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로지 헌팅턴 휘틀리가 말하는 생 로랑의 조용한 힘

생 로랑의 뉴 백 ‘시몬(Simone)’도 눈여겨보길.

프로필 by 김경후 2026.10.30

“저는 옷을 입었을 때 가장 나다운 모습을 느끼고 싶어요.” 생 로랑 2026 가을 캠페인에 등장한 모델 로지 헌팅턴 휘틀리(Rosie Huntington-Whiteley)가 말하는 스타일의 기준이다. 안토니 바카렐로가 완성한 이번 시즌 레디투웨어 컬렉션과 새롭게 선보인 ‘시몬’ 백은 그녀가 추구하는 절제와 긴장감, 은은한 자신감이 공존하는 스타일을 보여준다.

울 소재의 더블브레스트 재킷, 버뮤다 쇼츠, 셔츠, 타이, 가죽 소재의 ‘시몬’ 백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휘틀리에게는 옷을 입을 때 지키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옷이 나를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요.” 패션계를 대표하는 모델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뮤즈이자 기업가가 된 지금까지, 20년 넘게 지켜온 기준이다. 그녀가 생 로랑에 늘 편안함을 느꼈던 점 또한 옷을 입고도 온전히 자신으로 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램스킨과 레이스가 결합된 슬립 드레스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저는 늘 제가 생 로랑의 여성이라고 느꼈어요.” 그녀가 생 로랑에 끌리는 이유 중 하나는 하우스의 역사에 있다. 이브 생 로랑이 1960년대에 선보였던 스타일은 지금까지도 강렬한 힘을 지니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훨씬 단순하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답게 느낄 수 있는 옷을 원했고, 생 로랑의 옷을 입었을 때는 다른 사람처럼 보이려 애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헤링본 울 소재의 싱글브레스트 재킷, 퀼로트 팬츠, 실크 새틴 소재의 레이스 캐미솔, 벨트, ‘볼테르’ 슬링백 힐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바카렐로는 하우스의 근간을 되돌아봤다. 컬렉션의 시작을 알린 테일러링 룩은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롭고 관능적이었다. 휘틀리가 주목한 점 또한 그 분위기였다. “생 로랑의 실루엣에는 놀라울만큼 강렬한 힘이 있어요. 특히 이번 시즌 안토니가 그 실루엣을 유연하면서도 관능적으로 풀어낸 방식이 인상적이었죠. 저는 아름답고 정교하게 재단된 수트를 맨몸에 입는 걸 좋아해요.


남성성과 여성성, 절제와 관능, 강인함과 연약함. 이런 모순은 언제나 생 로랑의 중심에 있었어요.


이번 시즌의 또 다른 주인공은 ‘시몬’ 백이다. 이 백은 무슈 생 로랑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보냈던 편지와 그가 1970~80년대 저녁 외출에 즐겨 들었던 봉투 형태의 파우치에서 영감을 받았다. 당시엔 주로 이브닝 백으로 활용되었지만, ‘시몬’ 백은 일상에 어울리도록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부드러우면서도 구조적인 실루엣에 두 개의 수납공간, 내부 지퍼 포켓, 마그네틱 클로저로 실용성은 물론 편의성 또한 높였다. 가방 전면에는 하우스의 모노그램을 입체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더블 카산드라(Double Cassandre)' 장식이 자리하며 특별함을 더했다.

그랭 드 푸드르 울 소재의 더블브레스트 재킷, 버뮤다 쇼츠, ‘브리짓’ 펌프스, 셔츠, 타이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이는 휘틀리가 옷을 대하는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그녀가 가장 아끼는 옷은 오랜 세월에 걸쳐 수집해온 생 로랑의 가죽 재킷들이다. “생 로랑의 가죽 재킷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합니다. 재킷에 추억이 쌓이며 저의 정체성을 이루는 일부가 되죠.” ‘시몬’ 백 역시 같은 정신이 담겨 있다. 유연한 가죽으로 완성된 이 백은 특별한 날을 위해 아껴두기보다 매일 자연스럽게 들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일상에서 함께하며 저마다의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가방인 셈이다.


레이스 캐미솔, 벨벳·새틴 소재의 랩스커트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휘틀리의 스타일에는 몇 가지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저는 절제된 아름다움, 간결한 디자인, 강렬한 실루엣, 최상의 소재,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 옷에 끌려요. 제 옷차림에는 남성성과 여성성 사이의 긴장감이 자주 드러나죠.” 그녀가 스타일의 기준으로 삼는 인물이 모델 로렌 허튼(Lauren Hutton)이라는 점도 놀랍지 않다. “그녀는 화려하고 여성스럽지만 언제나 꾸미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움과 약간의 남성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어요. 어떤 옷차림도 지나치게 공들인 것처럼 보이지 않았죠.”


저는 절제된 아름다움, 간결한 디자인, 강렬한 실루엣, 최상의 소재,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 옷에 끌려요.


코팅 코튼 소재의 드레스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이처럼 상반된 요소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이야말로 그녀가 생 로랑을 계속 찾게 되는 이유다. “남성성과 여성성, 절제와 관능, 강인함과 연약함. 이런 상반된 모순은 언제나 생 로랑의 중심에 자리해왔어요.” 이브 생 로랑이 파리에 하우스를 설립한 지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생 로랑은 고유의 미학을 동시대의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늘 신선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브러시드 울 소재의 싱글브레스트 재킷, 실크 블라우스, 사이클링 쇼츠, ‘제마’ 슬링백 힐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생 로랑의 여성을 한마디로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한다. “여성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지만 관능적이면서도 강인하며, 섹시한 매력과 함께 늘 신비로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요. 시선을 끌려고 애쓰지 않지만, 결국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여성이죠.”


싱글브레스트 재킷, 퀼로트 팬츠, 실크 새틴 소재의 레이스 캐미솔, 벨트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레이스 바디수트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래커 처리한 캔버스에 시어링 칼라를 더한 코쿤 코트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1. 싱글브레스트 재킷, 퀼로트 팬츠, 실크 새틴 소재의 레이스 캐미솔, 벨트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2. 레이스 바디수트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3. 래커 처리한 캔버스에 시어링 칼라를 더한 코쿤 코트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Credit

  • 사진/ Nico Bustos
  • 스타일링/ Aurelia Donaldson
  • 헤어/ Shon Ju
  • 메이크업/ Brooke Turnbull
  • 프로덕션/ Anna Hedderich
  • 어시스턴트/ Emilia Saggese
  • 영상/ Paul Bel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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