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야-호!' 열풍, 리센느 원이가 뜬 이유
사투리와 캐릭터, 그리고 멤버들의 케미. 화제의 '리센느 원이 채널'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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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센느 원이의 개인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가 70만 구독자를 돌파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 거제 사투리와 개성 강한 캐릭터, 리센느 멤버들의 케미가 어우러지며 하나의 밈이자 콘텐츠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 채널의 인기는 리센느의 재발견으로 이어졌고, 팀의 음악과 세계관까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걸그룹 리센느 원이의 개인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이하 <원이>)는 지난 2월 첫 영상을 업로드한 이후 불과 몇 달 만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급기야 팀 공식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를 추월했고, 현재는 7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 "거제 야-호!"는 2026년 상반기를 대표하는 밈이 되었고, 원이는 아이돌을 넘어 하나의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너희들이 나한테 한국인의 밥상이고, 다큐 3일이고, 인간극장이다.”라는 베스트 댓글처럼 대중은 <원이> 채널 속 리센느로부터 익숙한 정서를 읽는다. 그리고 그 익숙한 정서는 뜻밖에도 리센느라는 그룹이 데뷔 때부터 노래해 온 기억과도 연결된다.
지역성이 콘텐츠가 된 순간: 거제 야-호!
“저는 거제에서 태어나 옥포초등학교와 옥포성지중학교, 거제제일고등학교를 거쳐 현재 더뮤즈 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리센느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원이> 채널 공식 소개는 이렇게 시작된다. 사실 이렇게 시간순으로 기술된 취업 준비용 자기소개서는 크게 경쟁력이 없다. 그러나 원이가 ‘갸루’처럼 걸어다니면 엄마한테 등짝스매싱을 딱 맞기 좋은, 시내를 겨우 한 걸음에 활보할 수 있는 거제 출신이라는 점은 그를 이루는 정체성이 된다.
5월 22일 공개된 ‘갸루와 거제에 왔습니다’가 누적 조회수 600만 회 이상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거제 출신 원이와 일본인 갸루 캐릭터 미나미의 조합은 그 자체로 신선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을 사로잡은 것은 거제라는 공간이었다. 바다와 골목, 오래된 동네 풍경이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케미와 어우러지며 마치 한 편의 청춘 만화를 보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경주 출신 제나와 원이가 하루 종일 사투리만 쓰는 콘텐츠에서, 두 사람은 블루베리 요거트 스무디 주문조차 어려워하며 "언니 이거 알아듣습니꺼?"라고 묻는다. 겸연쩍은 순간에 "원래 서울 언니들은 이렇게 예뻐요?"라고 감탄하기도 한다. 케이팝이 오랫동안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문화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서울 이외 지역에서 더 오랜 시간을 살아온 멤버들의 서울에 대한 동경 혹은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부심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떡상 전 성수 나들이 (사투리 2편)’에서 원이는 성수동을 향해 거침없이 일갈한다. “그냥 깔롱 부리고 노는데지 뭐. 쓸데 없이 깔롱 부리고 막 건물 그냥 만들지도 않았는데 그게 성수 아닙니까? 그냥 이런 걸 두고 카페란다 요즘. 그래 서울 가스나들 이거 좋아한다.”
밈이 된 아이돌, 음악을 역주행시키다: ‘LOVE ATTACK’ 멜론 TOP100 재진입
채널의 성공은 팀에도 톡톡히 영향을 미쳤다. 채널이 화제가 된 이후 리센느의 ‘LOVE ATTACK’은 멜론 TOP100 차트에 338일 만에 재진입했다. 리센느는 콘텐츠를 통해 대중이 팀을 발견하고 이후 음악을 찾아 듣게 된 보기 드문 사례가 되었다. 물론, 리센느가 그동안 아이돌로서 본업에 충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데뷔 2년 차에 접어들 즈음부터, 원이는 팀의 리더로서 자신의 개인 채널을 통해 대중들이 멤버들의 실력과 매력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채널을 이끌어가는 힘은 멤버들의 캐릭터다.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일본인 멤버 미나미는 '갸루 귀신'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경주 출신 막내 제나는 '신라 공주'라는 캐릭터를 구축했다. 아직 리브와 메이까지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원이 채널의 확장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향기로 기억을 소환하는 그룹: 리센느와 프루스트 효과
리센느(RESCENE)는 2024년 데뷔 때부터 향기가 오래된 기억과 감정을 불러오는 순간을 음악으로 표현하겠노라고 선언했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홍차에 적신 마들렌 과자를 먹는 순간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경험을 묘사했고, 이후 특정한 냄새가 기억을 소환하는 현상을 ‘프루스트 효과’라고 부르게 되었다.
리센느의 음악은 이러한 개념을 케이팝으로 번역한다. 프리 데뷔곡 ‘YoYo’는 봄날의 공기처럼 스쳐 지나가는 향기와 함께 떠오르는 기억의 순간을 노래한다. 안무 속 손목을 문지르는 동작은 향수를 뿌린 뒤의 제스처를 연상시킨다.
‘Pinball’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설렘과 떨림이 향기처럼 점점 번져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그리고 ‘In My Lotion’에서는 "Dreaming of Proust"라는 가사를 통해 프루스트와의 연결고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아이돌이 강렬한 서사와 캐릭터를 앞세운다면, 리센느는 향기와 감각, 그리고 기억이라는 코드를 적극적으로 보여준다.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의 다음 에피소드를 기다리는 동안 볼 콘텐츠들
1. Joe Hisaishi - Summer (Official Short Film) (2025)
거제 1편을 제작한 윤성원 PD는 히사이시 조의 ‘Summer’를 배경음으로 채택했다. 흥미롭게도 원이 채널의 거제 편 역시 프루스트 효과를 활용한다. 언젠가 원이가 친구들과 보냈을 거제 바다에서의 짭짤한 여름 내음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음악과 풍경을 통해 기억을 환기하는 셈이다. ‘Summer’는 여름방학에 엄마를 찾아 떠나는 소년의 여정을 다룬 <가쿠지로의 여름>(1999)의 메인 OST다. 여름의 어느 날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 음악은 일본을 넘어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리고, 지난해 히사이시 조의 공식 계정에 폐교 예정인 일본 시골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방송부 학생들이 마지막 여름을 보내는 모습을 담은 7분짜리 단편 영화가 공개됐다. 조회 수는 400만 뷰 돌파했다.
2. 드라마 <땐뽀걸즈>(2018)
사진/ KBS 드라마 공식 사이트
한때는 세계 1위 조선 강국의 핵심 도시였지만, ‘조선소 드림’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거제. 동명의 KBS 스페셜 다큐멘터리 영화를 드라마화한 <땐뽀걸즈>는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쇠락중인 거제에서 ‘땐’스 스‘뽀’츠를 추는 여상 아이들을 그린 성장드라마다. 취업이나 진학에는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완벽한 차차차 스텝을 밟는 드라마 속 소녀들의 모습은, 마치 작은 동네에서 아이돌이 되기를 준비했던 원이의 언젠가를 떠올리게 만든다. 미나미는 원이에게 “학교 다닐 때 배를 타고 다녔느냐”고 우스갯 소리로 말하지만, 원이에게 학교는 꿈을 꾸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3.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2013)
사진/ 네이버 영화
10권이 넘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장편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세밀하고 장황한 묘사들을 미처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이 영화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세계를 이해해보자. 부모의 죽음을 목격한 충격으로 말을 잃은 채 살아가는 30대 피아니스트 ‘폴’이, 어느 날 괴짜 같은 이웃 '마담 프루스트'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는 그가 건네주는 마들렌과 허브차를 통해 잃어버린 기억에 자꾸만 도달한다. 아기자기하고 동화적인 미장센과 함께, 서사보다는 감정과 기억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Credit
- 사진/ 각 이미지 하단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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