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기억 잃은 여주, 그 곁의 남주...익숙한 듯 다른 맛!

'한예슬·이하늬·하영'으로 이어지는 K-드라마 기억상실 로코의 진화

프로필 by 박현민 2026.08.09

여주인공이 기억을 잃고, 사연을 품은 남주인공이 '가짜 남친'을 자처하며 엉뚱한 동거를 시작한다. K-드라마 팬들에게는 지독하게 익숙한 클리셰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확실한 재미와 높은 도파민을 보장하는 치트키 조합이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상극 케미와 신분 및 상황의 역전이 주는 카타르시스 때문. 같은 뿌리에서 출발해 시대별로 완벽히 다른 맛과 매력을 완성해낸 세 편의 대표작을 짚어본다.



MBC <환상의 커플> (2006)


‘원조 가짜 남친’ 안하무인 재벌녀와 짠돌이 건설업자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 포스터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 포스터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 스틸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 스틸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 스틸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 스틸

<환상의 커플>은 K-드라마 역사에서 '기억상실 로코'라는 장르의 절대적 기준점을 세운 명작이다. 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재벌가 안주인 안나 조(한예슬)가 사고로 기억을 잃자, 그녀에게 한참을 당했던 짠돌이 건설업자 철수(오지호)가 치료비와 손해배상을 받아내겠다는 속셈으로 그럴싸한 거짓말을 보태 '가짜 남친이자 보호자'를 자처하고 나선다. 이 작품의 독보적인 맛은 '거짓말로 시작된 가짜 남친 연기'와 '신분 역전이 주는 코미디'에 있다. 자장면과 막걸리에 서서히 길들여지는 한예슬의 파격적인 연기, 그리고 스스로 쳐놓은 거짓말에 갇혀 도리어 당하고 사는 오지호의 억울하면서도 다정한 호흡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레전드로 회자된다.



SBS <원 더 우먼> (2021)


‘기억상실 검사 1호’ 1인 2역 사이다와 정밀한 조력자

SBS 드라마 <원 더 우먼> 포스터

SBS 드라마 <원 더 우먼> 포스터

SBS 드라마 <원 더 우먼> 포스터

SBS 드라마 <원 더 우먼> 포스터

SBS 드라마 <원 더 우먼> 포스터

SBS 드라마 <원 더 우먼> 포스터

<환상의 커플>이 사적인 공간에서의 일상 코미디에 집중했다면, <원 더 우먼>은 '기억을 잃은 비리 검사'라는 독특한 여주 캐릭터를 내세워 톡 쏘는 사이다 맛을 완성했다. 검사 조연주(이하늬)가 사고로 기억을 잃은 뒤, 자신과 똑같이 생긴 재벌가 며느리의 삶을 대신 살게 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기억은 잃었어도 본능은 살아있는 검사'의 당찬 반격, 그리고 그녀의 진짜 정체를 알아채고 판을 함께 짜주는 남주 한승욱(이상윤)의 정교한 조력이다. 구박받던 시댁 식구들 앞에서 기억을 잃은 와중에도 불쑥 튀어나오는 검사 특유의 거친 입담과 행동력은 폭발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검사 여주' 기억상실물이라는 흥행 공식을 새로 썼다.



넷플릭스 <이런 엿같은 사랑> (2026)


‘검사 여주 & 가짜 남친’ 끈적하게 달라붙는 동거 멜로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 같은 사랑> 포스터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 같은 사랑> 포스터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 같은 사랑> 스틸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 같은 사랑> 스틸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 같은 사랑> 스틸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 같은 사랑> 스틸

앞선 두 명작의 흥행 유전자를 완벽하게 집약한 신작이 바로 <이런 엿같은 사랑>이다. <원 더 우먼>의 '기억상실 검사 여주(하영)' 설정과 <환상의 커플> 속 '사정상 가짜 남친을 자처하는 남주(정해인)'의 평행이론을 한데 모아 2026년형 감성으로 재해석했다. 기억을 잃은 엘리트 검사 고은새 앞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남친이라 우기는 복싱 코치 장태하가 나타나며 예측 불허의 동거가 시작된다. 오지호가 억울함과 코미디로 가짜 남친을 연기했다면, 정해인은 우직함과 따뜻함으로 그 자리를 채우며 서사적 설렘을 극대화한다. 기억을 잃었지만 검사다운 날카로운 촉만은 살아있는 하영과, 진심과 거짓 사이에서 묵묵히 곁을 지키는 정해인의 멜로 합은 K-기억상실 로코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달콤하고 끈적한 진화를 보여준다.

'기억을 잃은 여주'와 '가짜 남친을 자처하는 남주'라는 익숙한 공식은, 시대를 지나오며 단지 진부한 우려먹기에 그치지 않았다. 코미디로, 사이다 액션으로, 밀도 높은 로맨스로 끊임없이 옷을 갈아입어 왔다. 친숙한 설정 뒤에 숨겨진 배우들의 강렬한 합과 정교한 변주야말로, 우리가 아는 맛의 드라마를 자꾸만 다시 찾게 되는 진짜 이유가 아닐까.

관련기사

Credit

  • 사진 / MBC·SBS·넷플릭스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