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도 반한 쇼메의 하이 주얼리
자연을 극사실적으로 구현한 쇼메의 '주얼스 바이 네이처'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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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ATURE OF JEWELS
자연은 언제나 인간에게 아름다움을 처음 가르쳐준 스승이었다. 25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쇼메는 처음부터 스스로를 ‘자연주의 주얼러’라 불렀고, 지금도 그 이름을 유효하게 지키고 있다. 서울에서 열린 ‘주얼스 바이 네이처’는 그 긴 시간이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준 자리였다.
오픈워크 기법으로 레이스처럼 가벼운 실루엣을 완성한 ‘워터 릴리’ 네크리스.
자연은 인간에게 아름다움을 처음으로 깨닫게 한 스승이었다. 예술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꽃 한 송이, 새 한 마리, 빗속의 잎새 하나가 인간의 손을 통해 형태와 의미를 얻어온 궤적이 보인다. 그러나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서 동양과 서양은 미묘하게 갈렸다. 서양의 전통에서 자연은 종종 정복하거나 재현해야 할 대상이었다면, 동양에서 자연은 인간이 그 안에 스며들어 함께 숨 쉬어야 할 세계였다. 한국의 민화는 그 차이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예술 형식 가운데 하나다. 화조도(花鳥圖)는 꽃과 새가 어우러지고 나비가 나는 아름다운 그림이지만, 단순한 자연의 재현이 아니라 그 안에 상징적인 의미를 품고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추구한 가치가 광범위하게 녹아 있는 동양의 독특한 양식으로, 조선의 미감은 꽃을 꺾어 소유하기보다 자연이 품은 생명력을 화면 안에 옮겨오는 데 더 큰 관심을 두었다. 민화 속의 꽃은 꽃 자체를 묘사하기 위한 꽃 그림이 아니라, 꽃이 지닌 아름다움을 빌어 계절감과 자연에 대한 느낌을 나타내기 위한 감정의 표현이었다. 그리하여 민화는 하나의 회화인 동시에 자연과 인간 사이의 오래된 대화록이었다.
흥미롭게도, 1780년에 파리에서 탄생한 한 주얼리 메종도 같은 언어로 말하고 있었다. 쇼메(Chaumet)의 창립자 마리 에티엔 니토는 워크숍을 설립한 직후부터 스스로를 자연주의 주얼러(Naturalist Jeweller)라 칭하며, 이 철학을 메종의 정체성 중심에 두었다. 장인이 스스로를 예술가나 보석상이 아닌 ‘자연주의자’로 규정한다는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을 모방의 대상이 아닌 영감의 원천으로, 나아가 창조의 공동 저자로 받아들이겠다는 이야기였다. 쇼메의 자연주의 주얼리는 자연을 그 야생적이고 유기적이며 섬세한 영광 그대로 묘사하며, 정원이나 숲, 들판에서 찾은 목가적 아름다움을 섬세한 풀잎이나 겨우살이의 조형적 형태로 구현한다. 종종 갓 꺾은 가지에 리본을 두르는 세련된 손길을 더해 가장 평범한 식물도 주얼리로 치환했다. 이 철학은 식물학에 깊은 애정을 지녔던 조세핀 황후와도 맞닿아 있으며, 황후의 취향과 메종의 정신이 공명하면서 쇼메만의 양식 어휘는 더욱 깊고 풍성하게 뿌리내렸다. 쇼메 메종은 자연주의 주얼러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자연의 위대함과 조화를 이루며 역사를 쌓아왔고, 점점 더 위협받고 있는 식물과 동물에 대한 존중과 경각심 또한 이 오랜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자연을 모티프로 한 시노그라피(scenography)가 인상적인 티아라룸 전경.
모잠비크 루비 장식의 ‘스워드 릴리’ 이어링.
장미 잎사귀의 역동적 곡선을 극사실적으로 구현한 ‘와일드 로즈’ 링.
그 철학이 2025년, 하나의 완결된 서사로 응결된 컬렉션으로 탄생했다. 바로, ‘주얼스 바이 네이처(Jewels by Nature)’다. 이 컬렉션은 ‘영원함, 덧없음, 재생’이라는 세 가지 장을 통해 다채로운 형태의 자연에 바치는 오마주를 선보인다. 길들여지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의 자연, 꽃과 나비가 함께하는 찰나의 순간 속 섬세한 아름다움, 그리고 끝없이 새로운 생명을 꽃피우는 자연에 대한 경의가 차례로 펼쳐진다. 이는 자연의 특정 순간을 포착한 스냅샷이 아니라, 탄생과 소멸과 재생이라는 생명의 거대한 순환 전체를 하이주얼리의 형태로 번역한 시도다. 쇼메의 목표는 하나의 작품을 마주했을 때 그 안의 식물이나 꽃을 즉각 알아보고 이름을 부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자연주의적 면모를 포착하기 위해 세부 묘사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이 컬렉션에서 식물들은 단순한 모티프가 아니라 각자의 상징과 서사를 지닌 존재로 격상된다. 바람에 흔들리는 장미 잎사귀의 역동적 곡선을 극사실적으로 구현한 ‘와일드 로즈(Wild Rose)’는 트랜스포머블 디자인을 통해 하나의 주얼리가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섬세하게 다변화하도록 설계되었고, 수년에 걸쳐 엄선한 7개의 모잠비크 루비가 타오르는 붉은 생명력을 발산하는 ‘스워드 릴리(Sword Lily)’는 사랑과 용기와 충성을 상징하는 글라디올러스의 위엄을 주얼리라는 형태로 소환한다. 오픈워크 기법으로 레이스처럼 가벼운 실루엣을 완성한 ‘워터 릴리(Water Lily)’는 붉은빛 오렌지를 머금은 약 17캐럿 임페리얼 토파즈가 수련 위에 내려앉은 태양빛을 재현하며, 행운의 클로버와 재생의 고사리를 콜롬비아산 에메랄드로 엮어낸 ‘클로버 & 펀(Clover & Fern)’은 생명의 끊임없는 순환이라는 컬렉션의 핵심 주제를 가장 직접적인 식물 언어로 이야기한다. 달리아, 밀 이삭, 자연의 나뭇잎까지 이 모든 것들이 금과 다이아몬드와 보석을 통해 살아 숨 쉬는 형태로 전환되며, 자연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명력 자체를 착용 가능한 형태로 증류해낸다.
‘주얼스 바이 네이처’ 프라이빗 행사장 내부와 글로벌 앰배서더 배우 송혜교.
이 아름다운 자연과의 대화는 말이 아닌 형태로, 귀가 아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 감동적인 대화록이 2026년 5월, 성수의 코사이어티에서 ‘주얼스 바이 네이처’ 프라이빗 행사로 펼쳐졌다. 자연을 삶의 언어로 써온 한국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쇼메의 철학은 별다른 설명 없이도 와 닿았다. 그중 행사의 배경이자 형태로 사용된 민화는 한국과 쇼메의 정신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 민화는 아티스트 심미소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것으로 쇼메의 티아라에서 출발한 그의 작업은 파리와 서울이, 오래된 것과 지금의 것이 같은 공간에서 나란히 놓이는 장면을 연출했다. 전시는 하나의 여정으로 기획됐다.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자연을 모티프로 한 몰입형 시노그라피 속으로 스며들었고, 메종의 상징적인 헤리티지 티아라와 현대적 티아라가 한자리에 전시되며 쇼메가 축적해온 시간의 깊이를 은유적으로 드러냈다. 이 공간에서 마주하는 티아라들은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었다. 비대칭 월계수 잎의 생동하는 움직임을 화이트 골드로 옮긴 로리에(Laurier) 티아라는 나폴레옹과 조세핀을 위한 힘과 불멸을 상징하고, 메탈이 보이지 않는 필 쿠토(fil-couteau) 세팅으로 환원한 덴텔 드 루미에르(Dentelle de Lumière) 티아라는 빛 자체를 직조한 듯한 가벼움으로 허공에 떠 있었다. 쇼메의 시그너처 기법인 필 쿠토는 보석을 고정하는 금속을 눈에 보이지 않게 처리해 스톤의 광채만이 공중에 부유하는 듯한 감각을 만들어내는 독자적 세공술로 쇼메가 단순히 아름다운 주얼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술로서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장인임을 증명한다. 흐름은 자연스럽게 티아라의 조형성과 상징성을 현대적 주얼리로 확장한 ‘조세핀 시그니처 컬렉션’으로 이어졌다. 조세핀 컬렉션은 황후의 왕관에서 비롯된 V자 실루엣을 링과 네크리스로 재해석하며, 마다가스카르산 쿠션 컷 블루 사파이어(약 27캐럿)와 옐로 다이아몬드를 배치한 에끌라 플로럴(Éclat Floral) 네크리스처럼 제국 시대의 화려함을 오늘의 취향으로 풀어낸다. 다채로운 컬러 스톤을 통해 새롭게 표현된 우아한 실루엣은 마침내 ‘주얼스 바이 네이처’의 세계로 관람객을 인도했다. 전시는 시작과 끝이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서사처럼, 과거와 현재, 창조의 순간을 유연하게 연결하며 흘렀다.
이번 전시에는 쇼메의 글로벌 앰배서더인 배우 송혜교가 함께했다. 고요하면서도 깊이 있는 존재감으로 공간을 물들인 그녀는 이번 행사에서 ‘주얼스 바이 네이처’ 컬렉션 중 ‘달리아(Dahlia)’ 파뤼르를 착용해 눈길을 모았다. 풍성하게 겹쳐진 꽃잎의 구조, 위엄 있으면서도 섬세한 그 형태는 쇼메의 장인 언어와 유독 잘 맞닿는다. 송혜교가 착용한 달리아 네크리스는 화이트 골드 소재에 더블 트위스트 체인을 바탕으로, 중앙에 다이아몬드 세팅 화이트 골드 꽃잎들이 겹겹이 펼쳐지며 약 3캐럿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가 그 심장처럼 빛나는 작품이다. 링은 같은 꽃 모티프가 회오리치듯 생동감 있게 표현되며 약 5캐럿의 다이아몬드를 품고 있다. 이어링 역시 각각 약 1캐럿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가 두 개씩 세팅돼 귓가에서 조용히 빛났다.
수련은 물 위에 뜨고, 달리아는 겹겹이 피고, 글라디올러스는 줄기를 따라 차례로 터진다. 쇼메는 250년 동안 그 순서를 잊지 않고 있다. 꽃이 지고 난 자리에도 그 형태가 남아 있는 것처럼 메종의 손끝에서 자연은 소멸하지 않는다. 그리고 2026년 5월, 서울의 봄이 한창이던 시간에 쇼메는 다시 한번 그것을 증명했다.
Credit
- 글/ 김민정(프리랜스 에디터)
- 사진/ ©️ Chaumet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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