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에서 생긴 일
유서 깊은 이탈리아 클래식 카와 함께, 로마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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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닿는 곳곳이 아름다운 폐허인 도시. 제1회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 행사를 보기 위해 10여 년 만에 다시 마주한 로마의 인상이 새삼스러웠다. 전 세계 대도시 중 이토록 과거를 현재로 남겨둔 곳이 또 있을까. 이곳에서는 바래고 덧댄 흔적이 무수한 건축물과 사물들이 마냥 낡아 보이지 않는다.
카시나 발라디에르에서 수상 차량이 공개됐다.
마이너 인터내셔널의 아난타라 호텔 & 리조트가 주최한 행사에 오기 전,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거의 없었다. 오직 이탈리아 클래식 자동차들을 볼 수 있는 대회라는 것뿐. 몇 달 전 개설된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이 업로드됐다. 이탈리아 자동차 문화를 위한 헌사를 바치며, 마이너 그룹 회장 윌리엄 하이네케는 60여 년 전 자취를 감춘 로마의 대표적 자동차 이벤트 ‘콩코르소 델레간차(Concorso d’Eleganza)’를 부활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번 대회를 열었다. 당시 속도를 겨루는 자동차 대회가 대부분인 가운데, 콩코르소 델레간차는 디자인 미학과 역사적 보존 상태, 엔지니어링 완성도를 모두 고려해 선정하는 독보적인 행사였다.
로마의 석양과 함께 아난타라 팔라초 나이아디 로마 호텔의 맨 꼭대기 층 루프 톱 레스토랑에서 오프닝 리셉션이 끝난 다음날 아침, 자동차 컬렉터들의 차고 속에 모셔둔 피스를 그저 자랑하는 자리일 거라 짐작했던 예상은 어긋났다. 호텔 앞 광장에 모인 70여 대의 자동차들은 엔진 배기음 소리를 뽐내며 드라이빙 준비에 한창이었다. 1차 세계 대전 이전 자동차부터 1930~1950년대 페라리, 지금은 피아트 그룹에 인수된, 유서 깊은 자동차 제조 업체 알파 로메오까지. 차 좀 좋아한다는 지인들에게 수차례 역작이라 들어온, 람보르기니 쿤타치 25주년 모델도 실견했다. 반 세기이상 역사를 지닌 자동차들 앞에서는 이 차는 모던을 넘어 꽤 미래적인 디자인처럼 보였다. “제 눈엔 1962년 하늘색 알파 로메오 모델이 가장 유니크한 피스예요.” 영국 자동차 콘테스트의 심사를 본 이력이 있는 자동차 전문지 겸 기업 ‘해저티(Hagerty)’의 기자 마크가 귀띰했다. 그는 수많은 자동차 대회에 가봤지만, 이번 대회만큼 수준 높은 컨디션으로 관리된 자동차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은 드물다고 덧붙였다. 연인, 친구와 함께 대회에 참여한 오너들은 웃으며 호텔을 출발해 시내를 돌고, 진귀한 구경거리에 시민들은 퍼레이드처럼 참여자들을 반기는 풍경이 연출됐다. 참가자들의 최종 목적지는 로마 남동쪽에 자리한 빌라 알도브란디니. 14세기 귀족 가문의 성이었던 곳으로, 근사한 정원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 2026’에서 심사를 진행 중인 심사위원들.
본격적인 심사가 있는 날, 행사는 로마인들의 쉼터가 되는 보르게세 공원에 위치한 빌라 보르게세의 카시나 발라디에와 피아자 부쿠레슈티에서 이루어졌다. 푸릇한 공원을 거니는 로컬들과 관광객 모두가 들뜬 듯 상기된 표정으로 길거리에 놓인 각양각색의 자동차들을 감상한다. ‘장인정신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주듯, 메이드 인 이탈리아 카들이 차주들의 정성어린 손길 끝에 심사를 받고 있었다. 심사위원장은 클래식 카 전문가이자 전후 마세라티를 이끌었던 가문의 후계자인 아돌포 오르시 주니어. 엔진은 물론 시트 컨디션부터, 어떤 소유 이력을 통해 차가 관리되어 왔는지도 면밀히 파악한다. 애지중지 아끼는 물건을 닦는 광기 어린 눈도 보이고, 차와 함께해온 시간을 앨범처럼 소중히 구성해 전시해둔 이도 있다. 고가 차량을 이동시키기 위해 유럽 전역에서 F1 차량 운송 에이전시가 배송을 맡기도 하고, 독일과 영국 등지 엔지니어링 회사의 머캐닉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단지 수집가들만의 파티가 아니라 클래식카 산업의 면면을 목격할 수 있는 자리. 각자만의 시간을 품은 자동차들이 로마로 돌아온 것이다. 총 16개 클래스로 나뉜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영예인 ‘베스트 오브 쇼(Best of Show)’는 1932년형 마세라티 V4 스포츠 자가토가 수상했다. 마세라티의 고성능 레이싱카 엔진을 탑재해 1929년 당시 세계 최고 속도 기록을 세운 역사적인 모델이다.
호텔이 도시 전역에 열리는 이벤트를 주관한 만큼, 다양한 부대 이벤트 역시 이번 행사를 주관한 아난타라 로마에서 이루어졌다. 파인 다이닝과 루프 톱 레스토랑, 사우나와 스파 등 미식과 휴식을 위한 선택지가 충분하지만 의외의 경험도 누릴 수 있다. 1700년대 교황 클레멘스 11세가 곡물창고로 지었던 건축물은 일부 룸에 그 흔적을 보관하고 있고, 고대 로마 디오클레티아누스 욕장의 유산을 보존해 유적지를 관람하는 듯한 경험도 제공한다. 한편 이 기간 로마에서 머물 때 보다 실용적인 선택지를 꼽아보면, 마이너 호텔 체인 중 나우 로마(Nhow Roma)가 대표적이다. 각 도시의 정체성을 반영한 과감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호텔로, 나우 로마는 보르게세 공원 도보 3분 거리에 자리한다. 올리브 오일 테이스팅처럼 호텔이 제휴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 중 빈티지 피아트 카 투어는 오픈 카로 개조한 차를 타고, 좁은 로마 시내 골목부터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구성을 따른다.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 없는 도시를 단시간에 편히 돌아보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대안은 없다. 클래식 명차는 갖지 못해도 계절을 누리며 로마를 드라이브할 수 있는 걸로도 꽤나 큰 만족감을 준다.
첫 날 이번 행사의 파트너 UBS의 총괄 벤자민 카발리는 “‘라 돌체 비타 델레 아우토모빌리(La Dolce Vita delle Automobili, 자동차의 달콤한 인생)’의 정수를 담은 이 행사를 후원하게 되어 의미 깊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인들이 자주 쓰는 ‘달콤한 인생’이라는 단어가 언제 어느 때 쓰이는 말일지, 처음 들을 때 모호하던 것이 마침내 선명해졌다. 단순히 이 순간을 즐기는 게 아니라 삶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속도에 따라 삶의 방식을 맞춰간다는 의미가 담겨있음을.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에서 목격한 건, 결국 장인정신이 깃든 좋아하는 물건과 함께 사랑하는 이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로마 풍경 속에 놓인 클래식 카를 천천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한번쯤 삶의 리듬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시간에 쫓겨 바티칸과 콜로세움 투어를 찾던 배낭 여행자 때와는 전혀 다른 속도로 도시가 보였다.
Credit
- 에디터/ 안서경
- 사진/ 아난타라 콩코르소 로마
- 해시 컴퍼니
- 디자인/ 이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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