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로에베 2027 S/S 컬렉션, 단숨에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

미국적 실용주의와 스페인의 장인정신이 만난 로에베의 새로운 컬렉션

프로필 by 이진선 2026.10.27

INSTANT ATTRACTION


로에베의 잭 맥컬로와 리자로 에르난데스는 보는 순간 단숨에 이끌리는 옷을 만든다. 이들의 방향성이 현실에 착륙하는 순간, 잠시 숨을 멈추고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 10월의 어느 날, 파리에서 마주한 2027 S/S 컬렉션 역시 그러했다.


쇼가 시작되기 전,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열 손가락 혹은 냉정하게 다섯 손가락에 안에 꼽을 수 있을 것도 같고. 벌써 세 시즌째 런웨이 쇼를 선보이는 로에베의 듀오 디자이너 잭 맥컬로와 리자로 에르난데스는 어느 때부터인가 에디터의 열 손가락 안에 슬며시 들어와 있다. 이유는? 심플하다. 그들이 선보이는 컬렉션은 어렵지 않은 데다 직관적으로도 매력적이기에.

2027 S/S 시즌엔 늘 런웨이 쇼를 선보이는 파리 벵센 성에 하얀 골조와 반투명 패브릭으로 만든 ‘에테리얼 아레나(Ethereal Arena, 가벼운 느낌의 원형 경기장)’를 설치, 그곳으로 게스트들을 초대했다. 이 공간을 설계한 캐스퍼 뮐러 크니어 아키텍츠(Casper Mueller Kneer Architects)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장식을 배제한 채 공업용 골조와 가벼운 천의 질감만 살려 빛을 머금은 듯 몽환적이며 절제된 공간을 완성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평면적인 런웨이 공식을 깬, 2층 발코니 형태의 아레나 구조는 모델의 워킹과 의상의 입체적인 실루엣을 다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컬렉션을 관통한 키워드는? 바로 미국적 실용주의와 스페인 공예 기술의 조우. “모더니즘의 컬러 블록과 스페인 바로크 양식이 만나고, 뉴잉글랜드의 해안선과 햇볕에 그을린 안달루시아의 풍경이 교차하죠. 미국적 실용주의가 주는 특유의 여유로움 속에는 스페인 특유의 극적인 감각, 의식, 그리고 역사를 향한 오마주가 서려 있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어떻게 옷을 입을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제안을 건넵니다.” 듀오 디자이너의 말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고향이자 뿌리인 미국 뉴잉글랜드 해안가 분위기에 스포티하고 실용적인 감성을, 스페인의 뜨거운 태양과 정취에 로에베가 지닌 180년의 가죽 및 공예 기술의 역사를 녹여내 절묘하게 뒤섞었다. 그 바탕에는 다음과 같은 기조가 뒤따른다. 친근하게 느껴지는 옷,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 그리고 무엇보다 갖고 싶은 옷. 이번 시즌에도 로에베는 미니멀한 스포티즘을 바탕으로 직관적이면서도 즉각적인 끌림을 선사하는 현실적인 옷장을 제안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뒤집어 입은 듯 연출된 폴로셔츠, 실크 소재로 재해석한 아노락, 스쿠바 스타일 모카신, 비즈 프린지가 달린 시폰 저지 드레스 등 익숙함을 살짝 비틀어낸 위트를 더했다. 아울러 선샤인 옐로, 탠저린 오렌지, 민트 그린을 필두로 한 여름의 색채 팔레트는 컬렉션 전반에 기분 좋은 에너지를 불러일으킨다. 액세서리는 또 어떠한가. 새롭게 선보이는 파시토 백은 클래식한 박스 구조 위에 유연한 나파 소재 더스트 백을 덧씌운 디자인이 돋보였고,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프린트를 입힌 스페인 회화 모티프의 실크 타이, 새틴 리본이 더해진 힐이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퍼즐 백은 깃털처럼 가벼운 이스트-웨스트 형태의 퍼즐 참으로 진화해 손에 가볍게 쥐거나 클러치처럼 연출할 수 있게 했다.

“로에베의 새로운 언어는 어떻게 하나의 스타일로 완성될까요? 그 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하우스의 비전과 장인정신에 현실성과 개성을 불어넣으려 했습니다. 옷, 그리고 삶 자체와 가까워지는 것. 나아가 우리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와도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디자이너의 정체성과 삶의 경험, 감정으로 빚어낸 옷. 그리고 장장 180년을 이어온 스페인 가죽 명가의 헤리티지. 이렇듯 구세계와 신세계가 나누는 대화에서 출발한 로에베의 새로운 컬렉션은 착용하는 이가 어떻게 숨 쉬고 살아가는지, 매번 새로운 형태로 각자의 이야기를 품어낼 것이다.


하얀 골조와 반투명 패브릭으로 완성한 에테리얼 아레나. 2027 S/S 시즌의 아마조나 180 백.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프린트를 입힌 스페인 회화 모티프 실크 타이.  디자이너의 위트가 돋보이는 힐.

관련기사


Credit

  • 사진/ © Loewe, Launchmetrics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