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과 천우희의 어느 날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이윤기 감독의 새로운 영화 <어느 날>의 남과 여. 배우가 가진 가장 귀한 재능은 결국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두 배우, 김남길과 천우희의 어느 멋진 날. | 인터뷰,김남길,천우희,어느 날,이윤기

Kim Nam Gil이윤기 감독님은 나이를 먹어도 섬세한 감성을 잃어버리지 않는 분인 것 같다. 결혼을 안 하셔서 그럴 수도 있다.(웃음) 정말 아이 같은 분이다. 감독님 집이 이 근처인데, 얼마 전에도 감독님 집에 다 같이 모여서 술 한잔 했다.은 언제 촬영한 건가? 트레일러를 보니 봄의 빛깔이 난다. 작년 이맘때쯤, 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촬영을 했다. 원래는 겨울을 배경으로 찍을 예정이었다가 촬영이 늦어진 건데, 결과적으로 4월에 개봉하게 되어 봄에 보기 좋은 영화가 됐다.이윤기 감독의 기존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영화는 뭔가? . 감독님이 가진 영화적 감성이 워낙 좋지 않나. 그동안 여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영화를 주로 하셨는데, 감독님이 풀어가는 남자 이야기는 어떨지 궁금했다. 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이 떠올랐다. 내가 워낙 좋아하는 영화다. 알고 보니 의 시나리오 초고를 송해성 감독님이 썼다고 했다.의 두 주인공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남녀다. 그동안의 필모를 보면 기본적으로 상처가 있는 인물에게 끌리는 것 같다. 어두운 사람과 어두움이 뭔지 아는 사람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삶의 어두운 부분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가려고 애쓰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간다. 그러나 은 캐릭터보다는 이야기의 힘에 끌린 케이스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와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이 너무 달랐다. 처음에는 어른 동화 같은 느낌이었는데, 삼개월이 지나고 나서 다시 봤을 때 ‘엉엉’ 울었다. 슬픈 듯 슬프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도, 이상하게 슬펐다. 보는 시기와 상황에 따라서 시나리오가 조금씩 다르게 보일 수는 있다는 걸 실감했고 그 감정을 전달하면 되겠다는 생각에서 이 영화를 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끼리는 이번 영화가 이윤기 감독님의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인 영화가 될 거라는 이야기를 한다. 주로 원 신, 원 테이크로 갔던 기존의 화법에서 많이 벗어났다. 은 재미있을 거였고 는 슬플 것을 알겠었는데 은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당신의 경험처럼 보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는 영화가 아닐까? 슬픈 영화일 줄로만 알았는데 예고편을 보니 웃음도 나고 산뜻한 기분이 들더라. 천우희와의 ‘케미’도 좋고. 우희가 연기도 잘하고, 사람도 좋고, 어떤 여배우들이 갖고 있는 불편함이 없이 자연스러운 배우여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연기하기가 굉장히 편했다.김남길이 함께 일하면서 존중할 수 있는 동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완벽한 동료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부족할 수 있지만,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면서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고맙다. 어찌 됐든 우리는 동종 업계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니까. 한두 사람으로 구조적인 문제가 바뀌진 않겠지만, 결국 그런 사람들이 청사진을 그려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싫은 것은 자기가 부족한 게 뭔지 모르는 사람들. 고집과 아집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하는데 가끔 아집이 장인정신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운이 좋게도 나는 한 번도 현장에서 그런 감독을 만난 적이 없다.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야기하는 성격이기도 하고.실제의 김남길은 인간적이고 격의 없는 성격이라고 알고 있다. 그동안 감정적으로 힘든 역할을 많이 했는데, 좀 더 ‘헐렁한’ 역할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어찌 보면 의 초반부에 나오는, 추리닝 입고 방에 누워 있다가 어머니한테 등짝을 맞거나 일하러 가기 싫어하는 모습들이 실제의 모습에 가까울 수도 있다.(웃음) 에 처음 들어갈 때 나의 센 눈빛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편안한 모습이 오히려 어색할까 봐 신경 쓰기도 했다.실제로 집에서 어머니에게 등짝을 맞기도 하나? 일할 때는 거기에 미쳐 있다가 작품이 끝나면 잉여 시간을 보내며 모든 것을 비워내는 스타일이다. 그래야 또 다음 작품에 애정을 쏟을 수가 있다. 지난 7개월이 그런 시간이었다. 찍어두었던 영화 홍보 이외에는 특별한 일이 없어서 그동안 못 봤던 친구와 가족들과 많은 시간들을 보냈다. 지겨울 때까지 게임을 하기도 했는데, 그럴 땐 뒤에서 혀 차는 소리가 들린다. 막상 돌아보면 그런 일 없었다는 듯이 방문 닫고 사라지고.(웃음) 부모님은 내가 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삼시세끼를 영화 현장에서 먹던 사람이 갑자기 집에 있으면 끼니 챙기는 게 힘드니까.(웃음)그래서일까? 살이 많이 빠졌다.(웃음) 지금은 자연스럽게 빠진 거다. 공허한 일상을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하려다 보니 을 찍을 때 살을 좀 뺐고, 때는 편안한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좀 찌웠고, 올해 개봉하는 을 찍을 때도 살을 찌웠다. 그런데 을 찍을 때는 오히려 예민하고 날카로워 보인다고들 하더라. 그 영화에서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라는 용어로 설명이 안 되는, 뭐랄까, 좀 또라이 같은 성향의 연쇄살인범을 연기한다. 편안한 역할을 위해 살을 찌운 것과 센 역할을 위해 살을 찌운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걸 보니, 어느새 ‘옛날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더라.(웃음) 나이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SNS도 안 하는 것 같던데, ‘해시태그’가 뭔지는 아나? 해시태그는 찍을 때 배웠다.(웃음) 사실 개인적으로 SNS는 인생에서 가장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해서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보여주기 위한 삶에는 원체 흥미가 없다.배우는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기 쉬운 직업인데, 어떻게 중심을 잡는지 궁금하다. 특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는 걸 보니, 원래 성향이 그런 것 같다. 보여지는 것에 치중하는 젊은 배우들에게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말한다면 ‘꼰대’ 소리를 들을 거다. 어릴 때는 그런 부분도 필요하고. 다만 평생 동안 본질적인 것을 놓치고 허상만 좇는 사람들의 삶은 공허하고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사회에서 남의 사생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도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 이런 시국에서도 생계와 직결되는 정치, 경제 뉴스 대신 연예 뉴스가 포털사이트 메인에 올라오고, 연예인들의 스캔들, 결혼설, 이혼설, 열애설이 검색어에 오른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남이 사귀고 헤어지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지난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스타성 있는 배우가 부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남의 인생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말로 인기는 중요하지 않나? 이제 30대 후반의 나이인데 스타성을 운운할 때는 아니지 않나. 물론 타협점은 필요하다.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넥스트’가 있어야 하니까. 우리는 어떻게든 선택을 받아야 되고, 사람들이 좋아해줘야 하니까. 지금의 나에게 인기는 딱 그 정도의 의미다.그렇다면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은 뭔가? 촬영장.촬영장? 계속해서 촬영이 연이어 있을 때는 정신없이 빠져들지만, 쉬다 보면 다시 촬영장에 나가는 게 두렵다. 연기가 잘 안 될까 봐. 내가 생각한 것만큼 표현을 잘할 수 있을까, 힘 빼는 걸 많이 연습해왔는데 다시 힘이 들어갈까 봐 겁이 난다.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김남길이라는 배우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과 광기를 이해하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도 사연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기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을 담은 영화다. 나의 일상은 일반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 똑같이 돈 걱정하고, 일하고, 배우고 싶은 것들을 배우고, 운동도 하고, 그 안에서 재미를 찾는 것이다.그나저나 계속해서 목에 걸치고 있는 ‘그것’은 뭔가? 블루투스 이어폰. 인터뷰를 하기 전에 게임 영상을 보느라 끼고 있었다.너무 ‘아재’스럽다. (웃음) 아재, 맞다. 근데 이게 얼마나 편한 줄 아나? 전화기를 귀에 대고 통화를 하면, 너무 뜨겁지 않나?Chun Woo Hee혹시 어제 명동예술극장에 다녀왔나? 그저께 나도 비슷한 각도의 자리에서 같은 작품을 봐서 인스타그램에 올린 커튼콜 사진이 너무 익숙했다.(웃음) 맞다. 어제 극장에 다녀왔다. 이혜영 선배님이 연기하는 ‘메디아’가 너무 궁금해서 조기 예매를 했다. 는 10년 전쯤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는데, 느낌이 새로웠다. 중간에 신이 바뀌면서 메디아가 검정색에서 빨간 드레스로 갈아입고 등장했을 때 객석에서 탄성이 쏟아지더라. 너무 강렬했다.고등학교 시절에 연극반을 했다고 들었다. 그 시기엔 고민이 많았다. 심지어 나의 존재조차도.(웃음) 어떤 것에도 재미를 잘 못 느끼다가 연극반에서 처음으로 연기를 해봤는데 주변에서 곧잘 한다고 칭찬해주고 상도 받으니까 흥미가 생겼다. 사실 자그마한 고등학교 연극반에서 연기를 해봤자 얼마나 잘했겠나?(웃음) 그래도 무대 올라가기 직전엔 심장이 터질 듯이 뛰다가도 조명이 ‘탁’ 하고 켜지면 마음이 ‘쓱’ 평온해지면서 어느 순간 몰입되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갑자기 ‘천직’이란 단어가 떠오른다.(웃음) 에서 같이 호흡을 맞췄던 류승룡 배우도 우희 씨를 두고 기력이 없어 보이다가도 촬영만 시작되면 사람이 확 바뀐다고 했던데, 뭔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소문에 따르면 평소에는 신생아처럼 집에 가만히 있는다고? 그건 내 나름의 생존 방법이다.(웃음) 다른 배우들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열심히 보고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기도 하던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그만한 기력이 없는 것 같다. 실제로도 몸이 허약한 편이다. 추위도 심각하게 많이 탄다. 심지어 이번 영화를 초여름에 찍었는데 니트를 입어도 덥지가 않았다. 집에서 여름에도 추위를 느껴서 내복 비슷한 걸 껴입을 때도 있다.(웃음) 평소에 이런 포즈로(소파 위에 살포시 눕는 시늉을 하며) 집에서 가만히 있으면서 힘을 응축해뒀다가 그걸 연기할 때 한꺼번에 분출하는 것 같다.평소에 꾸준히 하는 운동이 있나? 필라테스를 하고 있는데 재활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허리가 좀 안 좋다. 예전에 에서 격투 신을 찍다가 꼬리뼈를 살짝 다쳤다. 무리하면 거기가 쿡쿡 쑤시고 몸도 전체적으로 살짝 틀어진 느낌이 들어서 운동을 시작했다.천우희 앞에 ‘하드보일드 필모그래피’를 가진 배우라는 수식어를 괜히 붙이는게 아닌 것 같다. 사실 이야말로 온몸을 던져서 연기한 작품 아니었나? 나는 그 영화를 보다 중간에 나가고 싶었을 정도로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나홍진 감독이 장소 헌팅 당시에 무속인들과 동행하여 땅의 기운을 일일이 살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그런 기운을 느꼈다. 이거 귀신 들린 시나리오 아닌가라고 생각했을 정도로.(웃음) 감독님에게 (갑자기 너스레를 떠는 시늉을 하며) “이 영화 정도면 당연히 칸 가죠.”라고 장난스럽게 말했었다.가장 최근에 극장에서 본 영화는 뭔가? 를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재미있게 봐서 연출을 누가 했나 이름을 찾아봤더니 드니 빌뇌브 감독 영화였다. 와, 진짜 이 사람은 사람의 심장을 너덜너덜하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구나 생각했다. 감독의 전작인 도 극장에서 보고 정말로 어깨에 담 드는 줄 알았다.(웃음) 어깨가 뻐근해질 정도의 그 긴장감이 너무 좋아서 집에서 두어 번 더 봤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스스로에 대해 깨달았다. 아무리 즐겁고 말랑말랑한 작품이 하고 싶다고 생각해도 결국 내 취향은 이쪽이구나! (웃음)얼마 전에 팬미팅을 했다고 들었다. 팬들이 만든 ‘내 배우라서 고마우희’라는 플래카드가 너무 스위트하더라. 여자분들이 저를 유난히 좋아해준다. 팬도 여성 비율이 훨씬 높다.그동안 쌓아온 필모그래피가 영향을 미친 걸까? 처럼 여성 캐릭터 간의 케미스트리가 두드러지는 작품을 선택하기도 했고. 이번 영화 도 포스터만 봤을 때 멜로물이라고 짐작했는데 시놉시스를 읽어보니 아니더라. 뭐라고 정의하기 쉽지 않은 영화다. 지금까지 해왔던 그 어떤 작품보다도 가장 어려웠달까? 내가 맡은 ‘미소’라는 여자는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살다가 사고로 인해 식물인간 상태가 된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강수(김남길 역)에게만 보이는 설정이다. 판타지적인 이야기다. ‘미소’라는 여자와 그녀의 영혼을 1인 2역으로 연기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으로 연기해야 했던 장면들이 있어서 기술적인 부분에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매 작품마다 넘어야 하는 산이 참 많아 보인다. 에서는 당대 최고의 가수였던 이난영도 한눈에 반하게 만든 목소리를 가진 서연희를 연기하지 않았었나? 고운 한복을 입고서 몸을 살랑살랑 움직이며 ‘봄날의 꿈’을 부르던 신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본가가 이천인데 가족들이 음주가무를 굉장히 좋아해서 집에 노래방 기계가 있을 정도다.(웃음) 서울 생할을 하면서부터는 그때만큼 노래를 자주 부르지는 못했다. 1940년대 유행했던 창법에 맞게 노래를 부르려고 촬영 시작하기 전에 4개월 정도 노래를 따로 배웠다.영화 사운드트랙 중 하나인 ‘조선의 마음’은 직접 작사를 했는데 꼭 본인이 해야 했던 이유가 있었나? 그 노래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걸로 인해 세 사람의 운명이 다 바뀌지 않나? 그런데 처음엔 그런 감정이 잘 와닿지 않아서 감독님께 가사를 직접 써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해주셨다.연기에 있어서 만큼은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편인가? 사실 그것에 대해 스트레스가 좀 많은 편이었다. 누군가에게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걸 되게 싫어한다. 근데 요즘 드는 생각은 배우라는 사람들 자체가 완성된 모습일 수가 없다. 아무리 좋은 작품을 만나서 최고의 연기를 한다고 해도 그게 완벽하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조금 부족하게 연기했지만 연출이나 다른 부분의 도움을 받아서 최고의 연기가 나올 수 있는 거다. 미완성이라는 것에 대해 받아들이게 되면서부터 마음이 조금 더 여유로워졌다.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당시에는 몸을 바르르 떨 정도로 왜 그렇게 많이 울었나? 당시엔 내가 그렇게 많이 울었는지도 몰랐다. 원래 큰 무대에서 떠는 편이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객석에 앉아 있다가 내 이름이 호명돼서 너무 놀랐던 것 같다. 정작 집에 와서는 일기를 쓰면서 그날 밤에 느낀 감정을 차분히 정리하고서 평온하게 잠들었다. 그때 받았던 상은 나에게 너무 적절한 타이밍이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아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가장 알맞은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천우희라는 이름의 뜻은 무엇인가? 원래 우주 ‘우’에 계집 ‘희’를 썼다. 어린 시절부터 ‘우희’란 이름은 좋지만 계집 ‘희’자가 굉장히 맘에 들지 않아 한자를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20대 중반에 옥돌 ‘우’에 아름다울 ‘희’로 뜻을 바꿨다. 성에 대한 어떤 틀을 규정 짓는 게 너무 싫었다. ‘여자니까’ ‘여자라서’ 이런 표현에 대한 불만이 좀 많다. 촬영 당시에 산기슭에서 보호대 없이 구르고 넘어지는 신을 다 찍고 숙소로 돌아와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 멍 정도가 아니라 나중에 피부가 거멓게 착색됐을 정도로 심하게 다쳐서 살이 스치기만 해도 아렸다. 사실 연기할 때는 아픈 줄도 몰랐다. 뼈가 부러진 건 아니었으니까 약만 먹고 그냥 버텼다. 다 같이 고생한 건데 “여배우라서 약하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직접 만나보니까 야무지고 톡 쏘지만 어딘가에 작은 구멍이 숭숭 있어서 매력 있게 느껴졌던 웹드라마 의 모습이 실제 모습과 가장 비슷한 것 같다. 평소에 어떤 남자에게 끌림을 느끼나? 재미있는 남자가 좋다. 뒤틀림의 미학을 아는 사람이랄까? 굉장히 힘들고 짜증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도 그 사이를 비집고 유머를 던질 수 있는 여유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 어디선가 스치듯이 본 건데 자기와 가장 잘 맞는 배우자를 찾고 싶으면 영화관에 가서 웃음 코드와 눈물 코드를 보면 된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