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이 발리로 떠난 이유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의 배우 이상윤이 긴 호흡의 감정을 정리하고 오랜만에 낯선 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발리에서 이상윤과 함께한 5일간의 이야기. | 인터뷰,이상윤

드라마 '공항 가는 길' 종영 직후 이상윤과 함께 낯선 시공간으로 떠났다. 우리는 휴식이 간절한 이상윤을 위해 발리로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한적한 일요일 오후 인천공항. 약속 시간을 한 번도 어긴 적 없다는 그는 역시나 제시간에 맞춰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속을 하고 탑승 하는 순간까지도 그가 배우 이상윤임을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게이트 앞 오픈된 공간에서 스태프들과 쪼그리고 앉아 빵을 나눠 먹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발리 여정 내내 그에게선 예민함 혹은 유난스러움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인터뷰 내내 “좋았어요.” “잘 안 되더라고요.” “힘들었어요.”라며 자신의 감정을 담담히 말하다가도, 조심스럽게 건넨 여자친구 이야기엔 입이 귀에 걸리는 귀여운 모습을 들켜버린 이 남자. 이상윤은 자신을 위해 따로 마련해놓은 레스토랑을 마다하고 매일 아침 (비닐봉지 하나를 들고) 스태프 숙소 레스토랑에 나타났다. 전날 자신의 룸에서 함께 술을 마신 스태프들이 남기고 간 소지품을 일일이 챙겨 나온 것이다. 스마트한 두뇌에 잘생긴 얼굴, 훤칠한 키와 서글서글함이 느껴지는 표정과 말투까지. 여기까지만 해도 완벽한데 이상윤은 술도 잘 마시고 의리까지 있다. 10년째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주변 스태프들의 증언이 그의 인간성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너무나 인간적이고 겸손하며 배려심까지 넘치는 따뜻한 남자 이상윤. 발리의 아름다운 선셋을 바라보며 그와 나눈 시시콜콜한 이야기 한 편을 지금부터 시작한다.'공항 가는 길'이라는 ‘인생작’ 하나를 마쳤네요. 반응이 뜨거웠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작품을 선택할 당시 생각이 단순했어요. 글에서 오는 느낌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불륜이 소재였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처음 느낌이 좋았기 때문에 그 흐름 그대로만 가면 나쁘지 않을 듯했고, 나는 열심히 연기하고 시청자는 나름대로 각자 판단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민감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건 작품을 시작할 때부터 감내할 각오가 돼 있었어요. 게다가 회가 거듭되면서 시청자의 반응이 긍정적으로 바뀌더라고요. 이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잘될지 몰랐어요. 반응을 보니까 12월에 있을 제 팬미팅에 40대 이상의 여성분들이 많이 오지 않을까 해요.(웃음)‘순수한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서도우라는 역할이 이상윤에게 잘 맞는 옷이 아니었나 싶어요. 시청자들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저에게는 계속 고충이 있었어요. 작가님은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정말 현실감 있게 잘 쓰셨죠. ‘수아’라는 인물도 현실에 있을 법한 평범한 캐릭터였고요. 반면에 ‘도우’라는 인물은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남자였어요. 도우가 가진 캐릭터의 키워드는 ‘위로’였거든요. 상황을 비롯해 등장인물 대부분 현실적인데 이 사람의 태도만 이상적인 거예요. 그게 어렵더라고요.그런데 이번 드라마에서 어쩜 그렇게 저돌적인지 좀 놀랐어요. 상대를 빤히 바라보는 눈빛도요. 저돌적이라기보다 눈치 없이 쳐다보는 쪽에 가까웠죠.(웃음) 그래서 저는 도우가 순수한 사람이라는 면에 초점을 맞추고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실제 연애할 때도 도우와 비슷한 부분이 있나요? 도우와는 다르죠. 적극적이고 저돌적이긴 하지만 눈치 없이 행동하지는 않아요.(웃음) 이 드라마를 찍고 나서 “달라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인물의 상황을 읽으면서 제가 진짜 도우처럼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현실이라면 쉽게 할 수 없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내뱉으니까 그렇게 보였던 것 같아요. 유부남으로서의 삶을 처음 연기했잖아요. 그건 어땠나요? 아우, 복잡하더라고요. 제가 연기한 부부 간의 사이는 너무 나빠진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매번 불편한 모습만 보여졌잖아요. 저는 그게 좀 힘들더라고요. 수아와 도우의 멜로를 위해 도우의 결혼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개인적으로 그 점이 아쉬웠어요. 차라리 이야기가 복잡해지더라도 그 어떤 사람 편도 들 수 없는, 그 누구도 악역이 아닌 흐름이 되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해서요. 아이와 함께 연기하는 건 무척 새로웠어요.가장 어려웠던 신을 꼽으라면요? 극 후반에 감정이 짙어지고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순수할 수만은 없게 되었죠. 그렇게 변한 도우를 표현하는 게 어려웠어요. 특히 마지막 회에서 수아 남편 진석과 이야기하는 신이 가장 어려웠어요. 아무리 봐도 도우는 진석에게 할 말이 없는 사람인데 너무 당당하니까요. ‘얘가 이 사람한테 이런 말을 할 입장인가?’라는 생각이 자꾸 겹치면서 몰입이 힘들더라고요. 지인들은 오히려 도우의 말이 하나하나 이해가 된다고들 하던데, 저는 아니었어요. 그 인물에 완전히 빠지지 못한 건지,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좀 있었죠.그럼 가장 아쉬운 점은 뭔가요? 작품 만족도가 어느 정도냐고 물으면, 희한하게 이 작품은 힘들고 어려웠다는 기분이 강한데 만족도는 높지 않아요. 늘 감정이 확실히 보이는 역할만 맡아서 그런지 혼란스럽더라고요. 얼마 전 천호진 선배님과 식사를 하게 됐는데 “원래 멜로라는 게 그렇다. 이게 맞는 건지 틀린 건지도 모른 채, 마무리도 흐지부지된다”라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강력한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다른 장르에 비해 뭔가 찜찜하고 어중간한 느낌을 갖게 된다고요.멜로드라마도 계속 하다 보면 노련함이 분명 생기겠죠? 맞아요. 선배님들은 이런 경험이 계속 쌓이면 저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를 위로하시기 위해 하신 말씀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척 공감이 됐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고, 당분간 휴식하면서 연기자로서 스스로를 돌아봐야겠다고 느꼈어요. 그래도 ‘이 감정을 다뤄보고 싶다’, ‘이 감독님의 작품을 한번 연기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기 때문에 제가 도우를 연기하게 된 것이 정말 행복해요.2016년 '바자' 4월호 인터뷰에서 인간으로서는 점점 아웃사이더로 변하는 것 같다고 했어요. 왜 집에 파묻혀서 지내는 건지 스스로도 이유를 찾는 중이라고 했고. 요즘도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나요? 최근엔 걷는 시간이 참 좋아요. 요즘엔 집 밖을 나서서 운동도 하고 볼링도 치고 그럽니다.(웃음) 얼마 전까지는 뛰고 운동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자주 시간을 내서 공원을 걷게 됐어요. 촬영 중간중간에도 조용한 곳에 가서 걷다 오곤 했어요.상윤 씨도 이제 곧 서른일곱이 되네요. 드라마 '미우나 고우나'에서 처음 봤을 때가 벌써 10년 전이에요. 당시 여의도를 지나다 그 드라마를 찍는 걸 우연히 봤고, ‘어? 김지석이다. 신기하다’ 했는데 제가 그 드라마에 캐스팅 되었거든요. 그때 함께했던 멤버들은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그때에 비해 얼굴에 세월이 좀 묻은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게 좋아요. 주름도 지고 나이도 보이는 거. 주변에서는 자꾸 관리하라고 하시지만 저는 그런 거에 관심이 없어요. 사실 이번 드라마 촬영 전에 뭐라도 하자는 제안을 받았는데요. 감독님께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원하시기도 했고, 제가 워낙 그런 걸 안 좋아해서 전혀 관리를 안 받았어요. 결국, 종방연 때 촬영 감독님께서 “나 남자배우에게 이런 말 처음 하는데, 피부 관리 좀 받아요.”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이번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의 엔딩 신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결국 처음 만났던 그 모습으로 두 사람이 공항에서 재회하잖아요. 드라마 촬영과 화보 촬영을 위해 다시 온 공항은 느낌이 많이 다르죠? ‘공항 가는 길’, 이라는 말 자체가 색다르고 아련한 느낌이 들잖아요. 왠지 모를 설렘도 있고.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건데, 실제로 마이 앤트 메리의 ‘공항 가는 길’이라는 노래가 있더라고요. 들어보니 경쾌하고 기분 좋은 음악이었어요. 제게 공항 가는 길은 딱 그런 느낌이에요. 되게 오랜만에 공항 가는 길이 다르게 느껴졌어요. 일 때문에 가는 기분과는 완전히 달랐거든요. 역시 발리는 좋아요. 날씨도 좋았고요. 저에게는 휴양지 중에 최고가 아닌가 해요. 오늘도 종일 뒹굴면서 제대로 휴식했어요. 어제 촬영하고 아침에 해장한 후 낮잠 자고. 벌써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워요. 최근에 두바이 다녀오고 일 때문에 파리 다녀온 것 외에는 해외에 나가지 않아서 발리 일정이 더 행복하네요.그동안 예능에서는 좀처럼 얼굴을 볼 수 없었는데 오랜만에 예능에도 도전하더라고요. 2017년엔 어떤 계획이 있나요? 팬들은 작품을 통해 저를 만나잖아요. 그게 유일한 통로니까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연구 많이 하고 노력해야죠. 그리고 좋은 작품, 예능, 영화 많이 하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