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배우 조디 터너 스미스가 걸어온 길
은행에 취업해 모델을 거쳐 할리우드에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는 배우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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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카·울 소재의 보디수트는 Burberry. 골드 귀고리, 골드·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목걸이, 반지는 모두 Tiffany & Co.. 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조디 터너 스미스와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마주 앉은 순간부터 그에게서 무시할 수 없는 어떤 힘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런던 풀럼 임페리얼 워프에 있는 한식당에서 만난 건 그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8월의 어느 궂은 저녁, 템스 강물 위로 빗방울이 우묵하게 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올해로 마흔이 된 터너 스미스는 주로 미국 LA에 거주한다. 인터뷰를 위해 만났을 땐 드라마 <디 에이전시>의 두 번째 시즌을 촬영하기 위해 런던에 와 있었다. <디 에이전시>는 스파이 스릴러물로, 터너 스미스와 마이클 패스벤더가 함께 출연하는 작품이다. 터너 스미스는 촬영 기간 내내 머물게 된 집 근처였던 이 식당의 테이크아웃 메뉴를 잘 알고 있었다. 웨이트리스가 다가오자 그가 주도권을 잡았다.
“매운 갈비탕하고 잡채 주시고요, 모듬 김치 세트도 주세요.” 부드러우면서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터너 스미스가 할리우드 힐스의 느낌이 약간 밴 영국 억양으로 말했다. 그는 나에게 자신의 음식을 덜어주기 위해 추가 그릇을 요청하며 마치 아이를 살피는 엄마처럼 나를 챙겼다. 난 터너 스미스보다 몇 살 더 많았지만 이런 소란이 퍽 즐거웠다. 한국 전통 술을 마셔본 적이 없다고 말하자, 그는 추가로 술을 주문했다. “소주를 같이 맛볼 거예요.” 잠시 후, 웨이트리스는 우리가 앞서 주문한 와인을 가져왔고, 마개를 따는 것을 어려워했다. 터너 스미스는 웨이트리스가 들고 있던 코르크 오프너를 넘겨 받아 직접 병을 땄다.
크레이프 드레스는 Khaite.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귀고리는 Tiffany & Co..
터너 스미스는 버버리의 앰배서더이자 쇼의 가장 앞줄을 지키는 단골이다. 이 사실을 기준으로 보면 이날의 옷차림은 수수한 편이었다. 와이드 레그 진에 화이트 컬러의 ‘베이비걸(Babygirl)’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A24가 제작한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 <베이비걸>의 머천다이즈 티셔츠였다. 목걸이에 달린 작은 실버 참은 그가 제러드 레토, 그레타 리와 함께 출연한 디즈니의 초대형 SF 영화 <트론: 아레스>의 ‘마스터 컨트롤 디스크’를 미니어처로 만든 것이었다. 이 디스크는 사용자의 신원 등을 저장하고 있는 영화 속 무기다. <트론: 아레스>의 감독 요아킴 뢰닝은 그에게 이 목걸이를 선물했다. 터너 스미스는 턱까지 오는 길이의 브레이드 헤어를 하고, 테 없는 캐츠아이 형태의 안경을 쓰고 있었다. 얼핏 가볍게 변장한 여신처럼 보였다.
그를 보고 압도적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내가 최초일 리 없으며,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터너 스미스가 처음 크게 주목받은 작품은 2019년 영화 <퀸 앤 슬림>이었다. 그는 대니얼 칼루야와 함께 첫 데이트에서 끔찍한 일을 겪는 젊은 흑인 커플로 등장해 빛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2021년 미니 시리즈 <앤 불린>에서는 헨리 8세의 불운한 두 번째 왕비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 드라마는 흑인 여배우가 주연을 맡은 캐스팅 자체만큼이나, 터너 스미스의 당찬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2025년 개봉한 <트론: 아레스>에서, 그는 위엄 있고 공포스러운 악역 휴머노이드 병사 ‘아테나’ 역을 연기했다.
터너 스미스의 존재감은 드라마와 영화 밖에서도 돋보였다. 과거 모델로 활동한 그는 모델 업계에서 흑인 여성으로서 겪었던 힘든 경험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2024년 디즈니의 <스타워즈> 스핀오프 드라마 <애콜라이트>에 함께 출연한 아만들라 스텐버그가 온라인에서 심각한 악성 게시글과 혐오 발언에 시달리는 일이 있었을 때, 그는 디즈니가 스텐버그를 지지하지 않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한편 2025년 멧 갈라에서 터너 스미스의 의상은 가장 눈에 띄는 의상 중 하나로 큰 호평을 받았다.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대니얼 리가 유명 스타일리스트 로 로치와 협업해 디자인한 버건디 컬러의 가죽 앙상블로, 흑인 여성 기수 셀리카 라제브스키의 1891년 사진에서 영감받은 것이었다.
페더 실크 코트는 Gucci.
언제나 상대방을 압도해 버리는 터너 스미스이지만, 우리가 만난 날은 유독 수다스럽고 명랑한 모습이었다. 모로코에서 한 달 동안 <디 에이전시>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라고 했다. 드라마 속 그의 배역은 패스벤더가 연기하는 CIA 요원 ‘마션’과 복잡미묘한 관계인 수단 출신 학자 ‘사미’다. 제즈 버터워스와 존 헨리 버터워스 형제가 각본을 쓰고 조 라이트가 일부 에피소드의 연출을 맡은 이 드라마는 터너 스미스가 너무나 사랑하는 작품이기도 하다.(배우로 일하며 처음으로 다섯 개 시즌 전체에 대한 선계약을 체결했을 정도다.) 모로코 촬영 일정이 끝난 후에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코믹콘에 참여했다. <트론: 아레스> 패널로 등장한 그를 본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그는 휴대폰으로 자신이 청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 펼쳐졌던 레이저 쇼 영상을 보여주었다. “전에도 코믹콘에 가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압도적인 규모와 에너지를 가진 영화의 패널로 간 건 처음이었어요.”
축하할 일이 또 있었다. 미국 배우 조슈아 잭슨과의 이혼 절차가 마침내 마무리된 것이다. 터너 스미스와 잭슨 사이에는 다섯 살이 된 딸 주노가 있다. 그는 이혼 절차가 다소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가진 것들을 하나하나 검토하고 분배해야 했고, 처리해야 할 서류도 정말 많았어요.” 마침내 끝은 났다. “이혼 당사자로서 아무리 지난할지언정 분배 과정을 끝까지 마무리 지어야만 하니 기분이 좋을 수는 없었죠. 마음이 짓눌리는 기분이었어요.” 그는 이어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 가족에게 좋은 일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로요. 아주 좋은 예감이 들어요.”
메탈 메시 드레스는 Versace.
그가 쓴 캐츠아이 형태의 안경을 보고 든 생각이었을까. 터너 스미스는 여러 개의 인생을 살아온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영국 피터버러에서 태어나 인근 마을 코츠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모님은 그가 태어나기 전 손위 형제 두 명과 함께 자메이카에서 이곳으로 이주해 왔고, 터너 스미스가 열 살이 되던 해에 헤어졌다. 외할머니의 부름으로 그는 어머니, 형제들과 함께 미국 메릴랜드 게이더스버그로 이주했다. (아버지는 이후 두 명의 자녀를 더 두었고, 어머니는 재혼하여 터너 스미스에게는 네 명의 의붓형제가 더 생겼다. 그는 이 의붓형제들과도 가까운 사이다.)
“그때 배우가 된 거예요.” 영국에서 미국으로 갑작스럽게 이주한 데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전까지 ‘책 속 세상에서 살았다’는 그는 미국에서 무척 열정적이고 어디서나 시선을 끄는 학생이 되었다. “학생회, 명예학생회, 졸업 앨범 동아리 활동까지 했어요. 중학교 때는 축구부 주장이었고, 고등학교에서는 육상부 주장이었죠.” 졸업 앨범에 실린 투표에서는 ‘가장 성공할 것 같은 학생’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는 그것이 급격한 문화적 변화에 적응하는 자기만의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땐 충격적인 경험이었지만, 최선을 다해 헤쳐나갈 방법을 찾는 것이 제 스타일이었으니까요.”
어쩌면 그것은 방어기제였을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제가 역경에 대처한 방식은 발 벗고 나서서 모두를 책임지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어요. 내가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면, 내가 리더라면, 사람들이 나에게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백인으로 가득한 영국의 마을에서, 가족이 아닌 흑인을 만날 수 있는 도시로 이주한 것은 매우 신나는 일이기도 했다. 나와 닮은 사람들을 보는 것은 그에게 분명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영국인이라는 정체성으로 인해 그는 또 다른 타자성을 느끼게 된다. ‘컬러리즘’(어두운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편견)도 만연했다. 그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흑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존재해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죠.”
메탈 메시 드레스, 헤드피스는 Versace.
터너 스미스는 피츠버그 대학에서 금융학을 전공한 후 은행에 취업했다. 그리고 뒤이어 이것이 실수였음을 깨달았다. “금융 업계에 취업한 건, 남들이 저에게 기대하는 일을 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것 사이의 여정에서 제가 한 마지막 선택이었어요.”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계속해서 피할 수 없는 강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혼이 죽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결국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돌연 LA로 이주했다. 작가, 혹은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서였다. “용감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근데 저는 한 번도 제가 용감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오히려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때 제가 어떤 모습이 될지가 더 두려웠죠. 후회하며 살아갈 생각을 하니 몸이 굳어버리더군요.”
지금의 터너 스미스가 탄생한 계기에 관해 떠도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가 있다. N.E.R.D 콘서트 백스테이지에서 뮤지션 겸 디자이너 퍼렐 윌리엄스를 우연히 만난 것이 그를 전혀 새로운 길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이다. 퍼렐 윌리엄스는 자신의 야망을 솔직히 털어놓는 터너 스미스에게 “카메라 앞에 서야 한다”고 말하며 뮤직비디오 감독 하이프 윌리엄스를 소개해 주었다. 하이프 윌리엄스는 터너 스미스를 칸예 웨스트의 뮤직비디오에 캐스팅했다. 하지만 누구든 터너 스미스를 직접 만난다면, 그가 퍼렐을 만나지 않았더라도 지금의 길을 찾았으리라 확신할 것이다.
터너 스미스는 22세에 본격적으로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모델로서는 사실 나이가 많은 편”이라고 부연했지만, 그 덕에 업계의 일부 착취적 행태에 대담하게 맞설 수 있었다. “이미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봤고, 완전히 다른 직업을 경험한 저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었어요. 열여덟이라 해도 사실 거의 아이나 다름없잖아요. 아직 취약하죠.” 스스로도 인정하듯, 터너 스미스는 인쇄 광고 모델로는 큰 인기가 없었다. 대신 뮤직비디오나 타겟(Target), 포드(Ford), J.C. 페니(J.C. Penney)와 같은 브랜드의 TV 광고를 비롯한 영상 캠페인에 종종 캐스팅되었다. “한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할 때 비로소 제 장점이 드러난다는 걸 점점 깨닫게 됐어요. 제 기세와 에너지를 피부로 느낄 때, 일을 따낼 수 있었던 거죠.”
모델 활동을 하던 중 처음으로 연기 배역을 얻었을 때의 일이다. 코첼라에서 터너 스미스를 발견한 한 캐스팅 디렉터는 그가 자메이카 출신 배우 겸 뮤지션 그레이스 존스와 놀랄 만큼 닮았다고 생각했다. 마빈 게이의 전기영화에 짧게 등장하는 그레이스 존스 역을 제안 받은 터너 스미스는 바로 다음 날 LA에서 룩셈부르크로 날아가 카메라 앞에 섰다. 이 영화는 개봉하지 못했지만, 터너 스미스는 자신이 끝내야 할 일이 남았다고 생각했다. 촬영 후 그는 그레이스 존스를 직접 만났고, 존스에게 (마땅히 만들어져야 할) 전기영화가 만들어진다면 다시 한번 당신을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허락받지는 못했다”며 그가 웃었다. “하지만 언젠간 허락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는 만들어져야 하잖아요?”
모헤어 브라, 울 팬츠, 레더 슬리브는 모두 Givenchy by Sarah Burton.
터너 스미스는 이후 <트루 블러드> <라스트 쉽> <나이트플라이어>와 같은 드라마에 출연해 10년 넘게 배우로 활동해 왔다. 그러나 배우로서의 평판을 바꿔준 작품은 멜리나 맷쇼 감독의 영화 연출 데뷔작인 <퀸 앤 슬림>이라고 말한다. 정교한 플롯과 섬세한 연기가 돋보이는 이 드라마 장르의 영화는 변호사 앤절라와 슈퍼마켓 계산원 어니스트의 이야기다.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어니스트가 정당방위로 백인 경찰을 쏴 죽이면서 극적인 상황에 휘말린다.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도주를 하게 되고, 영화는 점점 ‘흑인 버전의 <보니 앤 클라이드>’가 되어간다. 아니, 그렇게 되도록 떠밀려갔다는 게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다. 이들의 도피는 마치 운명과 사회에 의해 미리 정해진 절차였던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퀸 앤 슬림>은 BET 어워드(흑인 엔터테인먼트 텔레비전 어워드) 최우수 영화상을 포함한 일각에서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다른 주요 영화 시상식에서는 눈에 띄게 배제되었다. 터너 스미스는 “영화가 시대를 앞서갔다”고 표현했다. “이듬해 여름에 조지 플로이드가 살해당했어요. 그러자 수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검은 사각형 이미지를 올리며, ‘듣고 배우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질문하기 시작했죠. 영화가 그 해에 개봉했다면, 영화의 성패를 결정짓는 주요 의사 결정자들의 반응이 달라졌을 거예요. 게다가 온갖 종류의 편견도 있었죠. 솔직히 말해서, 만약 남성 감독이 이 영화를 데뷔작으로 만들었다면 수상을 통해 감독으로서 인정받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재킷, 스커트는 Givenchy by Sarah Burton. 화이트 골드·다이아몬드가 세팅된 귀고리는 Tiffany & Co..
터너 스미스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솔직한 견해를 차분하면서도 단호하게 표현했다. 저녁 식사 내내, 그는 더 많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모성, 보이지 않는 노동, 대표성, 해로운 남성성, 핵가족, 영국 정부의 결점까지. 물론 그중에는 별자리 운세와 비욘세, 한국의 비빔밥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는 기민하며 호기심이 많다. 이혼 소송을 시작한 후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프랑스어 수업에 등록한 것이었다. 식사 도중 스위스 친구에게 전화해 와인 추천을 부탁하는 모습을 통해 지금은 그가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터너 스미스는 이제 결혼에 대해서도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 특히 잭슨과는 만들지 않았던 혼전계약서의 장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혼전계약서를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로맨틱하지 않잖아요. 하지만 만약 헤어져야 하는 상황에 그게 있다면 나중에 변호사에게 쏟아부을 비용을 아낄 수 있어요. 특히 그 시점에는 다들 기분이 그리 좋지 않을 테니까요.” 2년이 지난 지금, 터너 스미스는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다만, 조건이 있다. 약간의 농담이 섞인 어조로 이를 읊기 시작한다. “자신감 넘치고, 저의 성공이나 야망에 위축되지 않을 만큼 성공했고, 친절하고, 사려 깊고, 또… 침대에서도 정말 괜찮은 남자를 찾는다면, 다시 연애를 시작할 거예요.”
그러나 그의 눈앞에는 당장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다. <디 에이전시> 촬영을 마무리한 후에는 <트론: 아레스>의 홍보 투어를 소화해야 한다. 그는 이 투어에서 다시 한번 스타일리스트 로 로치와 협업했다. 로치는 코믹콘 때에도 그를 위해 블랙과 레드 컬러의 디젤 캣수트, 강렬한 블루·화이트 컬러의 알라이아 룩(크롭트 재킷과 투 톤 주름 스커트)을 만들어주었다. “정말이지 ‘트론’스러운 의상들이었어요. 로치는 테마를 정말 좋아하잖아요!” 터너 스미스는 버버리, 그리고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대니얼 리와의 작업 역시 즐기고 있다. 그는 이 관계를 ‘정말 마법 같은 일’이라고 표현했다.
크리놀린 스타일 드레스는 Harris Reed. 폴리아미드 혼방 소재 브라, 브리프는 Intimissimi. 골드·플래티넘·다이아몬드가 세팅된 귀고리, 목걸이, 반지는 모두 Tiffany & Co.. 레더 힐은 Jimmy Choo.
요즘 그의 주된 관심사는 딸이다. 곧 학교에 입학하는 그의 딸 역시 삶의 큰 변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터너 스미스는 “딸 옆에 최대한 오랜 시간 있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다시 일을 하게 된다면 일생일대의 기회이거나, 제 일상의 루틴을 해치지 않는 일이어야 할 거예요. 딸이 다니는 학교가 집 근처거든요. ‘엄마가 바로 여기 있다’는 걸 딸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는 몸을 기대어 앉아, 지난 세 시간 동안 우리가 식사를 하며 쌓아 올린 그릇들이 위태롭게 겹쳐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녁 식사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그는 한 가지를 더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변화란 아주 미시적인 차원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난다고 믿어요.” 분명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빛은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생각을 확실하게 말하고, 사람들에게 그 말이 닿기를 바라는 것뿐이에요. 제가 뱉은 어떤 말이 올해, 혹은 내년에, 혹은 5년 후, 10년 후에 누군가를 변화시킬지도 모르죠.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주 작은 틈이라도 생기도록 변화의 문을 밀어 여는 거예요. 나도 내 몫을 다할 거고, 다음 사람을 위해 그 문을 잡아두어야겠죠.”
Credit
- 에디터/ Miranda Collinge
- 사진/ Richard Phibbs
- 스타일리스트/ Crystalle Cox
- 헤어/ Marcia Lee
- 메이크업/ Joey Choy(The Wall Group
- Dr. Barbra Sturm Skincare)
- 네일/ Sabrina Gayle for Arch
- 어시스턴트 스타일리스트/ Nina Gahrén Williamson
- 세트/ Jacki Castelli
- 의상/ Nancy Smith
- 번역/ 박수진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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