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서울에 있는 사진 전문 서점 3

충무로, 동묘, 서초동에서 종일 사진집을 구경할 수 있는 곳.

프로필 by 고영진 2026.06.04

About Looking


‘본다는 것의 의미’에 눈뜨게 하는 서점들.


영국의 출판 프로젝트 덴트-드-리온(Dent-De-Leone)에서 발간한 사진집 .

세퍼럿 스페이시즈 Separate Spaces

인쇄소와 사진현상소가 여전히 남아 있는 충무로의 오래된 건물 3층. 넓은 공간을 한 블록씩 채운 서적들과 마르티노 감페르의 ‘아놀드 서커스 스툴’이 드문드문 놓여 있는 세퍼럿 스페이시즈에 들어서면 기분 좋은 기시감이 느껴진다. 한남동에 오래도록 자리한 포스트 포에틱스에서 5년 동안 구성원으로 활동한 한성준 대표가 세 달 전 문을 연 곳. 영국, 스위스,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발행된 미술, 디자인, 건축, 사진 등 문화예술 관련 서적이 주를 이룬다. 넉넉한 공간은 희미하게 네 가지 구역으로 나눠볼 수 있다. 벽 선반은 세퍼럿 스페이시즈가 우리나라에서 단독으로 유통하는 출판사와 꼭 소개하고 싶은 출판사들의 자리다. 창가에는 사진집을, 중앙에는 코너 박스마다 다른 종류의 책을 분별하여 펼쳐 놓았다. 비워 있는 하얀 벽에는 동시대에 활동하는 작가의 아트 에디션을 종종 건다. 일본 가나자와에서 활동하는 에디션 퍼블리셔인 케이지방(Keijiban)의 에디션을 시작으로 유럽, 미주, 호주 등 다양한 국가에서 만들어지는 흥미로운 지류가 순서를 바꿔왔다. 이 희미한 구분은 한 번에 사라지기도 한다. 바퀴가 달린 코너 박스를 옮기면 홀이 생긴다. 전시나 공연, 어떤 인물을 초대할 준비도 되어 있다. 건축, 가구, 그래픽처럼 다른 분야의 서적이 모여 있지만 이미지에 집중한 책들이 눈에 띈다. 불시에 무작위의 사람들이 모이는 ‘슬럼버 파티’의 순간을 커다란 판형에 흡수시킨 사진집 <We Went and We Were>가 공간과 닮았다. 규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 같은데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구석이 많다.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 6길 3층 302호


야생인을 담은 샤를 프레제의 사진집 .

피사체 Pisache

동묘 거리 모퉁이의 사진 서점 피사체는 원래 수족관이었다. 이강토 대표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장소의 자취가 남아 있다. 일견 보이진 않지만 상상력을 띄우면 퍼즐처럼 쌓인 수조와 피사체 벽면을 채우는 서가가 겹쳐진다. 정면을 바라보도록 놓인 책의 얼굴은 다채롭다. 피사체를 운영하는 세 구성원이 서로 동의해야만 서가에 자리 잡을 수 있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서적을 수출하는 무역업이 본업이라면 책을 직접 만지고 표정을 더하는 이들을 만나는 건 다만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20대 초반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사진을 보고 자신 안에 자리 잡은 예술의 입지가 뒤틀리는 경험을 한 것처럼 피사체는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강렬한 생채기를 내기 원한다. 모리야마 다이도가 포착한 검고 거친 거리부터 와인을 퍼 마시고 원시를 만나고자 야생인(Wild Man)을 찾아다닌 샤를 프레제(Charles Fréger)의 세찬 결과물들이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 중구 종로44길 81


요시유키 오쿠야마(Yoshiyuki Okuyama)가 돌아가신 할머니 집을 촬영한 사진집 .

피에이에스엠 P/A/S/M

피에이에스엠은 카메라 다이얼에 표기된 P(프로그램 모드), A(조리개 우선 모드), S(셔터 우선 모드), M(매뉴얼 모드)을 뜻한다. 공간 음향과 돌비 애트모스에 필요한 인력을 교육하는 학원 로비 공간에 자리한 사진 전문 서점이라는 정체성과 어울리는 이름이다. 음악만큼 사진을 사랑하는 만든 이의 바람과 마음도 그대로 담겨 있다. 박종희 대표는 수십 년 전 미국 유학 시절 사진에 빠졌다. 우울함과 싸우던 중 같은 건물에 살던 구범석 작가의 권유로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갔다. 카메라와 사진집도 차곡차곡 모았다. 한쪽에는 어빙 펜이 이세이 미야케의 의상을 찍은 사진집의 초판본, 마틴 파의 <Bad Weather> 사인본 같은 희귀, 빈티지 사진집이 있다. 초로의 남성이 혼자 꾸려가는 교토의 아카아카(AKAAKA) 출판사의 책들은 동네의 알아주는 인쇄소에서만 찍어서 그런지 감탄이 나올 만큼 선명하고 묵직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곳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거리 사진’이다. 윌리엄 이글스턴, 스티븐 쇼어 같은 클래식한 사진가들의 거리 사진부터 일본의 거리 사진 전문 출판사의 무수한 사진집, 얼마 전 자체 창간한 매거진 <P/A/S/M>까지. 지난겨울 프리 오픈을 거쳐 이번 봄 본격적으로 문을 연 피에이에스엠은 더 풍성한 것들을 목하 수집 중이다.

서울시 서초구 효령로 52길 57 1층


박의령은 <바자 아트>의 컨트리뷰팅 에디터다. 세 곳의 서점을 다녀온 후 욕심이 너무 커져 멈춰야 했던 이미지 수집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Credit

  • 글/ 박의령
  • 사진/ 김연제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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