아이를 한 명의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면 내 안에 속해 있었고 내 것이었고 내가 낳았으니까. 우리 아이는 그럼에도 잊을 만하면 ‘나는 개별적인 주체야!’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아이여서 그럴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든다.(웃음)가 최근에 크랭크업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같은 제목의 일본 영화의 리메이크 버전인 건가? 리메이크 버전 맞다. 자연의 변화를 그대로 담아내야 해서 는 촬영 기간이 일 년이다. 사계절이 다 나오는데 최근 겨울 촬영을 크랭크업했다. 곧 봄 신 찍으러 가야 한다. 나는 이 영화에서 계절별로 한 번씩밖에 안 나온다. 이번에도 ‘특별하게’ 출연한다.(웃음) (김태리의 엄마 역할?) 맞다. 기억 속의 엄마로 잠깐씩 등장한다. 아까 미란이랑 그런 농담 했다. 감독님들이 나 좀 평범하게 써줬으면 좋겠다고. 임순례 감독님도 미안하다면서 이 역할을 주셨다.조만간 평범하고 길게 출연한 작품에서 만나길 기대하겠다.(웃음)에디터/ 안동선Ra Mi Ran의 박인제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는 유머러스한 이미지가 아닌 진지한 라미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하기엔 어느 쪽이 더 편한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게 제일 힘든 것 같다. 차라리 우는 연기가 편하다. 그리고 계속 같은 이미지면 보는 분들이 얼마나 지겹겠나. 내가 찧고 까부는 게 더 이상 웃기지 않을 때가 올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모습을 섞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한다. 예전에는 컷과 컷 사이에 ‘마’가 뜨는 걸 견디기 힘들어 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도 많이 했는데, 그래서 애드리브를 잘 칠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런데 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웃음) 요즘엔 “뭐 재밌는 거 없어요?”라고 말씀하시면 “뭐가 재밌는 건가요? 감독님이 써주세요!”라고 역으로 말하기도 한다.하지만 오늘의 촬영장에서도 분위기 메이커였다. 다른 사람들을 유쾌하게 대하는 것이 몸에 밴 배려 같기도 하다. 그럴 수도 있다. 사석에서 만난 사람들이 놀란다. 원래 조용하고 여성스럽냐고. “네, 저 원래 그래요.” 그러고 만다.은 선거철에 개봉해서 많은 이슈가 될 것 같다. 최민식이 연기하는 ‘변종구’와 라이벌 구도에 있는 정치인 ‘양진주’ 역을 맡았는데, 어떤 캐릭터인가? 한 인간으로서는 정말 평범한 사람이다. 정치인 양진주는 류혜영이 연기한 임민선이라는 인물이 메이킹해주는 것이다. 그 과정이 연예인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정치인들도 그때 그때 필요한 이미지들을 만들어내지 않나. 부드러운 면을 어필할 때가 있고, 어떨 때는 좀 더 강한 이미지를 만들고.이번 영화를 찍으며 알게 된 선거판의 생리가 있나? 사실 잘 모르겠다. 표에 혈안이 되어 있으면서도 정작 표를 던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다.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 느낌이다. 선거라는 게 경쟁이지 않나.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도 주어진 역할을 소화하는 나의 도리만 다하면 되는 것인데 이상하게도 이기고 싶은, 좀 더 강해지고 싶은 묘한 감정들이 생기더라. 유세 장면을 찍으면 ‘아, 진짜 됐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웃음) 이렇게 사람들이 권력욕을 가지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배우 라미란의 인기의 비결은 뭘까? 주위에서 라미란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못 본 것 같다. “살 빠졌네, 어떻게 뺐어요?”라고 물으면 “약 먹어서 뺐어요.”라고 답할 수 있는 것?(웃음) 나 같은 사람이 무언가를 꾸미고 포장하면 사실 매력 없다. “저, 좋은 사람이에요.” 이러기 시작하면 내 매력은 사라질 거다. 눈곱도 안 떼고 마트에 갔을 때 사람들이 사진 찍으려고 하면 “싫어요! 나 세수 안 했단 말이에요!”라고 말한다. 자기가 유재석인 줄 안다고 욕 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눈곱 낀 얼굴로 사진 찍기 싫은데 어떡하나. 싫은 건 싫다고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그런 점이 매력적이다. 자신감이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가 느껴진달까? 자기애가 강하고 자존감이 높은 편인 것 같긴 하다. 겸손한 건 좋은 거지만 무조건 나를 낮추는 것이 겸손이라거나 내 느낌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교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예전에 에 출연했을 때 윤종신이 “굉장히 감이 세련된 분”이라고 말했더니 김구라가 “강남 출신이세요?”라고 받아쳤지 않나. 그때 우아한 태도로 ‘강원도 출신’이라고 답하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어렸을 때 탄광촌에서 살 때도 시골에서 자라서 초라하다거나 하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어떻게 사느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느냐가 중요한 거지, 내가 처한 상황은 낙담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정말 힘든 상황에서도 행복감을 느끼면서 사는 분들이 있다. 반면 가진 게 많아도 항상 결핍을 느끼는 사람은 되게 불행할 거다.지금 행복한가? 나는 좋다. 행복하다. 예전에 돈을 잘 벌지 못할 때도 불행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안에서 재미를 찾았다. 한 달에 1백만원만 있으면 풍족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진짜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그런 걱정을 안 하니 얼마나 풍요롭나. 다만 연예인이란 게 작품이 없으면 백수인 거고, 이 생활이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때를 항상 대비한다. ‘동사무소에 가서 쌀이랑 소금을 얻어다 살면 돼.’라거나 ‘정 힘들면 집은 경매로 넘기고 반지하 방에 들어가서 살면 되지.’라는 구체적인 생각들을 한다.돈, 재미, 명예 중 라미란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우선순위는 뭔가? 사실 재미다. 재미있고 행복해야 삶을 좀 더 힘 있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힘든 삶에서도 희로애락이 있는데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재미를 모를 것이다.멜로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말을 몇 차례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지금의 내 상황에서도 설레는 감정은 생길 수 있다. 그런 평범한 감정이 담긴 멜로를 해보고 싶다. 상대역은 젊은 남자 배우였으면 좋겠다는 말은 웃자고 한 것이지만, 젊은 배우가 아니더라도 잘생겼으면 좋겠다. 음, 얼마 전 차인표 선배님과 부부로 출연하긴 했지만 40대는 안 넘어갔으면 한다.(웃음)어떤 남자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나? 뭐든 자기 분야에서 잘하는 사람. 그런데 나는 이미 결혼을 해서 객관성을 잃었다. 지금의 남편이 기준이 됐다. 남편이랑은 살아봤으니, 다음 생엔 다른 매력을 가진 사람을 탐구해볼 거 같다.남편 분은 라미란이라는 여자에게서 계속 매력을 발견하고 있을 것 같다. 물론 아직도 나에게 빠져 있다. 그만 사랑해줘도 되는데....(웃음)에디터/ 김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