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롱앤린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오버사이즈 룩에 반기를 든, 롱앤린(Long & Lean) 실루엣의 우아한 도발. | 롱앤릿

스트리트 감성을 품은 오버사이즈 룩이 패션계를 집어삼킨 지금, 그 반작용처럼 길고 가는 실루엣이 주는 클래식한 아름다움에 대한 향수 또한 짙어졌다. 가녀린 실루엣이 지닌 담백함과 우아함은 시대를 불문하고 여성들을 매혹해왔기 때문. 이번 가을/겨울 시즌의 롱앤린 실루엣은 단순히 늘씬함을 뽐내기 위한 룩이 아닌, 과거의 향수가 담긴 클래식한 고전미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샤넬과 비오네 쇼에서는 마치 1930년대 아카이브에서 건져 올린 듯한 룩을 발견할 수 있다.그 어떤 디자이너보다 하우스의 유산을 동시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칼 라거펠트는 늘 그래왔듯 다채로운 롱앤린 실루엣의 샤넬 수트를 런웨이에 등장시켰다. 특히 그가 촬영한 F/W 시즌 광고 캠페인에도 등장한 롱앤린 실루엣의 롱 코트와 스커트수트는 별다른 장식이 없었으나 그 자체로도 우아했다. 고가 아시케나지가 지휘하는 비오네 쇼에는 소재의 변주와 과감한 컬러 포인트로 모던한 감성을 주입한 바이어스 컷 드레스들이 등장했다. 그중 롱앤린 실루엣을 강조하는 어깨 장식, 드레이핑 디테일이 특징인 울 소재 롱 드레스는 1930년대 비오네 아카이브 사진 속에서 발견한 드레스와 꼭 닮아 있어 보다 흥미롭게 느껴진다. 롱앤린의 역사를 되짚을 때마다 등장하는 1960년대 이브 생 로랑의 르 스모킹은 에디 슬리메인의 마지막 생 로랑 쇼에도 등장했다. 그는 하우스의 아카이브 속 대표적인 의상을 오마주한 룩들로 자신의 마지막 쇼를 구성했는데, 1980년대 디스코 무드를 덧입은 르 스모킹 수트가 오프닝에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클래식한 롱앤린 스타일에 신선함을 더해줄 피스들이 다양하게 등장했다는 것. 롱 드레스를 보다 모던하고 시크하게 연출할 수 있는 팁을 제시한 드리스 반 노튼 쇼에서는 르네상스풍의 화이트 셔츠 위에 블랙 슬립 드레스를 매치한 룩이 등장했다. 정숙한 느낌의 셔츠와 달리, 레이어드한 드레스는 메탈릭한 골드 슬립을 겹쳐 입은 듯한 디자인과 끝자락이 바닥에 치렁치렁하게 끌릴 정도의 맥시한 길이가 눈길을 끈다. 롱앤린 실루엣을 연출함에 있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팬츠수트는 보테가 베네타 쇼에 등장한 보랏빛 벨벳 수트처럼, 과감한 컬러와 소재 사용으로 변신을 꾀했다. 미우 미우 쇼에 등장한 플로럴 모티프의 롱스커트는 자카드 소재로 고전미를 더한 것이 특징. 일자로 떨어지는 맥시한 길이의 스커트는 아찔하게 높은 하이힐의 힘만 빌린다면 드라마틱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최상의 아이템이라는 점을 참고하자. 반면 질 샌더 쇼의 니트 풀오버는 길고 가녀린 실루엣을 연출하기에 더없이 실용적인 제품이다. 특히 손등을 덮는 긴 소매와 허벅지를 가리는 긴 길이가 포인트. 하의로는 H라인의 롱스커트를 매치하는 것이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셀린 쇼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타이트한 튜닉 톱은 난이도는 높으나 가장 쿨한 무드를 낼 수 있는 아이템. 단, 쇼에서처럼 낙낙한 팬츠에 매치하는 것이 좋고 꼭 상의와 같은 컬러나 톤온톤 컬러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속절없이 지나는 트렌드의 흐름 속에서 다시금 롱앤린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길고 가냘프지만 절대 나약하지 않은 당당한 애티튜드에 있다. 성숙한 여인이라면 한번쯤 꿈꿨을 우아하고 드라마틱한 롱앤린 스타일. 오버사이즈 신드롬이 불러온 신선함이나 동시대적인 세련미를 넘어서는 클래식한 매력으로 여성들을 다시금 유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