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시 유틸리티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패션이 ‘실용성’이란 키워드로 향하고 있는 지금, 멋에 대한 ‘긴장감’만은 놓치지 말 것. | 실용성,긴장감

미니멀하거나 혹은 드라마틱하거나. 패션이 극단적인 트렌드로 치우칠 때 오히려 정답은 단순해진다. 그럴 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컬러도, 디테일도, 스타일링도 배제한 아주 기본적인 아이템만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아예 휘황찬란한 요소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겁 없이 치장할 수 있다. 1990년대 질 샌더나 캘빈 클라인 컬렉션에서 아주 단순한 슬립 드레스가 등장했던 것이나 2000년도 초반에 알렉산더 맥퀸이나 존 갈리아노 쇼에서 어마어마한 헤어 피스와 기괴한 메이크업, 지나친 드레스가 뒤엉켜 출몰했을 때가 그랬다. 물론 이 또한 철저한 계산 속에서 어렵게 탄생한 것들이지만 오히려 명백한 키워드 아래에선 디자이너도, 이를 받아들이는 고객도 고민이 덜했다. 극단적인 트렌드 앞에선 뭐든 맘껏 펼치고 누릴 수 있으며 아무리 과장된것이라 해도 허용이 되었고 모험과 도전, 과감함이야말로 진정한 재미였다.하지만 지금은 중용의 시대다. 조금만 한쪽으로 치우쳐도 별 볼일 없어 보이거나 우스꽝스러워지기 십상이다. 아무리 맥시멀리즘과 독특한 개성의 괴짜 감성이 트렌드로 등장한다 한들 쿨하고 세련된 것에 목을 매는 이들에게는 이 또한 결국 치기 어린 도전일 뿐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실용성’이란 키워드가 패션계에 가득할 때 우리들은 좀더 복잡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저 편안하고 입기 쉬운 옷만을 주구장창 받아들이기엔 패션은 너무 무궁무진하지 않은가? 그래서 이렇게 현실과 판타지, 미니멀리즘과 맥시멀리즘의 간극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엔 연애 초기만큼이나 ‘밀당’이 중요해진다. 여우처럼 굴지 않으면 이도 저도 아닌 채 잊혀질 테니까. 한마디로, ‘실용적이되 개성을 찾을 것’, 혹은 ‘드라마틱하되 유용할 것’ 등의 이중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이에 디자이너들이 이번 시즌 내놓은 해답은 뻔한 유틸리티 룩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버전의 ‘드레시 유틸리티’ 룩이다. 오늘날 여자들의 룩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며, 삶의 방식이기도 한 ‘유틸리티’ 코드를 재해석한 것. 즉, 아웃 포켓 재킷이나 워크 팬츠, 점프수트와 같은 매우 실용적인 룩에 포멀함을 더해 보다 성숙하고 우아한 워크 웨어를 제안했으니, 적당히 실용적이면서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특별함을 갖춘 컬렉션이 완성되었다. 이제 우리는 아래의 세 가지 포인트만 기억하면 된다.첫째, 과장된 디테일에 주목할 것. 허리를 드라마틱하게 졸라맨 질 샌더의 유틸리티 재킷이나 커다란 포켓 백을 허리에 단 마르니의 재킷, 발렌시아가의 빅 숄더 재킷처럼 클래식한 유틸리티 요소에 어깨든, 포켓이든 과장된 디자인이 등장했으니. 이번 시즌 오버사이즈 실루엣이 강력한 키워드인 만큼 별다른 스타일링 없이도 신선한 유틸리티 룩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둘째, 여성성을 잃지 말 것. 자크 오디아드 감독은 마리옹 코티아르의 매력을 “남성적 권위가 느껴지는 동시에 한없이 관능적이고 매혹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녀처럼 파워풀함 속에 은근한 여성미를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이번 시즌 유틸리티 룩의 키워드일 것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위에 언급한 독특한 유틸리티 재킷에 아예 딱 붙는 미니스커트, 혹은 나풀나풀한 미디스커트를 매치하는 것이다. 이너웨어로는 재킷을 입었을 때 이너웨어가 보이지 않도록 노출하거나, 아니면 발렌시아가 컬렉션처럼 실크 블라우스를 선택할 것. 벨트나 스트링으로 허리를 강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셋째, 백은 캐주얼하게, 슈즈는 드레시하게! 유틸리티 룩에 클러치 백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실용성이라는 기본적인 주제에 충실하게 백은 최대한 유용한 디자인으로 선택할 것. 덕분에 빅 백이 키 액세서리로 등장했으니 허리 밑으로 귀찮은 듯이 ‘툭!’ 들어주는 것이 포인트다. 스텔라 매카트니와 마르니 컬렉션에 등장한 벨티드 백은 물론 가장 트렌디한 선택이 되어줄 것이다. 대신 슈즈만은 긴장을 늦추지 말 것. 좀 더 자연스러운 스타일링을 원한다면 펜디의 레이스업 부츠처럼 스포티한 디자인을 고르는 것도 현명하다.지금은 무엇을 반드시 입어야 한다거나 무엇을 입지 말아야 하는 고정관념의 시대는 아니다. 자신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낼 수 있는 옷을 입을 것. 억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드레스업할 필요도, 혹은 스트리트 룩을 좇아 요란하게 유스 컬처를 찾아 나설 필요도 없다. 단지, 편안하되 위엄 있게, 그리고 조금은 더 특별하게 입을 것! 그것이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